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FTA 법률 전문가가 보는 통상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 美 의회 통과 글로벌 산업 질서 재편 가능성… 통상 협상에 활용할 수도
  • 이주형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월 4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에 서명하고 있다. AFP연합

    7월 4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종 서명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One Big Beautiful Bill Act)’은 트럼프 2기(2025~2028년) 정부의 핵심 정책을 입법화한 대규모 예산 조정법이다. 감세, 국경 통제, 국방 예산 증액,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축소, 반도체 산업 지원 등 전방위적인 내용이 집약돼 있다. OBBBA는 미국 의회의 특별 절차인 ‘예산 조정 절차(reconciliation process)’를 통해 상원 필리버스터(의사 진행 방해)를 배제하고, 단순 과반수 찬성으로 신속하게 처리됐다. 이는 2017년 감세 및 일자리법(TCJA)1),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이은 또 하나의 입법적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특히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조치와 달리, OBBBA는 법률적 기반을 갖춘 포괄적 조세·산업 전략으로 의회 승인을 거쳤다는 점에서 법적 안정성과 제도적 구속력이 월등히 강하다.

    핵심은 경제 안보를 중심에 둔 미국 산업구조 재편이다. 첫째, 조세정책 측면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대표 정책이던 감세 조치의 확대 및 영구화가 이뤄졌다. 개인소득세 감면, 중소기업 대상 소득공제 확대, 연구개발(R&D)비 전액 비용 처리 허용 등은 공급자 측 성장론에 입각한 감세 기조를 강화하는 동시에, 법인세제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키운다.

    이런 조치는 경기 부양 효과를 도모하고, 동시에 조세 부담 완화를 통해 다수 기업의 미국 내 투자 유인을 꾀한다. 다만, 조세 재정의 편중, 소득 불평등 심화, 재정 적자 확대 등의 문제는 여전히 잠재된 구조적 한계로 지적된다.

    둘째, 산업 보조금 측면에서는 IRA에서 도입됐던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제도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진다. 대표적으로 친환경 차 세액공제가 2032년까지 유지될 예정이었는데, OBBBA에 따라 2025년 9월 30일 이후 취득한 차는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청정 에너지 생산과 청정 에너지 투자 세액 공제 역시 조기 종료되며, 풍력·태양광발전 시설은 2027년 말까지만 공제받을 수 있다. 이는 IRA가 부여한 장기적인 친환경 산업 투자 유인을 상당 부분 축소하는 조치로, 공급망 구조 개편을 동반한 산업 전환 속도와 범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셋째, 첨단 제조 세액공제 유지와 동시에 도입된 수혜 제한 장치다. 기존의 ‘해외 우려 단체(FEOC・Foreign Entity of Concern)’ 개념을 보다 구체화한 ‘금지 외국 단체(PFE·Prohibited Foreign Entity)’2) 요건을 도입해, 세제 혜택을 받는 사업에서 중국 기업과 연계를 제한한다. PFE는 미국의 국가 안보, 외교정책상 우려 대상이 되는 기관, 테러 조직, 제재 대상자, 특정 중국 기업 등이 포함되며, 이들로부터 실질적 지원(material assistance)을 받았거나 실효적 통제(effective control)를 받는 경우도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러한 조치는 단순한 조세정책이라기보다 미국 중심의 기술 주도권 확보와 지정학적 리스크 대응을 위한 ‘법제화 된 공급망 통제’ 수단이라 할 수 있다. 특히, IRA를 통해 형성된 글로벌 청정에너지 공급망이 중국을 포함한 다양한 경로를 활용해 구축됐던 점을 고려할 때, OBBBA는 명시적으로 특정 국가 및 기업을 배제하는 효과를 수반한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조세 지원은 오히려 강화됐다. 반도체 칩과 과학법(칩스법)3)에 근거한 §(섹션)48D 조항은 기존 25%였던 제조 설비투자 세액공제를 35%로 상향 조정했다. 해당 조항을 통해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 리쇼어링(reshoring·생산 기지 본국 회귀) 전략을 가속하고, 미국 내 생산 기반 확충의 법적 기반을 공고히 할 수 있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우호적 조세 정책은 장기적으로 미국의 첨단 제조업 역량을 제고하고, 대외 기술 의존을 낮추기 위한 전략적 조치다.

