통상·FTA 통상 현장 Interview 다비드 피에르 잘리콩 FKCCI 회장 “韓·佛 교역 10년간 2배 성장…미래지향적 협력 기대”
  • 이용성 기자
  • 프랑스 국립예술·산업대학(CNAM), 소르본대 예술 철학 박사과정 수료, 현 디피제이파트너즈 대표, 전 프랑스 경제 문화 개발국(ECD) 전략 사무소 컨설턴트

    “프랑스와 한국은 공통점이 많다. 두 나라 모두 민주주의 국가이며, 인구도 비슷하다. 고유의 문화 정체성이 강하고, 혁신 국가로 알려져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또한 중간 규모의 경제 강국인 양국은 초강대국으로부터의 도전 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에 관심이 많다.” 2026년 수교 140주년을 앞두고 한국과 프랑스 간 경제협력 확대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프랑스는 내년 주요 7개국(G7) 의장국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을 단장으로 한 이재명 대통령의 프랑스 특사단은 7월 16~17일(이하 현지시각) 파리를 방문해 상·하원 주요 인사와 현지 주요 기업 대표를 만나 우주·방산·원자력·인공지능(AI) 등 전략산업과 기후 위기 등 글로벌 현안에서 협력을 계속 이어 나가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올해로 한국에 온 지 28년 된 다비드 피에르 잘리콩(David-Pierre Jalicon) 주한 프랑스상공회의소(FKCCI) 회장의 본업은 건축가다. 

    프랑스 국립 예술기술학교에서 공학을 공부하고 파리 판테온 소르본대에서 예술철학 박사과정을 밟았다. 이후 이탈리아 로마로 가야 하는 프랑스 정부 장학금(빌라 메디시스 오르 레뮈르상 수상)을 받았지만, 1996년 KTX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에 왔다가 한국의 매력에 빠져 눌러앉았다. 1998년 건축사무소 디피제이파트너즈(DPJ & Partners)를 설립해 소노펠리체, 서래마을 프랑스학교, 주한 오만대사관, 여수세계박람회 프랑스관, 예술의전당 인근 아쿠아아트 육교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한국 건축계에서 입지를 굳혔다. 최근에는 하우스 오브 디올, 디올 성수, 반클리프 아펠 서울 메종 등 플래그십 스토어 프로젝트를 맡았고, 2011년부터는 FKCCI 회장을 겸하고 있다. 2018년에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서훈받았으며, 2008년에는 프랑스 문예 공로 훈장과 기사 작위를 받았다. 잘리콩 회장은 ‘통상’과 인터뷰에서 “한국은 5세대(5G) 이동통신, 반도체, AI 등 기술혁신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연구개발(R&D), AI 기반 산업, 사이버 보안, 청정에너지 기술 분야에서 우수성을 발휘하고 있다”면서 “양국 간 협력은 이제 전통적인 무역과 투자를 넘어 미래지향적인 분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잘리콩 회장과 일문일답.

    개선문이 보이는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야경.

    FKCCI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1986년에 설립한 FKCCI는 다국적기업에서 스타트업에 이르는 450여 회원사를 거느린 역동적인 플랫폼이다. 회원사가 프랑스와 한국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고 혁신을 추구하며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나아가 프랑스와 한국 간 경제협력 촉진과 비즈니스 관계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한편으로는 한국 시장에 진출하거나 확장하려는 프랑스 기업을 지원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프랑스에서 기회를 모색하는 한국 기업을 돕는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움을 주나.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시장 진출 컨설팅, 사업 개발, 행사 기획, 커뮤니케이션 전략 등 다채로운 서비스를 통해 기업에 실질적이고 전문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한국의 공공기관 및 이해관계자와 협력해 한국에 진출한 프랑스 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우호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한·프랑스 경제협력, 어떻게 전망하는지 궁금하다.

    “프랑스와 한국은 공 통점이 많다. 두 나라 모두 민주주의 국가이며, 인구도 비슷하다(한국은 약 5200만 명, 프랑스는 약 6700만 명). 고유의 문화 정체성이 강하고, 혁신 국가로 알려져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또한 (인구·영토 기준으로) 중간 규모 경제 강국인 양국은 초강대국으로부터의 도전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하는 데 관심이 많다. 경제 분야에서 양국의 강점은 상호 보완적인 성격이 강하다. 프랑스는 럭셔리, 모빌리티, 탈탄소, 첨단 기술, 소재, 보건 등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서있고, 한국은 혁신 역량, 디지털 전문성, 산업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양국 간 경제, 비즈니스 파트너십이 지속 가능한 성장과 혁신의 모범 사례로 계속 발전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어떤 분야에서 협력이 유망할까.

    “디지털 혁신, 의료 및 바이오 기술, 친환경 기술,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을 통해 큰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한국은 5G, 반도체, AI 등 기술혁신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R&D, AI 기반 산업, 사이버 보안, 청정에너지 기술 분야에서 우수성을 발휘하고 있다. 양국 교역 규모는 10년 동안 두 배 가까이 증가해 140억유로에 달하며, 이는 프랑스와 일본 사이 무역수지보다 불과 10억유로가량 적은 수준이다. 하지만 앞으로 양국 간 협력은 전통적인 무역과 투자를 넘어서야 한다. 청정 기술과 AI, 의료, 스마트 시티 등 미래지향적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경제성장에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인류의 도전 과제를 해결하는 데도 중요한 분야다.”

    한국과 프랑스가 에너지 분야에서도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까.

    “원전 해체 및 폐기물 처리, 해상 풍력발전, 에너지 효율성 기술 분야에서 프랑스 전문성은 탄소 중립과 재생에너지로 전환 등 한국의 야심 찬 목표와 잘 맞아떨어진다. 두 나라는 청정 수소 및 기타 지속 가능한 혁신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양국 협력을 통해 전 세계적인 청정에너지 전환을 주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양자 컴퓨팅 분야는 어떤가.

