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와 영국이 7월 24일(이하 현지시각)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영국이 2020년 유럽연합(EU)을 탈퇴(브렉시트)하면서 2021년부터 양국 간 FTA 체결을 위한 대화가 시작됐고, 2022년 FTA 체결을 위한 협상이 본격화했다. 하지만 상품과 서비스, 투자 부문과 관련해 이견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FTA 공식 협상은 3년 넘게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올해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양국은 FTA 체결 필요성이 커졌고, 지난 5월 FTA 합의에 이어 체결식까지 마쳤다. 이번 협정은 인도 연방 내각과 영국 의회의 승인을 각각 거쳐 1년 이내에 발효될 예정이다.
인도와 영국은 이번 협정으로 자동차, 위스키, 섬유 등 주요 품목 관세를 서로 낮추고, 양국 기업의 시장 접근을 확대하기로 했다. 인도가 영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는 평균 15%에서 3%로 낮아진다. 특히 스카치위스키에 부과한 관세는 150%에서 75%로 대폭 낮아지고 향후 10년 동안 40%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낮출 예정이다. 또 영국산 자동차도 100%를 넘던 관세율이 쿼터(할당량) 제도를 통해 향후 5년 내 10%로 인하된다. 인도가 영국으로 수출하는 섬유 등 제품의 99%는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된다.
인도가 수입하는 영국 생산 품목의 90%도 관세가 인하된다. 인도산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차는 쿼터 방식으로 영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세계 경제 규모 5위인 인도와 6위인 영국은 이번 협정을 통해 양국 간 무역 규모를 2040년까지 340억달러 추가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4년 양국 교역액은 570억달러에 달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인도의 섬유, 신발, 보석, 해산물, 기술 제품이 영국 시장에서 접근성을 얻게 됐다”라며 “인도는 영국산 제품을 매력적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번 FTA 체결은 브렉시트 이후 체결한 가장 크고 중요한 무역협정”이라며 “수천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했다.
영국 BBC는 “인도는 이번 협상으로 몇 년 내 세계 3위 경제 대국으로 부상할 것”이 라며 “영국 정부는 FTA 체결로 연간 48억파운드의 경제 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했다. 인도와 영국은 FTA 체결을 발판 삼아 국방과 기후, 교육, 기술혁신 분야에서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했다. 또 정보 공유와 공조를 통해 부패, 사기, 불법 이주, 조직범죄 등 대응에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