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FTA 책으로 읽는 경제 통상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 피할 수 없는 인구 위기, ‘교육·노동 혁신’ 추진 필수

출생아 수 감소로 시작된 한국의 인구 위기만큼이나 한국의 미래를 절망적으로 보이게 하는 문제는 없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인구클러스터장을 맡고 있는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가 쓴 이 책은 한국의 청년 노동인구가 꾸준히 줄어들어 인구수가 약 3600만 명이 되는 2070년을 대비하는 제안이 담겨 있다.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 | 이철희│위즈덤하우스│2만원│312쪽│5월 22일 발행

흑사병만큼 위험한 인구 감소 위기

뉴욕타임스(NYT)는 2023년 12월 2일(현지시각) ‘한국은 소멸하는가(Is South Korea Disappearing)’1)라는 칼럼을 통해 한국이 14세기 유럽이 흑사병(Black Death)을 통해 겪은 재앙적인 인구 감소와 비견되는 안보와 경제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 인구 3분의 1가량이 사망한 흑사병과 비교해 한국의 인구 감소는 더 심각할 수도 있다고도 주장한다. 저자는 흑사병은 전 연령층 인구가 골고루 감소한 반면, 한국은 인구 규모가 줄어드는 것과 동시에 인구구조도 급격하게 바뀌기 때문에 더 심각하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2072년이 되면 총 인구의 절반 가까이로 늘어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유소년과 청년 인구는 현재의 약 40%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14세기 유럽과 비교해 기술·시장의 성격과 제도 등이 완전히 달라진 만큼 인구 변화는 국가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클 수 있다. 사회보험, 복지 제도, 연금제도, 교육제도, 상비군, 국제 노동시장 등 현재 사회의 근간이 되는 제도는 중세 유럽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인구 변화에 대한 대응 역량이 그때보다는 나아졌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구 변화와 기술 발전으로 향후 사회복지 서비스업, 음식점 및 주점업, 전문직별 공사업, 운송업, 자동차 제외 소매업 등 5대 산업의 노동력 부족이 심각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사회복지 서비스업의 노동력 부족 문제가 가장 두드러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10년도 남지 않은 2031년까지 약 37만 명의 노동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학력과 산업 간 대체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면 노동력 부족 규모는 73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저자는 예상한다. 2035년까지 1만 명의 의사 인력이 부족한 가운데 분야별 수급 불균형 문제가 심각해 가까운 장래에 뇌 수술을 받기 위해 외국 병원으로 가야 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의료 분야와 함께 고령자와 영유아 돌봄 분야는 이미 인력 부족 문제가 나타나고 있어 지금 당장 정책 수립과 정치적 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활동 참가율 올릴 사회적·제도적 개선 필요

저자는 미래의 인구 감소는 피해 갈 수 없지만, 노동시장의 앞날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장래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 정도는 기술 및 산업 변화가 가져올 노동 수요 변화에 따라서도 가변적이라고 주장한다. 인구가 줄어도 경제활동 참가율과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실질적인 노동 투입을 늘리는 방향을 제시한다. 가령 출생아의 장래 추이는 정해져 있지만 이들이 얼마나 생산적인 인력으로 성장할지, 얼마나 높은 비율로 노동시장에 참여할지, 또 얼마나 오래 일을 할지에 따라 노동 투입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현재 15~64세 인구 약 3분의 2가 경제활동에 참가하고 있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다. 특히 여성과 장년(50~64세) 인구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저조하다. 이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사회·제도적 개선이 이뤄지면 노동력 감소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외국 인력 유입을 늘리는 방법도 열려 있다. 저자는 인적 자본의 질을 개선하는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교육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새로운 세대를 더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인재로 키우기 위해 학생에게 다양한 선택권과 다시 시작할 기회를 주는 유연한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청년 중 누구도 ‘낭비되지 않도록’ 고등교육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적 자본의 질에서 청년 노동인구와 유사한 30대 중반과 4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높이는 대안도 제시한다. 일과 가정 양립 강화, 보육 지원, 노동 조건 개선 방안은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와 더불어 출생아 수 감소를 완화하는 두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청년과 중년 여성의 고용을 늘려도 부족한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고령 인구의 건강과 생산성을 높여 경제활동 참여를 늘리는 방안을 제안한다. 다만 정년 연장은 완전한 대안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청년 인력이 급감하는 부문과 정년 연장으로 장년층 고용 확대가 늘어나는 산업은 거의 겹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앞으로 노동력 부족이 가장 심각할 5대 산업인 사회복지 서비스업, 음식점 및 주점업, 전문직별 공사업, 운송업, 소매업은 정년의 의미가 크지 않은 업종이다. 인력 부족 문제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심각한 만큼 정년 연장은 대기업 장년 인력의 고용을 더 많이 증가시킬 것이기라는 한계도 있다. 임금 및 직무 구조의 충분한 변화 없이 인위적인 고용 연장을 강제하면 대기업과 공공 부문에서 청년 고용이 감소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외국 인력 유치2)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재 외국 인력은 향후 노동력 부족이 예상되는 5대 산업이 아니라 주로 일부 제조업, 건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농업에 집중되고 있다.

저자는 향후 국내 노동시장 수요에 부합하는 외국 인력을 유치 하기 위해 숙련 유형과 수준에 따라 세분화된 비자 체계, 국외에서 숙련 인력을 식별·채용하는 시스템, 외국인 유학생 활용 등 일곱 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우수하고 숙련도 높은 외국 인력이 한국에 오래 머물며 일하게 하려면 환경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 골자다.

결론적으로 저자의 주장은 인구가 감소해도 경제 활동 참여율과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를 줘서 노동력 급감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적 자본을 탄력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 시스템을 혁신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노동의 이동성을 높일 것을 제안한다. 이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 부분이다. 여기에 국내 노동시장의 수요에 맞는 외국 인력을 잘 선별해서 도입하는 정책 변화의 필요성도 강조한다. 이런 변화를 만들기 위해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으로 저자는 ‘사람을 보는 사회’ ‘사람에게 맞추는 사회’ ‘기회를 주는 사회’ ‘사람을 보호하는 사회’ 네 가지를 제시한다. 결국 노동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한국 사회에서 다양한 사람, 누구 하나 낭비되지 않고 각자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하고 포용적이며 자유로운 사회가 인구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의미다.

저자는 가까운 장래에 산업 간 노동 수급 불균형 문제가 고조될 수 있는 만큼 정책 우선순위가 명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2030년부터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 인력이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더 늦기 전에 교육 및 노동시장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 정책 수립자와 입법에 참여하는 정치인에게 진지하게 권한다.


용어설명
  • 1한국은 소멸하는가(Is South Korea Disappearing)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로스 다우댓 칼럼니스트가 쓴 칼럼으로, 그는 “출산율 0.7명을 유지하는 국가는 한 세대의 200명 인구(부부100쌍)가 다음 세대에는 70명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가져온 인구 감소보다 더 빠르다”라며 “한국은 선진국이 안고 있는 인구감소 문제에서 대표적인 연구 대상”이라고 했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역사상 최악의 감염병으로 꼽히는 중세 흑사병과 비교할 정도로 심각하게 본것이다.

  • 2외국 인력 유치

    저자는 외국 인력은 마음만 먹으면 한국이 언제든지 필요한 만큼 도입할 수 있는 한정 없는 자원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우리 노동시장에서 제 역할을 하며 산업과 경제 유지에 공헌하는 외국 인력은 장기적으로 볼 때 희소한 자원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을 외국인이 선호하는 국가로 만들려는 노력이 먼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외국 인력 도입을 인구문제 해소의 만병통치약처럼 생각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