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책: 더 특별한 통상 Book In Book ④ [특별기고] 박재흥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 韓 휴머노이드 강국의 조건… 기술 발전·산업화·상용화 병행
  • 박재흥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유승빈·이관우·이용희 연구원 공동 작성
  • 유승빈·이관우·이용희 연구원 공동 작성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기술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이다. 미래 산업과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인간과 유사한 형태와 동작 능력을 갖춘 휴머노이드는 제조업, 서비스업, 의료,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촉진할 잠재력이 있다. 특히 고령화와 저출산이 심화하는 현대사회에서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위험하거나 반복적인 작업에서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 테슬라, 피규어 AI(Figure AI), 1X 테크놀로지스(1X Technologies) 등 선도 기업이 휴머노이드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의 유니트리로보틱스(Unitree Robotics)도 빠른 속도로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경쟁 환경에 한국 역시 정부의 ‘휴머노이드 발전 전략’을 통해 K휴머노이드 산업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하고 있다.

    한국의 휴머노이드 연구 현황

    휴머노이드 보행 기술은 크게 모델 기반 제어와 강화 학습 기반 제어로 나눌 수 있으며, 두 접근법 모두 국내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국내 연구진은 이러한 접근법의 특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보행 제어 기법을 제안하고 있으며, 국제 로보틱스 연구 저널 같은 로봇 분야 전문 국제 학술지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로봇 분야 학술 대회(ICRA, IROS)에서도 관련 논문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모델 기반 제어는 로봇의 역학 모델을 활용해 정밀한 보행궤적을 계획하고 제어하는 방식으로, 모델 예측 제어(MPC), 전신 제어(WBC) 등의 최신 제어 기법이 적용된 연구가 지속적으로 수행되고 있다. 특히 복잡한 보행 시나리오나 외란(disturbance·예측할 수 없는 외부의 방해 요소)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보행 제어기가 개발되고 있다. 해당 알고리즘은 시뮬레이션과 일부 실험 환경에서 높은 안정성을 입증한 바 있다. 강화 학습 기반 제어는 불확실한 환경에서도 로봇이 스스로 최적의 보행 정책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최근 심층 강화 학습(DRL·Deep Reinforcement Learning) 기반의 보행 제어 연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해당 방식은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이고 있으나, 이를 실제 로봇 하드웨어에 적용하기 위해 시뮬레이션과 현실 간 차이(Sim-to-Real Gap)를 줄이는 것이 핵심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토크 기반 정책 학습, 액추에이터 네트워크, 정책의 견고성 향상 기법 등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최근에는 모델 기반 제어와 강화 학습 기반 제어를 융합해 각 방법의 장단점을 상호 보완하려는 연구도 시도되고 있다.국내 산업계에서도 보행 제어 기술의 실제 환경 적용을 지원하기 위한 하드웨어 기술 개발이 병행되고 있다. 경량화와 고속 동적 응답 특성이 있는 구동기 기술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향후 보행 알고리즘의 실제 환경 적용 가능성을 키우기 위한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특히 정부는 ‘K휴머노이드 연합’을 출범하고 2030년까지 글로벌 휴머노이드 강국 도약을 목표로 정책적 지원을 약속했다. 이에 맞춰 국내 로봇 제조사는 글로벌 최고 사양의 휴머노이드 하드웨어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자체 개발 및 산학 협력을 통해 2028년까지 △60㎏ 이하의 가벼운 무게 △50개 이상 자유도 △20㎏ 이상의 페이로드 △초속 2.5m 이상의 이동속도 등을 갖춘 고사양 휴머노이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휴머노이드 연구진은 ICRA, IROS, 로봇 학습 전문 학술 대회인 CoRL뿐 아니라 최근 NeurIPS, ICLR 등의 세계 최고 수준의 학습 분야 학술 대회에 물체 조작 및 로봇 지능 분야의 최신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해당 분야의 이론·기술적 역량을 국제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물체 조작 및 로봇 지능 분야의 연구는 환경 인식(perception), 작업 계획(task planning), 동작 계획(motion planning) 등 다양한 요소 기술로 구성된다. 환경 인식은 로봇이 작업에 필요한 환경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이고, 환경 정보에는 조작 대상 물체의 위치와 방향, 파지를 위한 접촉 지점, 주변 장애물에 대한 정보 등이 포함된다. 작업 계획은 로봇이 주어진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일련의 행동을 계획하는 과정이다. 동작 계획은 로봇이 주어진 행동을 수행하기 위해 이동 경로를 생성하거나 해당 경로를 따라가기 위한 제어 입력을 생성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인식에서 작업 및 동작 계획에 이르는 과정을 통합한 엔드 투 엔드(end-to-end) 방식의 기술이 다양한 러닝(learning) 기법을 통해 적극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국내 연구진은 주로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을 활용해 이러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 유수의 연구진은 이러한 조작 및 지능 연구 분야에서 최신 연구에 뒤떨어지지 않게 많은 연구를 시도하며 해외 연구진과 기술 교류를 하고 있다. 이번에 출범한 K휴머노이드 연합에는 관련 분야 최고 연구자가 합류해 있다. 국제 대회에서도 꾸준히 두각을 나타내며 글로벌 연구진과 경쟁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DARPA Robotics Challenge, RoboCup, ANA Avatar Xprize 등에 참여해 국제적인 기술력을 선보인 바 있다. 이러한 대회에서는 다양한 상황에서 복합적인 미션을 수행하면서 로봇의 물체 조작, 로봇 지능 등의 핵심 요소 기술의 적용 가능성과 통합 역량이 종합적으로 평가된다.

