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만에 진출한 기업은 호르무즈해협을 우회하는 현대적인 무역로를 활용해 아시아 시장과 걸프만, 아프리카를 연결할 수 있다. 오만의 외국인 투자법은 100% 외국인 소유를 허용한다. (중략) 중동과 아프리카, 유럽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 기업이 오만 진출의 전략적 이점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보길 바란다.” 아라비아반도 남동쪽 맨 끝에 있는 ‘오만 술탄국(이하 오만)’은 남한 세 배 정도 크기로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예멘과 국경을 마주한다. 인구는 약 550만 명이다. 일찍이 동아시아와 중동을 잇는 해상무역의 중심지로 번영을 누렸다. ‘아라비안나이트(천일야화)’에 나오는 ‘신드바드의 모험’의 무대인 것도 자연스럽다.
오만은 주변국 아랍에미리트, 사우디 등과 함께 걸프협력이사회(GCC)1) 회원국이다. 이슬람교를 국교로 삼고 있는데, 온건하고 관용적인 교리로 알려진 이바디(Ibadi)파가 주를 이룬다. 평화를 중시해서 ‘오만은 적이 없고, 모든 나라와 친구가 된다’는 믿음을 갖고 균형 외교를 펼치고 있다. 한국과 오만은 2024년 수교 50주년을 맞이했다. 1974년 외교 관계를 수립한 이래 두 나라는 정치·경제·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해 오고 있다. 오만은 한국의 다섯 번째 에너지 공급국으로, 에너지 안보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400만t 이상의 액화 천연가스(LNG)를 오만에서 수입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대사관에서 최근 만난 자카리아 하메드 힐랄 알 사아디(Zakariya Hamed Hilal Al Saadi) 주한 오만 대사는 “오만과 한국은 50년 넘게 탄탄한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면서 “그린 수소2),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분야와 스마트 도시, 물류, 정보기술(IT) 및 인공지능(AI), 농업 및 양식업, 관광 분야 등 양국 간 협력 유망 분야가 많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과 오만의 경제협력 관계, 어떻게 보고 있나.
“오만과 한국은 50년 넘게 탄탄한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양국의 협력은 여러 분야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 2024년 양국 간 무역 규모는 58억달러(약 8조2300억원)에 달했다. 2024년 2월, 오만 상공부는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한·오만 TIPF)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이 MOU는 양국 간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경제 발전을 증진하고, 무역 장벽을 낮추며, 통관 절차를 원활히 하고, 상호 이익을 위한 공급망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같은 해 4월에는 알리 빈 마수드 알 수네이디(Ali bin Masoud Al Sunaidy) 오만경제특구자유구역청장(장관급)이 한국을 방문해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면담했다. 당시 양측은 제조·저장·물류 분야에서 협력 강화와 오만의 스마트 도시 관리에 한국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오만 대표단은 또한 재생에너지, 자동차, 장비 산업 분야의 여러 한국 기업 관계자를 만나 공동 투자 기회를 모색하기도 했다.”
앞으로 어떤 분야 협력이 유망할까.
“오만 정부는 수입원을 다변화하고 석유와 천연가스 등 전통적인 에너지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는 ‘오만 비전 2040’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한국과도 경제, 투자,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그린 수소,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분야와 스마트 도시, 물류, IT 및 AI, 농업 및 양식업, 관광 분야 등 양국 간 협력 유망 분야가 많다. 모두 오만 정부가 관심을 두고 지원하는 분야다.” ‘오만 비전 2040’은 2050년까지 오만 내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0)’로 만드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전체 전기 소비량의 30%를 충당하고, 생산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그린 수소 산업을 육성하는 등 각종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단순한 선언이 아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오만이 2030년 중동의 최대 수소 수출국이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탈(脫)석유, 산업 다변화를 위한 오만 정부의 노력을 소개해 달라.
