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FTA 통상 현장 Interview 로완 페츠 주한호주상공회의소 대표 "불확실성에도 韓·호주 협력 굳건⋯문화·비즈니스 이해 더 높여야"
  • 이용성 기자
  • 호주 라트로브대 국제관계, 전 호주 관광수출위원회(ATEC) 자문, 전 주한호주투자청 커뮤니케이션 & CSR(사회적 책임) 담당관

    2024년은 한국과 호주가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0주년이 되는 해였다. 한·호주 FTA는 2013년 12월 타결, 이듬해인 2014년 12월에 발효했다. 2023년 양국 간 교역액은 506억달러로 FTA 발효 이전인 2013년 대비 66.7% 증가했다. 2024년 기준 호주는 한국의 6위, 한국은 호주의 4위 교역국이다. FTA 발효 10주년을 앞둔 2024년 9월, 양국은 협력 범위를 핵심 광물과 청정에너지 분야로 확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호주는 ‘땅만 파면 자원이 나온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축복받은 자원 부국이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쓰여 ‘미래의 석유’라고 불리는 리튬과 니켈 매장량 세계 2위, 코발트와 희토류 매장량은 각각 세계 2위, 4위다. 2024년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 14위 경제 대국이며(한국은 12위)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세계적으로 공급망의 대(對)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이 활발한 가운데 한국과 호주의 경제협력은 석탄, 철광, 육류, 자동차 등 품목 중심에서 리튬을 포함한 핵심 광물, CCS(탄소 포집·저장), 방위산업 등으로 범위가 넓어지면서 전략적인 중요성이 커졌다는 의견이 많다. 우리나라는 광물 수요의 약 95%를 수입에 의존한다. 그런데 핵심 광물 33종의 대중국 수입액이 2023년 93억달러로 2020년(33억달러)보다 약 세 배 늘어나는 등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다.

    5월 15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만난 로완 페츠 주한호주상공회의소 대표는 한·호주경제협력이 “전통적인 분야를 넘어 재생에너지, 주요 광물, 농업, 디지털 기술 등의 분야로 다각화가 진행 중”이라며 “한국의 첨단 기술 인프라와 강력한 소비 시장, 혁신을 향한 집념은 호주 투자자에게 큰 매력 포인트”라고 높이 평가했다. 다음은 페츠 대표와 일문일답.

    하버 브리지와 오페라하우스가 보이는 호주 최대 도시 시드니의 풍경.

    주한호주상공회의소 소개 부탁한다.

    “주한호주상공회의소는 호주와 한국 기업을 대표하는 단체다. 양국 기업을 위해 역동적이고 포괄적이며 서로 긴밀히 협력하는 비즈니스 커뮤니티를 육성하는 데 전념한다. 에너지·자원·금융·농업·방산·서비스·첨단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110개 이상의 기업이 회원사로 활동 중이다. 20년 넘게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활기차고 개방적이며 정보에 입각한 상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 주한호주상공회의소 이사회에는 경험이 풍부한 주한호주대사관 및 호주무역대표부 소속 비즈니스 담당 고위 임원이 열정적인 사무국 직원과 함께 상황과 시기에 딱 들어 맞는 통찰과 지침을 통해 회원사를 지원하며, 역동적인 양국의 무역 환경에서 지속적인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호주 진출을 원하는 한국 기업을 주한호주상공회의소가 어떻게 도울 수 있나.

    “양국 시장에 신규 진출하거나 확장하는 상대국 기업에 맞춤형 지원과 핵심적인 연결 고리를 제공하는 없어서는 안 될 가교 역할을 한다.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통해 회원사에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상황과 필요에 맞게 전략적인 네트워크와 지침을 제공한다. 또한 정기적으로 세미나 설명회, 네트워킹 이벤트를 마련해 다양한 업계의 성공 사례를 공유하고 실질적인 조언을 얻을 기회를 제공한다. 주한호주상공회의소 법률사무소(로펌), 금융기관, 헤드헌터 등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 제공 업체와 긴밀히 협력한다. 회원사도 이와 관련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한·호주 경제·비즈니스 협력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은 호주에 네 번째로 큰 교역 파트너다. 최근 몇 년간 양국 간 교역액은 700억호주달러를 꾸준히 돌파했다. 한·호주 경제협력은 다각적이며 미래 지향적인 분야와 방향으로 나아가며 번창하고 있다. 전통적인 분야를 넘어 재생에너지, 주요 광물, 농업, 디지털 기술 등으로 다각화가 진행 중이다. 투자는 양방향으로 늘고 있다. 호주의 자원과 인프라에 대한 한국의 대규모 투자와 한국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호주의 투자가 늘고 있는 것은 양국 간 경제협력 강화의 대표적인 예다. 한국의 포스코·현대·LG는 호주의 리튬, 수소 및 재생에너지 관련 지분을 확대하고 있으며, 멜버른 교외의 순환 철도 터널 공사를 맡아 진행 중인 GS건설은 호주 인프라 시장에서 한국 EPC(설계·조달·시공) 역량의 우수성을 과시하고 있다. 호주의 기관 투자자는 한국의 물류, 데이터 센터 및 해상 풍력 자산 전반에 걸쳐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GS건설이 속한 컨소시엄은 2021년 10월 NEL(North East Link) 도로공사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NEL 도로공사는 멜버른 북동부 외곽순환도로와 동부도로를 연결하는 약 6.5㎞ 터널을 건설하는 공사로, 호주에서 발주한 단일 사업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GS건설은 TBM 공법을 이용해 6.5㎞의 터널을 뚫는 공사를 진행한다. TBM 공법은 진동, 소음이 적고 터널 굴착 작업을 기계를 통해 진행함으로써 안전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정책 뒷받침도 중요할 텐데.

