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산업은 빠르게 변화하는 경제와 기술 전반에 걸친 구조적 변화 속에서 전례 없는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구매력 저하, 글로벌 관세정책의 불확실성, 지속 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 디지털 기술과 모빌리티 서비스 확산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자동차 소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수요 증감 차원을 넘어, 세대별 차량 구매 기준 전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 딜로이트그룹은 2023년 11월부터 2025년 4월까지 국내 1000명 이상 소비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세대별 자동차 구매 의향과 주요 결정 요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또한 각 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 유형과 전기차 선호도를 고찰했다. 국내 소비자를 상대로 한 조사 결과지만 해외 자동차 시장의 세대별 차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년층, 자동차 수요의 중심축
세대별 자동차 구매 의향을 분석한 결과, 중장년층(35~54세)이 지속적으로 구매 의향이 가장 높은 시장의 핵심 실수요층이었다. 이들은 가구 단위 차량 교체 주기, 가족 구성 변화, 출퇴근 및 자녀 이동 수요 등 실질적 이동 필요에 기반한 구매 의사 결정이 활발하다. 구매력과 금융 접근성이 안정적인 세대다. 향후에도 수요의 중심축 역할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반면 젊은 소비자층(18~34세)의 구매 의향은 하락세를 보인다. 2024년 1~10월 기준 20대의 신차 등록 비율은 5.3%로, 통계 집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2010년 21.1%에서 14년 만에 절반 이하로 감소한 수치다. 고금리 환경과 생계비 부담 증가로 구매 여력이 제한됐고, 차량을 선택적 소비재로 인식하는 세대 특성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젊은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차량 구매 대신 카셰어링, 차량 구독 등 대안적 모빌리티 솔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한국의 젊은 세대는 글로벌 대비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Mobility as a Service)1)실사용률이 낮아, 결국 자동차 실수요층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시니어층(55세 이상)은 전반적으로 구매 의향은 낮은 수준을 보이지만, ‘액티브 시니어’로 불리는 건강하고 활동적인 고령 소비자층의 부상과 함께 자동차 의존도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2023년 기준 60대의 신차 등록 대수가 10년 전보다 129% 증가했는데, 시장 내 비중도 6%에서 11.4%로 확대됐다. 고령층 인구 자체가 증가한 영향이 크지만, 시니어 소비 층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이 절대 작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통념과 달리 전기차 선호하는 시니어
브랜드 선호도 측면에서도 세대별 뚜렷한 차이가 확인된다. 시니어층은 현대차(48.2%)와 기아(21.6%)에 대한 선호가 높았고, 르 노코리아(8.8%)의 선호도 역시 다른 세대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국내 브랜드의 신뢰성과 접근성에 대한 기대가 구매 의사 결정에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젊은 소비자층은 BMW(8.9%), 아우디(7.7%) 등 수입차 브랜드에 관한 관심이 다른 세대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제네시스 선호도 또한 7.2%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해, 주목할 만하다. 이는 젊은 세대가 수입차의 감성적 가치와 프리미엄 브랜드 경험을 선호하고 있으며, 국산 고급 브랜드에 대한 인식 역시 긍정적으로 형성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와 더불어 혼다(1.4%), 포드(1.5%), 캐딜락(1.3%) 등 일부 수입 브랜드에 대한 응답도 상대적으로 높아, 다른 세대 대비 다양한 브랜드를 고려하는 성향을 보인다.
중장년층의 선호는 특정 브랜드에 집되기보다 국내 브랜드를 중심으로 선호 브랜드가 비교적 고르게 분포돼 있다. 브랜드 이미지보다는 가격, 유지비, 프로모션 등 실질적 조건을 중시한다. 실용성과 효율성을 고려한 합리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의 전기차 구매 의향을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시니어층 구매 의향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가 전기차 주요 수요층으로 여겨졌던 기존 인식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는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야외 활동이나 여행을 즐기는 장년층이 증가한 것이 배경으로 보인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시니어층이 하이브리드차를 가장 선호하는 연령대라는 점이다. ‘다음 차량 구매시 선호하는 엔진 유형’을 물어본 2025년 3월 조사에 따르면, 시니어층은 하이브리드차가 4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젊은 소비자층 및 중장년층은 여전히 내연기관(가솔린·디젤)차를 가장 선호하고 있어,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이는 하이브리드차가 실용성과 경제성을 중시하는 시니어층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판매 통계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확인된다. 50대 이상 연령층이 가장 많이 구매한 차량은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쏘렌토 하이브리드 순이었다. 시니어층의 하이브리드 차량 선호가 실 구매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전기차에 대한 시니어층의 선호도 역시 15%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일반적으로 고령층이 전통적인 내연기관차를 선호할 것이라는 통념과는 반대되는 결과다. 국내의 경우 아파트 및 다세대주택 거주 비중이 높아 공용 충전기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주거 환경이 시니어층의 전기차 도입 허들을 낮춘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즉, 시니어층은 충전 편의성과 실용성을 중심으로 전기차에 대한 실용적 수용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시니어층의 전기차 선호는 단기 트렌드를 넘어 구조적인 수요 전환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 시장에서 시니어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한 제품 설계와 맞춤형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용어설명
- 1서비스형 모빌리티(MaaS)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이동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종류의 교통수단을 연결해 하나의 앱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공유형 퍼스널모빌리티, 자율주행 셔틀, 지하철, 택시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포함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