“탈석유 시대 오만 경제의 미래는 오만 비전 2040의 핵심인 경제 다각화에 달려 있다. 주요 수입원인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산업, 관광, 물류, 재생에너지, 기술 등 다양한 분야를 개발해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오만 정부는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기업, 특히 자유무역 지대와 경제특구에 입주한 기업에 세제 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기업 설립을 촉진하고 투자 전용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매력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특히 친환경 그린 수소 생산의 글로벌 허브로 자리매김하는 것 또한 오만 비전 2040의 중요한 부분이다. 태양광 및 풍력 에너지 프로젝트 관련 한국 기업에 경쟁 입찰 참여를 제안한 바 있는데, 그린 수소 분야에서도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오만에는 두쿰항(港)과 살랄라항 등 인도양의 핵심 전략 항구도 있다.
“전략적인 위치를 십분 활용하는 것 또한 중요한 목표다. 살랄라, 두쿰, 소하르의 현대식 항구를 활용해 글로벌 물류 허브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인도양을 따라 위치한 이들 항구는 지정학적 불안에 노출된 중동 해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이 같은 지리적 이점과 풍부한 문화유산, 아름다운 경관을 활용해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또한 첨단 기술 접목으로 농수산물 수출을 늘려 농어업 생산량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변화를 이끄는 건 결국 사람이다 인적자원 개발과 그 근간이 될 디지털 경제 관련 투자도 궁금하다.
“디지털 경제의 중요성이 점점 커짐에 따라 오만 정부는 관련 인프라 개발에 우선순위를 두고 AI와 사물인터넷(IoT)을 비롯한 첨단 기술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노동생산성과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대학 및 전문 연구 기관과 협력해 혁신을 촉진하는 것이 이 같은 노력의 중요한 목표다. 인적 역량 강화 없이는 이룰 수 없는 목표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오만 정부는 다양한 경제 분야의 요구에 부합하는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고등 교육 관련 프로그램과 전문 리더십 프로그램을 직간접적으로 시행 중이다. 이런 노력이 결국 오만 비전 2040의 성공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바닷물을 식수로 바꾸는 오만의 담수화 시설에도 여러 한국 기업이 참여했다.
“오만과 한국은 담수화 기술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이 지역의 물 문제 해결을 위해 재생에너지와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2 018년 7월 오만에서 2억 2000만달러(약 2300억원) 규모의 해수 담수화 플랜트 건설 공사를 수주했다. 이 플랜트는 하루 8만t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약 20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2021년 12월에는 북부 알 바티나주에 있는 알 수와이크에서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담수화 시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 기업 프로세이프와 협력하여 진행됐으며, 농업 용수 염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태양에너지로 작동하는 역삼투압(RO) 기술을 통해 8시간의 가동 시간 중 매일 약 32t의 담수를 생산한다. 2024년 5월, 한국의 GS이니마는 오만전력수자원조달공사(OPWP)와 무스카트에 담수화 플랜트를 설립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프로젝트 규모는 17억달러(약 2조4123억원)에 달한다. 이 플랜트는 매일 30만t의 식수를 공급하게 되며, 한국 기업은 완공 후 20년간 플랜트 운영권을 갖게 된다.”
오만은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 등과 함께 대표적인 산유국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국토의 80%가량이 바위산과 사막인 탓에 대대로 물 부족이 극심했다. 과거엔 주로 지하수를 식수로 썼지만 늘어나는 인구에 지하수가 빠르게 고갈되며 식수 공급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에 오만은 국경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바다로 눈을 돌려 해법을 찾았다.
오늘날 오만은 전국 곳곳의 담수화 공장에서 국민 식수의 86%를 얻는다. 오만의 첫 담수화 공장은 1970년대 지어진 구브라 1공장이다. 이어 바르카와 소하르 등 각지에 담수화 공장을 지어 주요 도시에 수도 시설을 마련했다. 당시엔 바닷물을 끓여 증기로 만든 뒤 냉각시켜 담수화하는 공정이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이 방식은 화석연료를 태워 물의 온도를 끓는점까지 높여야 해 에너지 소모가 많고 막대한 탄소 배출이 발생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오만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역(逆)삼투압’ 기술을 도입했다. 역삼투압은 염분 농도가 낮은 용액과 높은 용액을 같이 두면, 염분 농도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압력이 발생하는 ‘삼투압 현상’을 역으로 이용한 공법이다. 삼투압을 거스르기 위해 염분 농도가 높은 바닷물에 더 센 압력을 가해 바닷물에서 염분과 수소를 비롯한 각종 이온을 걸러내 깨끗한 물을 추출하는 원리를 쓴다. 오만의 담수화 공장은 자국민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에게도 ‘기회의 땅’이다. 오만에 있는 대부분의 담수화 공장을 담수화 기술력을 갖춘 외국계 기업이 투자·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만을 기반으로 중동 시장에 진출하는 건 좋은 전략일까.