    한국 휴머노이드 기술의 수준과 한계

    국내 휴머노이드 보행 기술은 모델 기반 제어와 강화 학습 기반 제어 양 측면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으며, 국제 최신 동향을 빠르게 반영하며 의미 있는 학술적 성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실제 환경에서의 구현 및 응용 단계에서는 미국, 중국 등 주요 경쟁국과 비교할 때 격차가 뚜렷하다. 예를 들어, 1X 테크놀로지스는 텐던 기반 액추에이터를 활용해 토크 투명성을 극대화한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강화 학습을 통해 다양한 일상 작업을 정교하게 수행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중국의 유니트리 로보틱스는 저비용·고성능 하드웨어 플랫폼을 기반으로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로봇 마라톤, 복싱 대회 같은 야외 시연을 통해 기술의 실증 가능성과 안정성을 입증하고 있다. 이러한 해외 사례와 비교할 때, 국내 휴머노이드 보행 기술은 여전히 현실 환경에서 장기적인 안정성 확보와 실증적 검증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산업체 주도의 안정화된 고성능 하드웨어 개발과 실증 시연 환경이 현재로서는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완성도 높은 하드웨어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대학과 연구기관이 최신 제어 기술을 적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안정적으로 형성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아직 안정적인 휴머노이드 하드웨어를 제공할 만한 산업체가 많지 않다. 따라서 연구소, 대학에서 개발된 기술을 실제 환경에서 검증하기 쉽지 않다.

    또한 국내 휴머노이드를 개발하는 업체가 소수이다 보니 휴머노이드 하드웨어의 다양성이 부족하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국내의 휴머노이드 하드웨어는 주로 하모닉 드라이브 (Harmonic Drive) 기반의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설계 방식을 유지해 왔으나, 최근에는 글로벌 경쟁사가 콰지 디렉 드라이브(QDD·Quasi Direct Drive), 텐던(tendon) 기반 액추에이터, 선형 액추에이터 등 같은 새로운 접근법도 시도하고 있다. 따라서 기술적 다양성과 성능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행 제어 기술 정밀도와 반응 속도를 실제 환경에서 온전히 발휘하려면, 고성능 하드웨어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구동기 시스템 측면에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데, 대표적으로 △액추에이터 모터의 토크 밀도(모터의 자체 질량 대비 낼 수 있는 토크 한계)를 높이는 기술 개발 △감속기 마찰 최소화를 통한 효율 증대 △부품 정밀도 향상을 위한 품질 및 공차 관리 기술 확보 등이 요구된다. 뿐만 아니라 여러 방식의 액추에이터를 적용하는 식으로 다양성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

    국내의 물체 조작 및 로봇 지능 관련 연구는 학계를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각각의 요소 기술을 통합해 실제 환경에 적용하는 단계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이러한 요소 기술을 단순한 분리된 기능이 아닌 하나의 지능형 시스템으로 통합하고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으로 기술을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기업 참여가 필수다. 하지만 한국은 산학연 협력이 충분히 활성화돼 있지 않아, 로봇 밀도 세계 1위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 주로 활용되는 로봇은 대부분 기존 산업용 로봇에 국한돼 있다. 그 결과 학계에서 제안된 최신 로봇 지능 기술이 산업 현장에 적용돼 상용화로 이어지는 사례는 아직 많지 않다.

