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하 트럼프)이 집권한 후 미국 정부의 무역 협상 전략은 대체로 성과 중심적이며, 정치적 이익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는 5월 20일 ‘미·영, 미·중 무역 합의를 통해 본 트럼프의 성과 중심 협상 전략’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단기 성과를 도출하고, 협상 지속의 기반 마련을 위해 제한된 분야에서 부분적 합의를 선호한다. 이는 5월 8일(이하 현지시각)과 5월 12일에 각각 진행한 미·영 무역합의와 미·중 무역 합의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트럼프는 협상 과정에서 정치적인 이익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고, 정치적으로 유리한 분야에 집중해 단기 성과를 도출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이끌었다. 부분적인 양보를 통해 갈등을 피하고, 협상 구도를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유지하는 것이 트럼프의 협상 스타일이다. 이를 통해 상대국과 전면적인 충돌을 피하면서도 정치적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했다.

미·영 무역 합의, 전략적 유연성 기반 제한적 합의 

트럼프 정부는 5월 8일 체결한 미·영 무역 합의를 포괄적인 성과로 평가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에 대해 실질적으로 제한된 분야에서 부분적 합의에 불과하며, 핵심 현안 대부분이 유보됐다는 등의 이유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미·영 무역 합의에서는 트럼프의 전략이 더 명확히 드러났다. 미·영 무역 합의는 전면적인 합의보다는 일부 산업에 대한 제한적인 합의로 평가된다. 일부 상품에 대한 양국의 상호 관세를 낮추는 것이 골자였다. 일례로 영국은 미국산 소고기에 부과하던 20%의 관세를 면제받았다. 하지만 성장 촉진 호르몬을 사용한 소고기는 여전히 수입이 금지돼 있어 실질적인 효과는 제한적이다.

또한 미국은 영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25%의 관세를 면제했다. 하지만 이는 향후 새로운 합의를 전제로 한 임시적인 조치에 불과하다. 의약품 분야에서도 불확실성이 여전히 있으며, 미국 상무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의약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었다. 서비스 분야에서도 아무런 진전이 없어서 실질적인 성과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비판 받았다.

상대국에 부담을 주는 관세 압박을 통해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트럼프의 협상 방식이다. 그러나 영국은 트럼프의 관세 압박에 맞대응하기보다는 부분적인 양보를 통해 충돌을 피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열세인 국가가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접근법으로, 로프어도프(rope-a-dope)1) 전략에 비유할 수 있다. 미·영 무역 합의는 전략적 유연성을 바탕으로 제한적인 성과를 확보한 사례로, 미국과 양자 협상을 준비하는 다른 국가에 참고가 될 수 있다.

미·중 무역 합의는 미국의 전략적인 후퇴

5월 12일에 체결된 미·중 무역 합의는 미·영 합의와 유사한 특징을 보였다. 일시적으로 무역 긴장을 완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중국산 제품에 대한 90일간의 관세 유예로 미국의 대중국 관세정책은 일시적으로 완화됐다. 하지만 미국 내 투자 환경에 대한 신뢰 저하와 정책 불확실성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그로 인해 달러 약세가 초래됐고, 미국 가계의 구매력 저하와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같은 상황은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서 미국에 대한 투자 매력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또한 미·중 무역 합의는 실질적인 진전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중국이 지식재산권 보호나 공정 무역 등의 핵심 분야에서 양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트럼프 정부는 자국 기업의 공급망 관련 우려와 산업계의 압박을 외면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중국이 그런 부분을 향후 미국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미국 기업의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것은 물류와 재고 관리 측면에서 미국의 약점이다. 특히 미국 유통 업체와 제조 업체가 선호하는 정시 납품(just-intime) 방식2)은 무역 갈등이나 공급망 혼란 발생 시 구조적인 취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동남아 국가와 교역을 확대하고, 이들 국가를 환적 허브로 활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의 대중국 수출 감소분을 보완하고 있다. 대중국 압박을 강화하는 트럼프의 전략과 결이 다른 방식을 택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은 기술적 규제나 행정절차를 활용해 미국 제품의 출하를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이 같은 전략을 향후 미국과 후속 무역 협상에서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거나 경제적 대응 수단의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미·중 무역 합의와 미·영 무역 합의 모두 트럼프의 협상 전략에 따라 일시적인 성과를 도출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들 협상을 통해 도출한 부분적 합의는 향후 지속적인 협상을 위한 출발점이자 장기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기초가 될 수는 있겠지만, 남은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것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