“전략적으로 유리한 지리적 위치에 정치적으로도 안정된 오만은 중동에서 성장하고자 하는 기업에 중요한 전략적 관문으로 여겨진다. 정치적 안정과 함께 유리한 지리적 위치는 이 지역에 투자하기에 이상적인 기반을 제공한다. 자유무역과 투자를 촉진하는 GCC 회원국으로서 혜택을 누리고 있으며, 최첨단 인프라, 특별 경제 구역의 혜택도 받을 수 있어 중동 내 확장을 목표로 하는 기업에 훌륭한 출발점이 되고 있다. 오만에 진출한 기업은 호르무즈해협을 우회하는 현대적인 무역로를 활용해 아시아 시장과 걸프만, 아프리카를 연결할 수 있다. 오만의 외국인 투자법은 100% 외국인 소유를 허용한다. 중소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이 쉽게 사업을 시작하고 성장시킬 수 있도록 규제 환경을 정비했다. 중동과 아프리카, 유럽 시장에 진출하고자하는 한국 기업이 오만 진출의 전략적 이점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보길 바란다.”
+PLUS POINT
스마트 도시 건설 박차…한국과 도시 개발 협력 강화
오만 정부는 국가 공간 전략(ONSS·Oman National Spatial Strategy)을 바탕으로 소하르와 살랄라 등에서 스마트 도시 개발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살랄라 스마트 도시는 오만 주요 무역항인 살랄라항과 살랄라 특별 경제특구가 있는 물류·관광 허브로, 대중교통 체계 발전을 목표로 한다. 공유 모빌리티와 마이크로 모빌리티, 온디맨드(On-Demand) 운송 모드뿐만 아니라 지능형 운영 센터(IOC)를 도입해 교통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소하르는 격자형 계획형 도시로, 니즈와는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지로 발전하고 있다. 오만 지도자 술탄 하이쌈이 지난해 5월 무스카트 주거 수요 해결을 위해 발표한 술탄 하이쌈 시티(Sultan Haitham City) 프로젝트는 2030년까지 1단계를 마무리할 계획으로, 총 4단계에 걸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태양에너지 시설과 폐수 재활용, 전기차 충전소 등 친환경 인프라를 도입해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지속가능한 도시화를 목표로 한다.
무스카트 내 스마트 기술을 적용한 친환경 도시 프로젝트 중 하나인 마디나트 알 이르판(Madinat Al Irfan)에는 30만 명을 수용할 주거 시설과 호텔, 쇼핑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재 알 이르판 동부(Al Irfan East) 지구 1단계가 완공된 상태며, 오만 컨벤션·전시 센터와 비즈니스 복합 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특히 스마트 도시 프로젝트를 매개로 한국과 오만 간 개발 협력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칼판 알 수에일리 오만 주택도시계획부 장관은 2023년 3월 방한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관계자를 만나 양국 도시 정책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용어설명
- 1GCC(Gulf Cooperation Council·걸프협력회의)
1981년 5월 설립된 아랍 국가 경제협력체로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가 회원국이다. 6개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세계 9위다. 한국은 2023년 12월 28일 GCC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한국은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에 이은 GCC의 세 번째 FTA 타결 국가가 됐다.
- 2그린 수소
수소는 생산방식에 따라 크게 그린 수소, 그레이 수소, 블루 수소로 나뉜다. 그린 수소는 수력 등 재생에너지 전력을 이용해 순수한 물을 전기분해(수전해)해 생산한 수소로, 온실가스가 배출되지 않지만 생산 비용이 높은 편이다. 그레이 수소는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며 천연가스를 고온·고압에서 분해해 얻는 개질(추출) 수소와 석유·화학 공정이나 철강 생산 때 부산물로 나오는 부생 수소로 구분된다. 블루 수소는 그레이 수소를 생산할 때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 수소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