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뉴스 글로벌 현장 리포트 KOTRA 해외 현지 보고 원전으로 본격 에너지 자립 행보 나서는 튀르키예
  • 이요섭 튀르키예 이스탄불 무역관
  • 최근 튀르키예는 국가 에너지 안보 강화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 확보를 위해 원자력발전(원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자국 최초 원전 사업으로 ‘아쿠유(AKKUYU) 원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튀르키예의 에너지 자립 목표 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진행 과정에서 정치적, 경제적, 기술적 과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아쿠유 원전 건설 경험은 튀르키예의 원자력 기술 역량을 향상시키고 향후 추가적인 원전 사업 추진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전략적 중요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안보·기술·부품 공급 이슈 극복 필요

    아쿠유 원전 프로젝트는 공공-민간 파트너십(PPP) 방식 중 건설-소유-운영(BOO·Build-Own-Operate) 모델을 채택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는 건설 자금 조달부터 공사 그리고 완공 후 60년으로 예정된 운영까지 러시아 측이 전적인 책임을 지는 구조를 의미한다. 원전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핵폐기물 또한 러시아로 이관해 처리하게 돼 있다.

    2010년 5월 러시아와 튀르키예 양국 간의 정부 협정 체결을 통해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네 개의‘VVER-1200’ 발전 유닛을 설치해 총 4800㎿(메가와트)의 발전 용량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실이 될 경우 완공 후 튀르키예 연간 필요 전력의 약 10%를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튀르키예의 에너지 믹스 및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다만,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여러 이슈가 제기됐다. 안보 관련 이슈가 그중 하나다. 아쿠유 원전 부지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핵무기 저장 시설이 있는 인지를리크 공군 기지와 나토의 탄도미사일 방어 레이더 시설이 있는 퀴레지크 공군 기지와 가깝다는 점이 우려를 낳고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원전 보호를 명분으로 군사 인력 및 자산을 나토 주요 시설 인근에 배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며 전략적 불안정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이 두 공군 기지는 2019년 튀르키예가 러시아산 S-400 방공 시스템 도입으로 미국 제재 논의에 직면했을 당시, 튀르키예가 미국에 대해 기지 사용 제한 가능성을 경고했을 정도로 전략적 중요성이 매우 크다.

    기술 및 부품 공급과 관련된 문제도 있다. 애당초 2023년 첫 번째 원자로 가동을 계획했으나, 핵심 부품 공급 차질로 인해 가동 시점이 지연되기도 했다. 전기 전송에 필수적인 핵심 부품을 보유한 독일 기업의 부품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일정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회사와 해당 부품의 생산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문제는 대(對)러시아 제재와 연관 있는 것으로 분석되지만, 튀르키예 측은 자국은 제재 대상이 아니며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하며 부품 공급 정상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2024년 12월 열린 아쿠유 원자력발전소 1호기 터빈 설치 완공식. AKKUYU

    차기 원전 프로젝트 추진 기대감

    아쿠유 원전 경험은 향후 튀르키예가 추진할 추가적인 원전 프로젝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튀르키예 정부는 차기 원전 사업 추진 시 현지화 요건을 부과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아쿠유 원전에도 튀르키예 건설 기업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듯이, 현지 기업의 참여를 확대해 국내 산업 육성 및 기술이전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아쿠유 원전에 참여한 현지 기업은 향후 시놉 원전 사업 등 새로운 원전 프로젝트 참여에 강한 의향을 보이며, 자사의 아쿠유 원전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외국 파트너에게 좋은 협력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원전의 안전성이 매우 중요하므로 고위험 기자재를 튀르키예산으로 대체하는 데는 일정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현실적인 우려도 있다.

    튀르키예는 아쿠유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통해 러시아 원전 기술에 대한 이해도와 친밀도를 끌어올렸다. 업계에 따르면, 약 1만 명에 달하는 러시아 기술자가 아쿠유 원전 프로젝트에 참여해 튀르키예에 러시아 기술을 전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지 기업이 러시아 기술에 익숙해진 만큼, 향후 프로젝트에서도 아쿠유 원전에 사용된 장비의 규모와 표준을 기준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 이는 미국, 유럽식 기술 경험이 부족한 튀르키예에서 새로운 기술 방식 도입 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또한, 향후 원전 프로젝트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으로 추진하게 될 경우, 사업 비용 충당을 위한 적정 전력 단가 설정 및 전력구매계약(PPA) 관련 보증에 대한 양국 또는 다자간 합의가 필수적이며 중요한 협상 과제가 될 것이다. 튀르키예의 두 번째 원전 부지로 거론되는 시놉 지역의 경우, 과거 2013년 일본-프랑스 컨소시엄이 수주했으나, 2020년 사업비 증가로 중단된 이력이 있다. 한국이 2023년 1월 시놉 원전 사업에 대한 예비 제안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SMR 도입 관심…韓에 기회

    튀르키예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1) 사업에 관한 적극적인 관심도 표명하고 있다. 국토가 동서로 길게 펼쳐져 있어 대규모 원전과 전력망 연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데, SMR을 지역별로 분산 배치하면 이러한 전력망 연결의 애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튀르키예의 원자력 에너지 시장은 아쿠유 원전이라는 튀르키예 최초 원전 프로젝트를 통해 첫걸음을 내디뎠으며, 이를 통해 기술적 경험과 현지화 역량을 축적하고 있다. 튀르키예 정부의 에너지 안보 강화 의지, 증가하는 전력 수요 그리고 현지화 및 기술 다변화에 대한 장기적인 정책 방향은 이 분야의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할 동력이 될 것이다.

    특히 SMR과 같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관심 그리고 시놉 원전 같은 후속 프로젝트 추진 움직임은 한국을 포함한 국제적인 원자력 기업에 중요한 사업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글로벌 기업은 튀르키예 원자력 시장의 복잡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원전 프로젝트와 관련해 법적 자문을 제공한 경험이 있는 현지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튀르키예에서 원자력발전소를 설립하는 과정은 국내외 법적 규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기업이 따라야 할 법적 구제 절차 등에 대한 이해는 프로젝트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실현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용어설명
    • 1소형모듈원자로(SMR)

      대형 원전의 핵심 장치를 하나로 합쳐 크기를 줄인 소형 원전.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대형 원전에 비해 작고, 사고가 나도 피해가 제한적이라 ‘차세대 원전’이라고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