    “프랑스 양자 컴퓨팅 기업 파 스칼은 카 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대전시와 손잡고 한국 최초의 양자 컴퓨팅 센터를 설립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화학 분야에서도 고급 소재를 중심으로 하는 협력이 유망하다. 한국의 기술 리더십과 프랑스의 연구 및 지속 가능한 기술 전문성을 결합하면 스마트 기술, 건강 솔루션, 녹색 에너지 분야의 발전을 함께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파스칼은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알랭 아스펙트 파리 사클레대 교수가 2022년 창업한 중성원자 기반 양자 컴퓨팅 특화 기업이다. 파스칼은 그동안 성과를 토대로 양자 컴퓨터와 관련 서비스, R&D, 산업화 및 제조 분야 확장을 위해 최근 한국 법인을 설립했다.

    강금실 프랑스 특사단장과 한병도,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대통령 프랑스 특사단이 7월 16일 프랑스 파리 에어 리퀴드 본사를 방문, 프랑스 경제인연합(MEDEF) 내 불-한 비즈니스 협의회 회원사 관계자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프랑스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은 어떤지.

    “한국 기업과 제품은 지난 10년간 프랑스에서 좋은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구체적으로 전자 제품과 자동차, 화장품, 문화 콘텐츠 등 분야에서 혁신 역량과 첨단 기술, 디자인 감각 등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중국·일본 제품과 비교해 한국 제품은 품질은 물론 현대적인 미학, 글로벌 트렌드에 대한 민첩한 대응이 돋보인다. 일본 브랜드는 오랜 역사와 신뢰성 및 정밀성으로 유명하며, 중국 기업은 경쟁력 있는 가격과 규모로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지만, 한국 기업은 혁신과 문화적 영향력을 결합해 독특한 위치를 차지했다. K-팝, K-뷰티의 전 세계적인 인기가 그 증거다. 프랑스 소비자와 기업 사이에서 한국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으며, 기술과 모빌리티부터 엔터테인먼트까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협력 관계가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한국 국가 브랜드의 강점과 기업의 역동성에 힘입은 바 크다. 여러 한국 기업이 각 분야의 트렌드 세터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의 투자 매력을 더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규제 투명성과 해외 인재 유치 환경을 개선하고,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정책을 집행하며, 혁신 역량과 글로벌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할 것을 권장한다. 한국은 핵심 역량이 우수한 만큼, 적절한 개혁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투자 허브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의 투자 매력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소개해 달라.

    “최근 몇 년간 프랑스 정부는 혁신 촉진, 경쟁력 강화, 행정 절차 간소화를 목표로 다양한 친기업 개혁 조치를 시행해 왔다. 여기에는 법인세율의 점진적 인하와 유럽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수준으로 R&D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이 같은 노력은 프랑스가 글로벌 투자 유치의 주요 목적지로 자리매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프랑스는 5년 연속으로 유럽에서 외국인직접투자(FDI) 부문 1위를 지키고 있다(프로젝트 수 기준). 영국과 독일이 각각 2위, 3위다. 프랑스 투자 매력의 강력한 증거다.”

    FKCCI가 프랑스 진출을 원하는 한국 기업을 어떻게 도울 수 있나.

    “FKCCI는 초기 시장조사부터 장기 성장 전략까지 한국 기업의 프랑스 시장 진출과 프랑스 기업의 한국 진출 모든 단계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 양국을 아우르는 네트워크와 한국과 프랑스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깊은 이해 덕분이다. 이를 바탕으로 시장 진출 가이드라인, 비즈니스 개발 지원, 운영 지원, 전략 커뮤니케이션 솔루션 등을 통합적인 맞춤형 서비스로 제공한다. 이를 통해 개별 기업의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면서 원활하고 성공적인 시장 진출을 돕는다. 구체적인 예로, 2025년 6월 11~14일 파리에서 열린 유럽 최대의 스타트업 및 기술 행사 비바테크(VivaTech)에서도 FKCCI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행사장 주요 출입구 근처에 프리미엄 부스를 운영하며, 한국 기업이 잠재적 파트너, 투자자, 고객과 접점을 확보하도록 지원했다. 체계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행사에서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유럽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는 데 도움을 줬다.”

    올해로 9회를 맞은 비바테크는 유럽 최대 스타트업 축제로, 프랑스 정부가 혁신 창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 주최한다. 주최 측에 따르면, 2025년 행사에는 스타트업 1만4000개 사, 전시 부스 3500개, 연사 400명이 참여했고 기업 간 사업 연결(비즈니스 매칭) 실적은 64만 건으로 집계됐다. 120개국이 50개 이상 국가 통합관을 마련했으며 참가 인원은 역대 최대인 18만여 명에 달했다.

    한국 기업이 유럽 본사를 프랑스에 두는 건 좋은 전략일까.

    “물론이다. 프랑스는 6800만 명 이상의 소비자를 보유한 거대 내수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중앙에 있는 덕분에 4억5000만 이상의 인구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또한 프랑스는 강력한 산업 기반,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 고도로 숙련된 인력을 갖추고 있어 유럽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 이상적인 발판이 된다. 프랑스 정부는 기술혁신을 이루기 위해 2030년까지 로봇공학, 반도체, 전기차 등 핵심 분야에 540억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다. 2022년에만 100만 개가 넘는 기업이 설립된 것을 보면 스타트업 창업 열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행정절차 간소화와 법인세율 25%로 인하 등을 통해 프랑스는 한국 기업이 유럽 시장으로 진출을 위해 기반을 다지고 확장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