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뉴스 글로벌 현장 리포트 KOTRA 해외 현지 보고 일본 소비 시장을 이끄는 새로운 주역, ‘레이와 시니어’
  • 김대수 일본 오사카 무역관
  • 2019년 일본이 새로운 레이와(令和) 연호를 사용한 이래, 65세 이상 시니어 세대를 일컫는 레이와 시니어1)가 일본 소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2024년 10월 1일 기준, 일본 내 50세 이상 인구는 총 인구의 50.2%, 65세 이상 인구는 29.3%로, 해를 거듭할수록 총 인구 중 고령층 진입을 앞둔 세대와 고령층에 진입한 세대 모두 그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레이와 시대 시니어 소비자는 단순히 ‘연로한 소비자’가 아니다. 경제력, 시간, 소비 가치관을 갖춘 일명 액티브 시니어2)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설계하고, 적극적으로 소비하며, 사회적 관계와 배움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등 소비를 이끄는 핵심 세대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일본에서는 고령층을 ‘돌봄의 대상’ 혹은 ‘조용히 물러나는 시기를 살아가는 세대’로 바라보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제주체로 바라보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레이와 시니어 특징 셋

    ① 근로 의욕 강하고 근로 기회 확대 수혜 입는 세대│일본 총무성에서 발표한 ‘2025년 고령화사회백서’에 따르면, 일본 내 노동력인구 6957만 명 중 65세 이상 인구는 946만 명으로 13.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노동력인구 중 65~69세 인구는 400만 명, 70세 이상은 546만 명으로, 은퇴 나이 이후에도 경제활동을 이어 나가는 시니어가 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근로 의욕이 강한 일본 시니어 특성과 시대가 지남에 따라 사회적·법적·제도적으로 시니어 계층의 근로 기회가 확대돼 온 것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② 평균 저축액이 큰 세대│일본의 60세 이상 시니어 세대는 대체로 전후 고도 성장기 시절부터 쌓아온 근로소득을 바탕으로 장기 저축과 자가 부동산을 보유하며, 다른 세대에 비해 자산 규모가 큰 경향이 있다. 또한 은퇴 이후에는 자녀 교육비 등 고정 지출이 크 게 줄어들면서, 소득이 줄었음에도 ‘생활에 여유가 있다’라고 느끼는 시니어가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기반은 이들이 자기 소비와 취향 중심 소비를 확장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③ 건강 수명이 늘어난 세대최근 일본 시니어 세대는 과거에 비해 건강 수명이 길어지고, 신체적·인지적 능력이 향상되며 돌봄의 대상이 아닌 ‘능동적 소비자’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 국립 장수의료연구센터(NCFF)의 2022년 발표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고령자의 평균 악력, 보행 속도, 인지 기능이 2000년대 초반보다 유의미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65세 이상 고령자의 걷는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으며, 악력은 인지력 저하 예측 지표로 활용될 만큼 건강의 중요한 척도로 간주된다. 이처럼 신체적 활력과 정신적 자립성을 갖춘 시니어가 증가하면서, 이들을 위한 헬스케어, 운동, 여가, 비즈니스 기회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 

    레이와 시니어의 소비성향 셋 

    이렇듯 늘어난 경제활동 기간, 장기간 쌓아온 저축, 건강 수명 증가라는 배경의 시니어 세대는 과거의 ‘조용한 노년’ 이미지에서 벗어나, 보다 주체적이고 활발한 소비자층으로 변화하고 있다.

