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글로벌 트렌드 ‘트럼프 집권 이후 경제·안보 환경 변화와 국내 방위산업의 대응 과제’ 韓 방위산업 기회와 위기…트럼프 시대 맞는 방위산업 외교 전략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한국 방위산업(이하 방산)은 중대한 외부 환경 변화에 직면했다. 트럼프식 외교는 안보 협력을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특징으로,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무기 수출 조건화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1) 국가는 미국산 무기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자주국방을 강화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은 8000억유로 규모의 재무장 계획을 통해 방산 공급망 자립에 나서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트럼프 집권 이후 경제·안보 환경 변화와 국내 방위산업의 대응 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변화가 단기적으로는 한국 방산 기업에 수출 확대 기회를 만들지만, 장기적으로는 반사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미 방산 협력이 트럼프식 압박으로 위축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산업연구원은 국방상호조달협정(RDP-A)2) 조기 체결과 함정 MRO(유지·보수·운영)3) 협력, 중동 및 유럽 대상 범부처 수출 지원 체계 강화 등을 대응책으로 제안했다.

트럼프發 재무장 경쟁, 한국 방산에 기회와 위기

트럼프 정부는 관세와 환율,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연계하며 동맹국에 양자 협상을 강요하고 있다. 방위비를 협상 카드 삼아 동맹국의 무기 구매 확대를 유도하는 전략이다. 이는 동맹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자극했고, NATO 국가는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을 낮추기 위한 대대적인 재무장에 나섰다. EU는 약 8000억유로 규모의 재무장 계획을 발표했고, 캐나다도 미국산 무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F-35 구매를 재검토하고 있다. NATO 회원국의 국방 예산 확대는 단기적으로는 한국 방산업계에 수출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유럽 내 개별 국가의 긴급 조달 수요가 늘어나면서, 한국산 무기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반사이익은 오래가지 않을 전망이다. 유럽방위청(EDA)을 중심으로 한 공동 조달 및 역내 공급망 복원이 본격화할 경우, 한국산 무기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EU는 공동 조달 프로그램, 유럽방위산업강화공동조달법(EDIRPA), 탄약 생산 지원법, 유럽방위산업프로그램(EDIP) 등 대형 정책을 통해 방산 생태계 자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정책과 사업은 2025~2027년에 집중돼 있어, 이르면 2030년 내 한국 방산 업체가 누리던 반사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보다 직접적인 위험은 한미 방산 협력 위축이다. 한국은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0.07% 수준의 방위비 분담금을 지불하고 있어, 일본(0.04%), 독일(0.003%)보다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100억달러 규모의 방위비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방위비를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양국 간 첨단 무기 체계 공동 개발이나 미국 공급망 진입 논의 등이 지연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외교 갈등을 넘어, 국내 방산의 질적 성장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한국의 방산 수출은 대부분 재래식 무기 체계에 집중돼 있다. 센서와 위성, 인공지능 기반 감시 정찰 체계(AI/ISR) 등 고부가가치 첨단 무기 비중은 사실상 0%대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 협력해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시장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여기에 더해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수출 경쟁도 한층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는 안보 협력과 무기 수출을 직접 연계하는 성향이 강해, 외교력과 경제력이 부족한 한국은 주요 방산 시장에서 미국산 무기와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중동 국가는 방산 제품 수입 조건으로 원유·광물 등 현물 거래를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이에 대응한 수출 전략 구축도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트럼프 시대의 방산 외교,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3대 대응 전략

이러한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세 가지 과제가 요구된다. 첫째, 한미 RDP-A의 조속한 체결이다. 이 협정은 상호 방산 조달 시장을 개방하는 협정으로, 미국산우선구매제도(BAA)4)한국산우선제도(KDC)5)처럼 방산 시장 진입 장벽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다. 일본은 SM-3 무기 체계 공동 개발 당시 이 협정을 체결해 협력을 강화한 바 있다. 한미 간 RDP-A는 조 바이든 정부 시절 논의가 시작됐으나 현재 협정 진행 상황은 다소 불투명하므로 조속한 협상이 필요하다.

둘째, 미국이 취약한 분야인 함정 MRO 부문을 협력 카드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방위비 분담금협상에서 레버리지로 작용할 수 있고, 동시에 미국 공급망 진입의 실마리로도 작용할 수 있다. 셋째, 유럽과 중동 등 미국 기업과 수출 경쟁이 치열한 지역을 중심으로 범부처 차원의 수출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중동 국가가 방산 제품과 원유·광물 현물 거래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므로, 현물 거래 관련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전담 기업을 발굴하는 등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결국 트럼프식 외교는 한국 방산에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던지고 있다. 단기적인 수출 확대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제도적 기반 마련, 전략적 협력 주도권 확보, 기술 고도화 등 종합적 대응이 필요하다. 트럼프 시대에 맞는 새로운 방산 외교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용어설명
  • 1북대서양조약기구(NATO)

    1949년 창설된 집단 안보 군사 동맹으로, 미국·캐나다, 유럽 국가 등 32개 회원국이 가입해 상호 방위를 약속하고 있다.

  • 2국방상호조달협정 (RDP-A·Reciprocal Defense Procurement Agreement)

    서로 방산 시장을 개방하고 차별 없이 조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양자 간 협정이다.

  • 3함정 MRO (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

    군함·잠수함 등 해군 함정을 대상으로 한 유지(maintenance), 수리(repair), 정비·개량(overhaul) 작업 전반을 뜻한다.

  • 4미국산우선구매제도 (BAA·Buy American Act)

    1933년 제정된 미국 연방법으로, 연방 정부 조달 시 미국산 제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규정한 제도다.

  • 5한국산우선제도 (KDC·Korean Domestic Content requirement)

    국내 방산 제품 조달 시, 국산 또는 국내에서 일정 비율 이상 생산된 부품·소재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