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수출 환경 분석 리포트 수출 환경 분석 Deloitte. 인사이트 리포트 명품 산업의 새로운 표준, 디지털 제품 여권(DPP)

명품 산업은 급변하는 소비자 니즈와 기대에 직면해 있다. 특히 젊은 고객에게 명품의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 장인 정신, 품질, 브랜드 스토리텔링 같은 전통적 가치 외에도 진정성, 지속 가능성, 신뢰와 같은 새로운 핵심 가치가 소비자에게 더 중요해지고 있다. 컨설팅사 스테파니니에 따르면, 부유한 밀레니얼 세대(1981~96년생)와 Z 세대(1997~2010년생)는 2025년 명품 시장의 약 7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세대는 단순한 제품 소유를 넘어, 제품 출처와 제작 방식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요구한다. 지속 가능성과 윤리적 소비에 대한 기대 수준이 과거보다 훨씬 높다.

이 같은 환경 변화로 명품 브랜드 관련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관련해 디지털 제품 여권(DPP·Digital Product Passport)이 이러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망한 전략적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DPP는 명품 브랜드가 진정성과 지속 가능성, 투명한 책임을 입증하는 차세대 산업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 기반 DPP는 위조 방지와 소유권 인증 기능을 제공해, 브랜드와 고객이 직접 연결되는 ‘디지털 기반 명품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지속 가능한 제품을 위한 에코디자인 규정(ESPR)1)’을 2024년 7월 발효함에 따라, 2027년부터는 전자제품, 배터리, 자동차 등 산업도 DPP 제도가 의무화된다. 향후에는 명품 산업을 넘어, EU에서 유통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투명성과 추적 가능성이 요구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다퉈 DPP 도입하는 명품 브랜드

DPP는 제품의 전체 수명 주기를 디지털로 연결한 것을 의미한다. 원자재의 출처, 생산, 유통, 재활용 가능성 등 핵심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록하고 공유한다. 소비자는 DPP를 통해 자신이 구매한 제품의 진위와 이력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브랜드는 정품 인증, 사후 서비스, 중고 거래 지원, 맞춤형 혜택 등 고객 경험을 설계할 수 있다.

DPP는 현재 명품 산업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다. 위조품 유통은 명품 브랜드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데, DPP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강력한 해법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는 이미 DPP를 도입했다. 예를 들어 토즈(Tod’s)는 자사의 ‘디아이 백’ 컬렉션에 DPP를 도입해 고객 경험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 고객은 가방에 내장된 근거리무선통신(NFC) 칩을 스캔함으로써 제품의 진품 인증서, 소유권 증명서, 제품 제작 과정, 장인 정신 관련 내러티브, 원자재와 포장재 원산지 및 지속 가능성 관련 인증 정보, 등록된 소유자만을 위한 맞춤형 혜택과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프라다는 2022년 말, 지속 가능성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 ‘이터널 골드’ 컬렉션을 출시하며 고급 주얼리 시장에 진출했다. 이 컬렉션은 인증된 재활용 금과 완전한 추적이 가능한 다이아몬드만을 사용한다. 각 주얼리 제품은 NFC 내장 카드를 포함한다. 사용된 원자재의 출처와 다이아몬드의 전체 유통 과정, 브랜드가 주장하는 ‘100% 재활용 금’ 사용 여부를 소비자가 검증할 수 있다. 까르띠에는 블록체인 기반 DPP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시릴 비네론 까르띠에 문화 및 인류애 프로젝트 의장은 “투명성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된 시대에 명품 고객이 제품 출처와 여정을 이해하는 것은 자신의 소비 선택이 가치관과 일치함을 확인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했다.

블록체인 기반 DPP로 진화

DPP가 명품 산업 전반에서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아 가는 가운데, 블록체인 기반 DPP 또는 토큰화된 DPP(Tokenized DPP)라 불리는 차세대 DPP가 부상하고 있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신뢰할 수 있는 인증 데이터는 규제에서 요구하는 ‘신뢰 가능한 정보 출처’를 충족한다. 블록체인 기반 DPP는 한 제품에 대해 단 하나의 소유자만 지정하고, 위·변조 불가능한 소유권 증명서는 소유권 분쟁 또는 허위 주장 가능성을 방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 웹 3.0(블록체인 이용 탈중앙화 웹서비스) 기술을 통해 실현되는 제품 기반 고객 경험의 혜택을 활용할 수 있다. 즉, 고객과 브랜드 간 직접적인 연결을 통해 신규 고객관계관리(CRM) 데이터를 확보하고, 브랜드 커뮤니티 활성화를 통해 고객을 브랜드 앰배서더로 전환할 수 있다.

시장조사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은 2030년까지 명품 산업의 1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약 560억달러 규모의 시장 기회로 평가된다. 이 중 약 100억~200억달러는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디지털 시장에서 창출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신기술을 통해 새롭게 나타나는 고객 니즈를 충족시킴으로써 가능해질 것이다. 블록체인 활용은 명품 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향후 지속적으로 채택될 기술로 자리 잡을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LVMH그룹, OTB그룹, 까르띠에, 프라다그룹이 공동 설립한 비영리조직 ‘아우라 블록체인 컨소시엄(이하 아우라)’은 전 세계 명품 브랜드를 위한 차세대 블록체인 기반 DPP의 표준을 주도하고 있다. 아우라는 현재 3000만 개 이상의 제품이 등록된 블록체인 플랫폼을 운영하며, 명품 산업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아우라는 경쟁과 협업이 공존할 수 있다는 비전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순환 경제 실현과 고객 경험 고도화라는 공동 목표 아래 명품 산업을 위한 DPP 표준을 구축하고 있다. 다양한 규모와 모든 분야의 명품 브랜드가 컨소시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용어설명
  • 1지속 가능한 제품을 위한 에코디자인 규정(ESPR)

    2009년부터 시행되어 온 기존 ‘에코디자인 지침’을 확대·개편한 규정이다. EU내에서 유통되는 상품의 지속 가능성 기준을 강화하고, DPP를 의무 도입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