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글로벌 트렌드 미·중 무역 갈등 관전 포인트: 중국의 3국 우회 수출과 미국의 대응 "한국, 전략적 균형 감각과 유연한 대응력·공급망 다변화 절실"
  • 강봉주 국제금융센터(KCIF) 부전문위원
  • 최근 몇 달간 미·중 무역 갈등은 전례 없는 격변을 겪고 있다. 2025년 4월 9일(이하 현지시각) 트럼프 정부는 대중 관세를 한때 125%까지 인상했다. 이는 기존 펜타닐 관련 관세(20%포인트)에 더해 추가 관세가 총 145%포인트에 달하는 강도 높은 조치였다. 이후 5월 12일 합의에 따라 30%로 다시 인하됐으나 여전히 미국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수준은 세계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저관세국을 통한 우회 수출 유인이 커졌고, 향후 미국의 추가 대응 전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미국의 고율 관세를 회피해 왔다. 소액 직배송을 통한 최소한도 면제(De Minimis)1) 조항 활용, 제삼국에서 단순 재포장 및 조립, 실질적인 원산지 변경 등이다. 이런 방식은 각각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걸쳐 있다.

    자료_미국 인구조사국

    중국의 기존 우회 수출 전략은 합법과 불법을 다양하게 활용

    최소한도 면제 조항은 800달러 미만의 소액 상품에 대해 미국 내 무관세 통관을 허용하는 제도다. 쉬인, 테무 등 중국계 전자상거래 업체가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미국 소비자 입장에서도 무관세 직구 장점이 명확했기 때문에, 적용 소포의 60~70%가 중국발일 정도였다. 그러나 미국이 5월 2일부터 중국·홍콩발 수입품에 이 조항을 적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중국 직구 물류망과 수익 모델이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새로운 우회 수출 경로를 찾는 움직임이 늘어날 전망이다.

    두 번째, 제삼국 단순 재포장·가공 조립 방식의 대표 격인 ‘티후아나 투스텝(Tijuana Two-Step)’2)이다. 중국 상품을 멕시코 티후아나로 운송한 뒤 미국으로 들여오는 우회 수출 전략이다. 합법적으로 소포 포장이나 물류 방식만 바꿔 관세를 회피하려 했지만, 중국산 원산지 표시로 인해 이제는 관세 대상이 된다. 불법적으로는 원산지를 조작하거나 단순 조립, 라벨 변경 등이 주를 이루며, 미국 상무부는 이미 중국산 태양광 패널, 알루미늄, 꿀 등이 베트남·멕시코·태국 등을 통해 우회한 사례를 다수 적발했다.

    세 번째는 실질적인 원산지 변경 방식으로 제삼국에서 실질적인 제조 공정을 거쳐 원산지를 적법하게 변경하는 전략이다. 단순 조립이 아닌 제조의 최종 단계를 멕시코 등지로 옮겨,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무관세 혜택을 받는 방식이다. 멕시코는 마킬라도라 수출 서비스산업 진흥 프로그램(IMMEX) 제도를 통해 외국 기업의 생산과 수출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중국의 멕시코 경유 수출은 지난 10년간 약 세 배 증가했다. 베트남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없지만, 낮은 인건비와 지리적 이점, 아세안(ASEAN) FTA 등으로 인해 중국 제조 기지의 대체지로 주목받고 있다.

    자료_OECD·한국무역협회

    미국은 내부 감시 강화와 외교적 압박을 병행

    우선 미국은 불법 경로에 대응하기 위해 세관국경 보호청(CBP)의 검사 역량 강화를 본격 추진 중이다. 최소한도 면제 제도 폐지로 인해 생산 기지를 제삼국으로 이전할 여력이 부족한 중국 중소기업의 불법적인 방식에 의존하려는 유인이 확대될 수 있어서다.

    CBP는 인공지능(AI) 기반 전자상거래 화물 분류 자동화, 공무원 1000명 증원, 선적 전 정보 사전 제출 등의 방안을 통해 대응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상품 실물 확인이 필수인 불법 원산지 변경의 경우 1000명 증원으로는 한계가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중국발 물량에 대한 최소한도 면제 폐지만으로는 약 2만 명의 인력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미국 정부는 추가 관세 수입보다 오히려 집행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안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우회 수출을 막기 위해 외교적으로도 압박에 나서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제삼국을 통한 중국산 상품의 경유를 차단하기 위해 해당 국가에 중국 기업 진출 제한 및 산업재 유입 차단을 요구 중이다. 5월 8일 미·영 무역 합의에서도 철강·알루미늄 무관세 혜택에 ‘안보 조건’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전략 공급망에 관여할 경우 (영국에 부여된) 이 혜택이 철회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유럽연합(EU)은 중국과 무역 협상 재개를 추진하고 있고, 캐나다는 중국의 원유 수요 증가에 발맞춰 대중 수출을 확대하고 있는 등 일부는 차별화 노선을 택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미국의 외교 전략은 국가별 대응 차이에 따라 그 실효성이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통상 환경 속에서 한국은 유연한 전략이 요구

    최근 미·중 간 관세 유예로 긴장이 일시적으로 완화된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중국의 시장 개방 수준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협상이 장기화할 경우,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국면 전환은 우리나라처럼 대외 의존도가 높은 개방경제에 더 큰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은 미국과 협상 과정에서 전략적 균형 감각과 유연한 대응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산업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유지하려면 정교하고 현실적인 외교·통상 전략이 요구된다. 동시에 급변하는 통상 질서 속에서 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한 종합적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출입 구조를 재정비하고, 공급망의 지역 편중을 해소해 대외 정책 리스크에 대한 회복 탄력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러한 전략적 대응을 통해 우리나라는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 환경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지켜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용어설명
    • 1최소한도 면제(De Minimis) 조항

      법률이나 규제에서 일정 기준 이하의 금액·수량·영향 등에 대해 적용을 면제하는 규정이다. 이는 사소한 사항에 대해 과도한 규제를 피하고 행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영향이 적은 경우 법적 제재나 신고 의무를 면제한다.

    • 2티후아나 투스텝 (Tijuana Two-Step)

      제삼국에서 단순 재포장, 가공, 조립을 통해 원산지를 변경하거나 부가가치를 최소화하는 무역 관행을 말한다. 주로 미국과 멕시코 국경 지역 티후아나에서 이뤄져, 관세 회피나 무역 규제 우회 수단으로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