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 산업과 커피 문화는 최근 수십 년 동안 빠른 변화를 겪고 있다.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전문가는 ‘커피의 물결’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첫 번째 물결은 1900년대 ‘커피 대중화’다. 이전에는 오직 엘리트층만 커피를 소비할 수 있었지만, 1900년대에 대형 마트와 슈퍼마켓을 통해 대중이 커피를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두 번째 물결은 1990년대 ‘라테 혁명’이다. 스타벅스나 코스타 커피 같은 브랜드는 사회적 활동과 업무를 할 수 있는 아늑하고 트렌디한 공간을 제공하고자 했다. 또 우유를 넣은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며, 개인 취향에 맞는 커피 음용이 주류 문화가 됐다. 세 번째 물결은 2000년대 중반에 시작된 ‘마이크로 로스팅’이다. 커피 맛과 품질에 집중해 원두의 출처, 농장, 재배 방식 등을 고려하면서 로스팅하는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발전은 커피 산업이 지속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커피 시장을 주도하는 트렌드 여섯 가지를 살펴보자.

1│지속 가능한 커피
다른 많은 소비재와 마찬가지로 커피 업계에서도 지속 가능성은 중요한 이슈다. 과학자는 기후변화로 인해 2050년까지 커피 재배지가 절반 아래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많은 커피 회사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커피를 제공한다. 유럽연합(EU)에서 판매되거나 EU로 수출되는 커피 제품의 공급망에서 산림 벌채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EU 산림 전용 방지법(EUDR)’1)은 2025년 12월 30일(이하 현지시각) 시행될 예정이다. 패키징과 커피머신에서도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스위스 유통 그룹 미그로스는 커피머신에서 이용하는 ‘노 캡슐’ 제품 커피비(CoffeeB)를 선보였다. 알루미늄이나 플라스틱 대신 해조류 기반의 소재로 만들어, 완전한 퇴비화가 가능하다. 미그로스는 커피머신에 모듈식 설계를 적용해 고장 난 부품만 개별적으로 교체할 수 있도록 한다.

2│스페셜티 커피
글로벌 스페셜티 커피 시장은 놀라운 성장을 이뤘으며, 앞으로 더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스페셜티 커피 시장은 240억달러 이상의 가치를 평가받았으며, 2031년에는 570억달러 이상의 시장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페셜티 커피로 인정받으려면 미국 스페셜티 커피 협회 기준에 따른 커핑(Cupping)2) 점수가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이어야 한다. 스페셜티 커피의 또 다른 특징은 단일 원산지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3│인증 커피
인증과 라벨은 커피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제품이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지, 재배자와 로스터 간 직거래 관계를 지원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커피 회사는 인증 프로그램을 통해 가치 사슬 전반에서 사회적·친환경적 기준을 충족하고 있음을 입증할 수 있다. 주요 인증 마크는 스위스 민간단체 바이오 스위스(Bio Suisse)나 미국 농무부(USDA)가 주는 유기농 인증이다. 또 지속 가능성에 중점을 둔 우츠(UTZ) 인증, 커피 농가의 빈곤 완화에 중점을 둔 페어트레이드 인터내셔널 등도 있다.

4│기능성 커피
소비자 사이에선 건강한 식음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커피 소비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능성 커피는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성분이 첨가된 커피를 뜻한다. 예를 들어 어답토젠(adaptogen) 커피에는 약용 버섯, 인삼 같은 천연 성분이 함유돼 있어, 스트레스를 완화한다. 콜라겐 커피는 고단백 식품에 대한 선호가 커피 시장에도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발효 커피는 생두를 박테리아 및 효모와 결합해 며칠간 발효시키는 단계를 거친다. 발효 과정을 거친 커피는 소화가 더 쉽고 타닌이 적어 치아 착색이 덜하다.

5│다이렉트 트레이드
커피 산업은 생산 농가, 트레이더, 로스터, 유통 업체 등 많은 주체가 참여하는 복잡한 가치 사슬로 이뤄져 있다. 이해 관계자가 많아 전통적인 가치 사슬은 매우 세분돼 있으며, 종종 투명성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 오늘날 커피 산업에는 중개인 없이 생산 농가와 로스터가 직접 거래하는 ‘다이렉트 트레이드’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로스터는 생산 농가와 직접적인 관계를 통해 소비자가 선호하는 특정한 맛 프로파일(taste profile)을 제공 받고 제품 개선을 위해 협력할 수 있다.

6│간편 커피
편의성은 커피 소비에 핵심 요소로 자리잡았다. 간편 커피는 카페인을 손쉽게 섭취하면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여러 장점을 제공한다. 간편 커피의 과제는 품질과 맛의 균형이다. 이를 위해 2023년 네스프레소는 블루보틀의 프리미엄 원두를 사용한 ‘블렌드 넘버원(No.1) 캡슐’을 출시했다. 스위스의 아웃도어 커피 스타트업 ‘노 노멀 커피’는 커피 페이스트가 담긴 튜브 제품을 출시했는데, 야외에서 간단하게 뜨거운 물이나 차가운 물만으로 커피 한 잔을 만들 수 있다. 한편, 캔 커피와 병 커피 제품을 정기적으로 소비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용어설명
- 1EU 산림 전용 방지법 (EUDR)
온실가스 배출, 생물 다양성 저해를 일으키는 산림 전용을 막기 위해 유럽의회가 도입한 법안. 2024년 12월 30일 시행 예정이었으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우려에 따라 시행이 1년 연기됐다.
- 2커핑(Cupping)
커피 향과 맛을 시음하고 평가하는 과정으로, 다른 명칭으로는 컵 테스트(cup test)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