    “지정학적 갈등 확산 등의 여파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한국과 호주의 협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굳건해지고 있다. 양국 정부의 정책적인 뒷받침도 탄탄해졌다. 한국의 녹색전환이 니셔티브(GTI)와 호주의 ‘수소 헤드스타트 프로그램’과 연결되면서 양국 간 청정에너지 무역의 발판이 마련됐다. 방산 분야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가 빅토리아주 질롱에 자주포와 장갑차 생산 공장(H-ACE)을 완공해 본격적인 현지 생산에 착수했다.”

    호주 정부는 2023년 5월 그린 수소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수소 헤드스타트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20억호주달러가 투입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 최대 수소 생산, 수출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호주에서는 100여 개의 수소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H-ACE는 한화에어로의 첫 번째 자체 해외 생산 시설이자 한국 방산 업체 최초의 해외 생산 기지 설립 사례다. 한화에어로는 지난해 12월 호주 정부와 레드백 장갑차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한화에어로는 2026년 H-ACE 2단계 건설을 완료하고 레드백을 양산에 돌입한다. 레드백은 한화에어로가 호주 시장 진출을 위해 개발한 호주 맞춤형 보병 전투차량이다. 호주에 서식하는 붉은등 독거미에서 이름을 따왔다. 한화에어로는 입찰 과정에서 호주 철강 업체 비스앨로이로부터 레드백 생산에 필요한 철강을 공급받는 등 현지 구매를 늘려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화에어로는 H-ACE에서 AS9 자주포와 AS10 탄약운반차도 양산한다.

    호주에서 한국 기업의 이미지는 어떤지 궁금하다.

    “점점 더 많은 호주 기업이 한국을 능수능란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여기고 있다. 한국의 첨단 기술 인프라와 강력한 소비 시장, 혁신을 향한 집념은 호주 투자자에게 큰 매력 포인트다. 한국 정부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원칙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등 규제 환경이 이전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투명하게 바뀌면서 호주에서 한국은 더 넓은 아시아 시장으로 향하는 이상적인 관문으로 비치고 있다.”

    특히 어떤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이 유망할 것으로 보는지.

    “재생에너지,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 광물, 방산, 생명공학, 첨단 인프라 프로젝트 등의 협력이 유망해보인다. 호주의 풍부한 핵심 광물과 한국의 배터리 및 전자 기술은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한국의 엔지니어링 기술력과 호주의 강력한 지배구조 및 금융 역량을 활용한 인프라 개발에도 상당한 협력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

    호주 기업과 투자자를 상대로 한국의 매력을 더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공동 연수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비자 신청 발급 절차를 더 간소화하며, 영어로 된 보다 명확한 규제 지침을 만드는 등의 노력을 통해 양국 간 문화와 비즈니스 관행에 대한 이해를 증진할 필요가 있다. 또한, ESG 연계 프로젝트에 대한 인센티브와 규제 지원을 확대하면 호주로부터 투자, 특히 지속가능한 투자를 우선시하는 기관의 투자를 더 많이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호주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과 투자자에게 조언 부탁한다.

    “이해관계자를 철저히 파악해 지역별로 다른 규제를 세밀하게 파악하고, 가능한 한 빨리 주(州)정부 기관과 협력해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를 모두 챙기고, 지역 원주민 보호를 위한 조치를 준수해 프로젝트 승인을 수월하게 받을 수 있길 바란다. 초기부터 강력한 ESG 체계를 확고히 구축하고 주한호주상공회의소, 호주 대사관 및 해당 주 투자청에서 제공하는 지원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진출 절차를 크게 간소화할 수 있다.”

    주한호주상공회의소 회원을 위한 행사 소개 부탁한다.

    “양국 간 결속을 강화하고 무역 기회를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주최한다. ‘호주·한국 비즈니스 어워드’ ‘믹스 앳 식스 (Mix at Six·실제로는 30분 일찍 5시 30분에 행사를 시작한다)’ ‘빅 오지(Aussie·호주인을 지칭하는 단어) BBQ’ 등 정례 행사를 통해 수준 높은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업계 및 정부 리더와 직접 교류하며 의미 있는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다. 믹스 앳 식스는 양국의 비즈니스 전문가가 편안하고 사교적인 분위기에서 한자리에 모이는 월례 네트워킹 행사다. 안다즈 서울 강남 호텔에서 개최하며 150~200명의 비즈니스 전문가가 참석한다. 입장은 무료이며 간단한 다과와 음료를 제공한다. 행운권 추첨 시간도 있다.

    호주·한국 비즈니스 어워드는 양국 경제협력에 기여한 기업을 치하하는 자리다. 예전에는 2년에 한번 개최했는데,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인해 2020년부터 중단됐다. 올해부터 행사를 되살리기 위해 준비 중이다. 빅 오지 BBQ는 양국 정부, 기업 및 외교가에서 약 400명이 모이는 연례행사다. 단순한 BBQ 파티를 넘어 양국 리더 간의 지속적인 관계 구축을 위한 통로 역할을 한다. 호주산 프리미엄 소고기·양고기에 와인과 진, 수제 맥주 등 다양한 음료를 즐기며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