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으로 일본 자동차 업계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무역확장법 제232조를 활용해 국가 안보를 근거로 완성차 및 엔진 등 핵심 부품에 대해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일본은 미국의 기존 대일 자동차 관세율 2.5%에 추가 관세 25%를 더해 총 27.5%의 관세율을 적용받게 됐다. 이는 일본 자동차 산업, 나아가 일본 지역 경제 및 국가 경제 자체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정부는 1기 정부 때도 일본에 대해 자동차 추가 관세를 부과하려고 했다. 당시 아베 신조 정부는 트럼프 정부 자동차 관세를 막기 위해 총력을 다했다. 그 결과 미·일 무역협정을 체결하며 자동차 추가 관세를 피했다. 일본은 미국에 소고기와 돼지고기 관세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수준과 동일하게 적용해 일본 내 반발을 무마하면서 미국의 자동차 관세를 회피할 수 있었다. 소고기에 대한 관세를 2018년 27.5%에서 2033년 9%로 인하하는 식이었다.
미·일 무역협정을 체결하면서 양국 정상은 “협정이 성실히 이행되는 한 일본의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대해 추가 관세는 부과하지 않는다”라는 점을 상호 확인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본은 여전히 미국에 대해 미·일 무역협정에 따른 관세 인하 약속을 계속 이행하고 있다.

日 자동차 산업, 미국에 과도한 의존이 문제
미국산 소고기 관세율을 2025년 4월 1일 22.5%에서 21.6%로 인하했다. 일본 내에서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미국에 대해 계속 미·일 무역협정에서 맺은 약속을 지켜야 하는가에 대한 불만과 자조가 있다. 일본은 자동차 산업에서 미국에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다. 이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내줄 수밖에 없는 것이 일본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트럼프 관세를 막아내기 위해 총력을 다했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굴욕적인 외교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미국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각종 제안을 미국에 던졌다. 일본 기업의 대미 투자가 고용과 산업 부흥을 가져왔다는 점을 홍보했고, 향후 대미 투자를 누적 1조달러까지 확대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도 제시했다. 에너지 패권을 중시하는 미국 입장을 고려해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확대하고 알래스카주 석유·천연가스 사업에 관한 미·일 합작 사업에도 참여 의지를 제시했다.
미·일 정상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은 곧 역사에 남을 기록적인 양의 미국산 천연가스를 수입할 것”이라 밝혔으며, 이시바 총리는 “일본은 LNG 뿐 아니라 바이오에탄올, 암모니아 자원을 안정적이고 합리적 가격에 제공받는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에 호소한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트럼프 관세를 피하지 못했다. 오히려 일본이 기대했던 것보다 더 강력한 관세 폭탄을 맞았다. 상호 관세가 그것이다.
일본에는 24%의 상호 관세가 적용된다. 일본의 대미 관세율은 일부 농산물을 제외하면 이미 낮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일본은 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상호 관세율을 적용받을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24%의 관세율이 발표되자 일본은 거의 패닉 상태에 빠졌다. 기대치보다 높아도 너무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자동차 관세는 상호 관세와는 다른 별도의 목적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협상을 통해 이를 철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일본에 급속히 확산했다. 자동차는 미국 제조업의 상징이고 일본 자동차는 이를 파괴한 원흉이라는 미국 일부 지역과 계층의 정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도요타가 나고야 인근 도요타 시(市) 공장에서 1세대 ‘크라운’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 1959년이었다. 도요타는 그 이후 66년간 인구가 세 배나 증가하면서 번영을 구가해 왔다. 반면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있는 미국 디트로이트는 1959년 인구가 정점을 찍었고 그 후 쇠퇴를 거듭하다가 2013년에는 급기야 재정 파탄에 빠졌다. 이 얼마나 대조적인 역사의 흐름인가. 이 같은 미국 제조업의 몰락을 봐 온 일부 미국인 의 가슴속에는 수입차, 특히 일본 차에 대한 원망과 질투가 꿈틀거리고 있다. 자동차 관세를 밀어붙이는 정치적 원동력도 여기에 있다.