    OBBBA의 입법 과정은 절차적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공화당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던 법안을 통과시킨 배경에는 트럼프와 지도부의 강한 정치적 의지가 있었다. 7월 1일 상원 본회의에서는 공화당 내 이탈 표 3표로 인해 찬반이 50 대 50으로 팽팽히 갈렸는데, J.D. 밴스 부통령이 상원 의장 자격으로 행사한 ‘캐스팅보트(결정표)’에 따라 법안이 통과됐다. 이를 두고 당파적 분열의 심화뿐만 아니라,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앞으로도 극단적인 정치 지형하에서 추진될 것임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의존하지 않고, 의회 절차를 통한 법률 제정을 실현했다는 점은 향후 정책 집행의 지속 가능성과 정당성을 강화하는 기반으로 작용할 것이다.

    OBBBA는 미국의 조세 및 산업 전략을 재편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공급망의 정치화를 제도화하는 기제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법률이라는 형식을 통해 기술 안보, 에너지전환, 공급망 통제 영역이 통합됐고, 단순한 경제정책이 아니라 지정학적 전략으로서 기능할 여지도 생겼다. 향후 OBBBA 시행령, 가이던스(규범), 면책 표 등 세부 지침이 제정되는 과정에도 이런 법의 구조적 방향성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고, 글로벌 산업 질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트럼프 정부가 입법화에 성공한 OBBBA가 단순한 예산 관련 법안을 넘어 향후 통상 협상의 유력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법안의 재정적 기반이 관세 수입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백악관은 향후 10년간 약 2.8조달러의 관세 수입을 예상하는데, 이 수치는 법안의 재정 균형을 맞추는 핵심 수단으로 설정돼 있다. 

    그러나 이 관세는 대부분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기반한 행정명령에 따라 도입된 것으로, 최근 미국 국제무역법원의 IEEPA에 의거한 관세 조치에 대한 위법 판단과 함께 미국 헌법상 관세권이 의회에 속한다는 점에서 사법적 위헌 심판에 직면해 있다. 만약 연방 법원이 이러한 관세 부과를 위헌으로 판단할 경우, OBBBA의 재정 추계는 근본적으로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2기 정부는 OBBBA 통과를 기반으로 더 적극적인 통상 압박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에서 미국과 협상을 진행 중인 주요국 협상의 귀추가 주목된다.


    용어설명
    • 1감세 및 일자리법(TCJA)

      2017년 12월 트럼프 1기(2017~2020년) 정부와 공화당 주도로 제정된 세제 개편 법안으로, 1986년 이후 최대 규모의 세제 개편으로 평가받는다. 연방 법인세 최고 세율을 기존 35%에서 21%로 낮추고, 개인소득세율 구조를 개편해 전반적인 세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미국 기업이 해외 자회사 등에 쌓아둔 수익을 미국으로 가져오기 위한 일회성 세율 적용 및 국제 조세 체계 전환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해당 법안은 미국 내 투자 확대와 고용 창출을 유도한다는 명분으로 추진됐지만,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유리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 2금지 외국 단체 (PFE·Prohibited Foreign Entity)

      미국 정부가 지정한, 국가 안보 또는 대외 정책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는 외국 기업 또는 기관을 말한다. PFE로 지정된 단체는 미국의 보조금, 세액공제, 정부 지원 프로그램 등에서 배제되며, 미국 기업이 해당 단체와 협력하거나 거래할 경우 법적, 재정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주로 중국 기업이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AI), 통신 등 전략산업에서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을 낮추고,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목적이 있다.

    • 3반도체 칩과 과학법 (칩스법)

      2022년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법안으로, 반도체 산업의 미국 내 생산과 R&D를 지원하기 위한 종합 산업 정책이다. 칩스(CHIPS)는 ‘Creating Helpful Incentives to Produce Semiconductors’의 약자로, 미국 반도체 제조 기반을 강화하고, 중국 등 경쟁국과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 반도체 제조 시설 및 R&D 투자를 지원하고, 동시에 과학기술 인력 양성, 기초과학 연구, 지역 혁신 클러스터 육성 등을 포함해 장기적 기술 패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기반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