    해외에서는 기업이 주도적으로 지능형 휴머노이드를 개발해 산업 현장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테슬라는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자사 공장에 투입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며, 스타트업 피규어 AI 또한 BMW와 협업해 휴머노이드를 실제 생산 현장에서 테스트하고 있다. 또한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를 중심으로 이미지 및 언어 분야에서 성과를 거둔 대규모 데이터세트 기반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로봇 조작 분야에 적용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역시 엔드 투 엔드 방식 중 하나로, 주로 모방 학습(imitation learning)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구글 RT 시리즈, 엔비디아GROOT 등이 있다. 학계에서도 공동 연구를 통해 각 연구기관이 보유한 로봇 행동 데이터세트를 통합해 대규모 학습 데이터세트를 구축하려는 open X-embodiment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미지, 언어 데이터와 달리 로봇 행동 데이터를 활용한 대규모 데이터세트 구축에는 막대한 시간과 물리적 자원이 요구된다. 구글에서 파운데이션 모델을 학습시키기 위해 총17개월 동안 13대의 로봇을 동원한 사례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반해 국내에서는 아직 이러한 대규모 로봇 연구를 위한 생태계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아 연구진이 국제적인 연구 흐름을 따라가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휴머노이드 강국 도약을 위한 과제

    현재 국내에서도 다양한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보행, 조작, 로봇 지능 등 휴머노이드 핵심 기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학술적 성과 역시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실제 산업 현장에서 시연 가능한 완성도 높은 하드웨어 및 통합 시스템은 여전히 부족하며, 글로벌 경쟁국과는 격차가 있다. 따라서 한국이 글로벌 휴머노이드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술 개발을 넘어, 연구·산업·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먼저 하드웨어 측면의 혁신이 필요하다. 기존의 보수적인 설계 방식에서 벗어나 고토크 밀도, 감속기의 마찰 최소화, 정밀도 높은 부품 제작 기술 등이 확보돼야 하며, 특히 경량·고응답성인 차세대 액추에이터 모듈 개발은 보행 및 조작 기술의 성능을 실제 환경에서 발휘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또한 학계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액추에이터를 시도하고, 연구소와 기업에서는 좀 더 가능성 큰 것을 고도화·상용화하는 구조로 연계하는 연구개발이 중요하다. 휴머노이드 하드웨어의 생태계 구축 또한 중요하다. 현재는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휴머노이드 개발이 많이 지연되거나 기술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핵심 부품을 포함한 하드웨어의 국내 생태계 구축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필수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보행 및 작업 제어 기술의 실용화가 시급하다. 국내 휴머노이드 보행 연구는 모델 기반 제어와 강화 학습 기반 제어 두 분야에서 국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복잡하고 불확실한 실제 환경에서 검증이 제한적이며, 시뮬레이션·현실 간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응용 연구가 더욱 필요하다. 많은 국내 업체에서 휴머노이드 하드웨어 개발이 필수적이며, 이를 실제 현장에 적용하는 연구와 함께 진행돼야 한다. 이번 K휴머노이드 연합을 통해 가능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조작 및 로봇 지능 분야에서도 데이터 확보와 학습 효율성, 환경 적응성 측면에서 글로벌 경쟁국 대비 상당한 격차가 있다. 따라서 글로벌 경쟁국과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기 위해 실제 환경에서 철저한 검증과 응용 연구뿐만 아니라 로봇 지능 기술의 고도화를 위한 집중적인 투자가 요구된다. 국내 연구진만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진행되는 연구에 적극 참여하며, 글로벌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는 노력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한국이 휴머노이드 강국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술 발전뿐만 아니라 산업화와 상용화가 필수적이다.

    글로벌 경쟁국은 민간 기업이 자체적으로 고성능 하드웨어 플랫폼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연구기관이 최신 제어 기술을 적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미 확립하고 있다. 국내 로봇 기술 수준은 세계 수준에 뒤처지지 않지만, 한국의 민간 업체는 휴머노이드 개발 초기 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러한 회사에 대한 민간과 정부 투자를 바탕으로 산학연의 연계된 기술개발과 투자가 조화롭게 진행된다면, 글로벌 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에 빠르게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