미국의 자동차 관세 철회 실패 시, 일본 내 생산 축소 가속화 위험
도요타는 2024년에 233만 대를 미국에서 판매했다. 이 중 미국 현지 생산이 127만 대, 일본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한 것이 53만 대, 캐나다 및 멕시코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한 것이 약 53만 대로 추정된다. 절반 정도를 미국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하고 있으나 여전히 일본 내 생산 비중이 높다. 도요타 자동차는 일본 내 생산을 고집스럽게 유지하려 노력해 왔다. 2025년 3월 말까지 1년간 도요타는 323만 대를 일본 내에서 생산했다. 그중 약 3분의 2는 미국을 포함한 해외에 수출했다. 그러면서도 도요타 영업이익은 66%가 일본 내에서 나온다. 수출을 많이 하면서도 일본에서 적잖은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일본의 법인세는 다른 국가보다 높다. 세금을 더 많이 내더라도 생산지 기준으로 이익을 잡는다. 일본 내 생산을 중시하는 도요타 전통을 보여주는 사례다. 도요타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연간 ‘일본 내 300만 대 생산 체제’를 고집해 왔다.
이 정도 생산 규모가 돼야 도요타 주변에 집적한 생산 클러스터가 효과적으로 기능하면서 혁신과 비용 절감을 가능하게 해 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자동차 관세로 도요타의 일본 내 생산 유지 전략이 수정될 처지에 몰릴 수도 있다. 도요타는 일단 미국 내 판매 가격을 유지하고 원가 절감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점차적인 관세 가격 전가가 불가피하다. 이는 미국 내 판매 감소로 이어지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본 내 생산을 줄이고 미국 생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생산을 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도요타가 고집해 온 일본 내 300만 대 생산 체제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 교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9조엔의 자금을 보유한 도요타는 버틸 수 있겠지만, 중소기업을 포함한 일본 내 공급망엔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2020년 산업 연관표에서 생산유발 계수 상위 10개 부문 중 ‘이륜자동차’ ‘승용차’ ‘트럭·버스·기타 자동차’가 각각 1, 2,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자동차 산업은 파급효과가 크다. 일본 내 수요가 감소할 때는 그만큼 악영향도 크다는 의미이다. 닛산은 더 큰 위기에 봉착했다. 닛산은 2025년 3월 연결결산에서 6708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가만히 놔둬도 존망이 우려되는 기업에 트럼프 관세가 밀어닥쳤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닛산은 2024년에 미국에서 90만 대가 약간 넘는 자동차를 판매했는데 그중 절반 정도가 미국 현지 생산이고 나머지가 일본과 캐나다에서 생산해 수출한 것이다. 일본 생산 비중이 약 20% 정도를 차지한다.
그러나 닛산은 관세 이외의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지나친 확대 노선으로 빚어진 과잉생산이 바로 그것이다. 닛산은 혼다와 경영 통합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닛산이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당시 혼다는 닛산 종업원 13만 명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4만 명 정도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는데, 닛산이 이를 거부했다. 그러나 생존을 위해서는 어찌하랴. 2025년 4월에 새롭게 부임한 이반 에스피노사 사장이 2025년 5월 13일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일본 내 5개 생산 공장을 포함해 전 세계 7개 공장을 폐쇄하고 전 세계 종업원 15%에 해당하는 2만 명을 감축한다는 내용이었다. 닛산은 일본 내 공장 폐쇄 등 일본 생산 체제에 대해서는 극도로 대응을 자제해 왔으나 이번 구조조정에서는 이를 포함했다. 또한 미국에서 생산 축소 방침은 트럼프 관세를 계기로 철회하기로 하는 등 글로벌 생산 체제 재조정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예정이다.
혼다는 어떠한가. 혼다는 2024년에 약 140만 대 정도를 미국에서 팔았다. 미국 판매 자동차 중 60% 정도는 미국 현지 생산이었고 나머지는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생산하여 미국에 수출하였다. 일본에서 생산하여 미국에 수출한 것은 비중이 지극히 미미하다. 캐나다와 멕시코 생산에서 캐나다가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캐나다 공장은 미국산 부품 사용 비율이 높아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1)을 활용한 관세 경감이 더 쉽다고 알려져 있다. 혼다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캐나다와 멕시코 생산을 향후 미국으로 이전해 2~3년간에 걸쳐 미국에서 최대 30%를 증산하며 궁극적으로 미국 판매 대수의 90%를 미국 현지 생산으로 충당한다는 경영 전략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혼다는 도요타나 닛산보다 더 적극적으로 현지 생산을 통해 관세 문제를 돌파하고자 한다.