    ① 소비와 가치관의 탈(脫)연령화│레이와 시니어 소비성향의 특징 중 하나는 소비와 가치관의 ‘탈연령화’다. 이들은 더 이상 ‘나이에 맞는 소비’를 고집하지 않는다. 개성과 취향에 따라 상품과 서비스를 선택한다. 최신 유행 패션이나 뷰티 상품을 나이와 상관없이 구매하거나, 과거보다 높은 디지털 문해력을 바탕으로 젊은 층처럼 소셜미디어(SNS), 온라인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소비를 늘리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젊은 층처럼 디지털 매체를 잘 활용하는 시니어 세대도 늘어나고 있다. 일본의 광고 마케팅 전문 기업 ㈜하쿠호도에 따르면, 일본 70대 고령자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이미 80%를 넘었고, 65~74세 인구 80% 이상이 라인, 유튜브, 페이스북 등 SNS를 활용하며 가족 및 지인과 소통하거나 정보와 뉴스를 검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② 건강 지향적 소비 중시│일본에서는 건강 수명 연장에 초점을 맞춘 피트니스 센터, 고령자 맞춤 운동 프로그램, 걷기·수영 모임 등 활발한 시니어를 위한 웰빙 서비스가 확산하고 있다. 유산균, 식이섬유, 저당, 글루텐 프리, 단백질 보충제 등 건강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식품과 기능성 식품 수요 역시 늘어나고 있으며, 2025년 일본 건강식품시장에서 시니어는 특히 치매 예방, 혈압·혈당 조절, 소화기 건강, 근력 유지 관련 제품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가령 닛폰햄그룹의 니폰루나사는 시니어 세대를 겨냥해 2025년 3월 유산균 음료 ‘장활습관 치어풀’이라는 음료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시니어 세대가 관심이 많은 장 건강 기능 개선에 초점을 맞추어 이눌린이라는 식이섬유 등을 함유해 ‘장내 환경 개선’ 효능을 광고하며, 시니어 세대로 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③ 사회에 지속적으로 공헌하고 싶은 욕구│레이와 시대 고령층의 소비성향 중 하나는 여전히 사회에서 자기 효능감과 성취감 달성이다. ‘NTT 동일본’은 2022년부터 65세 이상 시니어를 드론 조종자로 육성하는 실증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 실험에 사이타마현 혼조시에 거주하는 65~75세 고령자 13명이 참여했으며, 2023년 11월부터 드론의 구조, 작동 원리, 관련 법규에 대한 이론 교육과 함께 기초 조종 실습 및 비행 훈련을 받아왔다. 그 결과, 2024년 2월에는 인근 초등학교 지역 학습 수업에 참여해 초등학생에게 드론에 대해 강연하는 활동도 펼쳤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이와 같은 활동은 시니어의 건강 유지와 사회 참여, 지역 공동체 소속감 형성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교육 활동 외에도 향후 재난 발생 시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의 영상 촬영, 실종자 수색, 방범 드론 순찰, 불법 쓰레기 투기 감시 등 다양한 사회적 활용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은 고령화가 한국보다 앞서 있다. 하지만 일본의 시니어는 자산, 시간, 경험 욕구를 바탕으로 소비 시장의 중심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건강한 신체와 적극적인 삶의 태도로 취미, 여행, 학습, 사회 활동에 참여하며, 품질과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패턴을 보인다. 전통적인 ‘노인용 제품’보다 세련되고 기능적인 상품을 선호하고, 디지털 기기 활용에도 능숙하다. 일본 시니어 시장을 겨냥하는 우리 기업은 이들을 프리미엄 소비자로 인식하고, 감성적 만족과 문화적 세심함을 고려해 접근해야 한다. 정기적인 시장 동향 파악과 함께 시니어의 ‘삶의 방식’에 주목하는 것이 일본 시장 진출의 핵심이 될 것이다.


    용어설명
    • 1레이와 시니어

      일본의 레이와 시대를 살고 있는 65세 이상 인구를 일컫는 말. 레이와는 2019년부터 사용한 새 연호다.

    • 2액티브 시니어

      은퇴 이후에도 활발한 사회 활동과 여가, 소비를 즐기며 능동적으로 생활하는 시니어를 일컫는 말. 단순한 고령화가 아닌,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노년의 새로운 트렌드를 대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