일본 중소 자동차 업체, 트럼프 관세에 더 큰 취약
중소 자동차 업체는 훨씬 더 트럼프 관세에 취약하다. 마쓰다는 2024년 약 40만 대 정도를 미국에서 판매했는데 그중 절반가량이 일본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한 것이다. 관세에 상당히 노출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미쓰비시자동차는 거의 100% 가까이 일본에서 미국으로 수출한다. 스바루 또한 40%정도를 일본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 내 생산에 많이 의존하는 업체는 관세에 더 많이 노출돼 있어서 대응하기가 어렵다. 특히 이들 중소 자동차 업체는 수익이 많지 않아서 글로벌 생산 기지를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조정하기 매우 어렵다. 마쓰다의 사례를 보자. 마쓰다는 미국에서 ‘대형 상품군’으로 불리는 대형 SUV CX-90와 CX70을 주력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 상품 한 대당 이익은 마쓰다 자동차 평균보다 두 배 높다. 그런데 이 상품군은 모두 일본 야마구치현에서 생산된다. 25% 자동차 추가 관세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만일 관세를 피하려면, 미국으로 생산을 이관해야 한다.
그러나 마쓰다의 수익으로는 막대한 투자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설령 마쓰다가 투자를 단행해도 공급망이 미국으로 따라오지 못한다는 것이 마쓰다 경영진의 판단이다. 부품을 모두 일본에서 수입해서 써야 한다는 것이다. 관세와 물류비 등을 고려하면 합리적이지 않은 방법이다. 그렇다면 관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어려운 숙제가 마쓰다에 주어졌다. 트럼프 관세가 장기적으로 고착된다면, 일본 내 자동차 생산은 축소되고 대미 수출은 감소할 것이 자명하다. 일본 재무성이 6월 18일 발표한 무역 통계에서는 자동차 수출액이 24.7% 감소했고 수출 대수도 3.9% 감소했다. 수출액을 수출 수량으로 나눈 수출 단가는 한 대당 354만엔으로, 전년 동월 대비 무려 21.7%나 하락했다. 자동차 추가 관세 25%를 거의 가격 인하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日 자동차 산업 전동화·지능화 대응 어려움, 美 관세로 가중
일본 자동차 업체는 초기에는 관세를 가격에 전가하기보다 비용 절감으로 버티는 전략을 취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수출 물량 축소는 발생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로 인한 수익 감소를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더구나 미국은 일본에 대해서도 환율 협상을 요구한다. 엔화 가치가 지나치게 낮다고 비판한다. 만일 미·일 간 환율 협상을 통해 엔화 가치가 상승한다면, 수익성은 더욱 나빠질 것이다. 언젠가는 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점차 국내 설비투자를 조정하고 미국 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기업의 투자 형태가 전환될 수 있다. 앞서 도요타와 닛산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혼다는 이미 대미 투자를 가장 적극적으로 해 왔고 앞으로 더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본 내 자동차 산업의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어느 국가나 지역에 투자하든지 수익만 잘 내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제조업의 꽃’ 자동차 산업은 일본이 숱한 난관 속에서도 끝까지 지켜낸 일본 제조업의 상징이다. 일본 내 클러스터에서 수많은 기술자, 생산자, 기업 간, 이른바 조정형(스리아와세)2)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 온 산업이기도 하다. 일본 내 생산 거점이 허약해지더라도 해외투자로 일본 자동차 산업의 혁신 역량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특히 미국에는 자동차 산업을 지탱해 주는 기초산업이 취약하고 유능하고 성실한 노동력을 확보하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일본의 기초산업 기업을 모두 해외로 데려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러한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더구나 일본 자동차 업체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여겨지는 자동차 전동화와 지능화 추세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트럼프 관세가 없다하더라도 일본 자동차 산업이 당면한 도전 과제는 만만치 않다. 트럼프 관세는 여기에 하나 더 무거운 숙제를 올려놓은 격이다. 일본 정부가 협상을 통해 반드시 자동차 관세를 철폐해야 하는 이유는 이제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유감스럽지만 우리도 일본과 유사한 상황에 당면해 있다. 양국 정부의 대미 관세 협상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간절히 빌어 본다.
용어설명
- 1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USMCA)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는 무역협정으로, 2020년에 발효됐다. 자동차 산업 규제, 농업 수출 확대, 디지털 무역 규정 강화, 지식재산권 보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과 규제를 현대화했다.
- 2조정형 (스리아와세)
일본에서 사용되는 개념으로 기업이나 조직 간 협력과 조정을 통해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방식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