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통상의 세계 돋보기 역대 최고 美 무기 수출 실적에서 배워야 할 전략 K-방산, AI 같은 첨단 기술 접목 무기 체계로 수출 확대해야… 단순 무기보다 솔루션 공급
  • 장원준 전북대 방위산업융합과정 교수
  • 현 한국방위산업학회 이사, 현 국방산업발전협의회 자문위원, 현 국방대학교 외래교수, 전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부장, 전 미국 전략국제 문제연구소(CSIS) 객원연구원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2024년 미국 무기 수출액은 3187억달러(계약 기준)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2056억달러) 대비 50% 이상 증가한 수치다. 2022년 이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여파로 세계 최대 무기 수출국인 미국의 수출 실적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월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최근 5년 (2020~2024년) 동안의 무기 수출국 순위를 발표했고, 그 결과 미국은 전 세계 시장점유율 43%를 차지하며 부동의 1위를 유지했다. 특히 항공기와 미사일, 대공방어 체계, 무인기(드론), 인공위성 서비스, 전장 관리 체계, 사이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른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이번 기록적인 무기 수출 실적이 과거의 하드웨어 중심 수출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사이버 보안, 빅데이터 분석, 드론 등 첨단 신기술이 접목된 무기 체계에 광범위하게 접목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미국은 전통적인 수출 주력 제품인 항공기, 미사일 등의 중후장대 무기 체계뿐만 아니라, AI를 포함하는 디지털 기술 융합 무기 체계로 업그레이드를 통해 전 세계 방산(방위산업) 시장에서 질적 우위를 확보하며 글로벌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 F-35 전투기 편대(과거 연합 공격편대군)가 훈련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미국 방산, 항공기·미사일·대공 무기 체계 중심 수출 구조 지속

    미국 방산 수출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첨단 항공기와 미사일, 대공 무기 체계다. 최근 5년간(2019~2023년) 미국은 전투기 총 420여 대를 수출했으며 이 중 249대가 F-35 전투기1)다. 2024년에도 F-35 스텔스 전투기가 주요 무기 수출 품목 1위를 차지했다. F-35 전투기는 폴란드, 독일, 한국, 일본, 스위스 등 무려 18개국 이상이 실제 도입하거나 계약을 완료한 상태이며 앞으로도 2000대 이상 추가 수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전 세계 주요국은 F-35 전투기의 세계 최고 성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는 스텔스 능력 외에도 네트워크 중심 작전 능력, 무장 능력, 다국적 상호 운용성 등을 포함한다.

    F-16 전투기 또한 중·후발국으로부터 호평받으며 높은 글로벌 수요를 자랑하고 있다. 정치·외교적으로 F-35 전투기 구매가 어렵거나 가성비를 중시하는 요르단, 바레인 등 중동, 필리핀·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콜롬비아 등 중남미를 중심으로 최상위급 성능 개량 버전인 블록 70/72 전투기가 스테디셀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오래된 무기 체계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수십 회의 성능 개량과 구매국 맞춤형 전략이 유효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 아울러 P-8A 포세이돈 해상 초계기, AH-64E 아파치 헬기 등이 대거 해외 판매에 성공했다.

    미사일 분야에서도 2024년 패트리엇(Patriot) PAC-3 미사일, 나삼스(NASAMS)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하이마스(HIMARS) 다연장 로켓 등의 판매가 급증했다. 특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길어지면서 폴란드, 루마니아, 독일, 핀란드 등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미국산 미사일 및 방공 체계 도입이 크게 증가했다. 한국의 천무와 경쟁 대상인 하이마스는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전술적 효용성이 검증됐다. 유럽을 넘어 중동, 아시아, 중남미 동맹국의 구매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다연장 로켓 시스템(MLRS), 에이태큼스(ATACMS) 장거리 미사일에 대한 수출도 증가하고 있으며 수출 협상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외 군사 판매’와 ‘수출금융 지원’ 통해 무기 수출 지원 강화

    미국 방산 수출의 또 하나의 주요 특징은 정부 간 무기 수출 방식인 ‘대외 군사 판매(FMS·Foreign Military Sales)’2)가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최강국이라는 정치·외교적 역량을 바탕으로 전 세계 우방국에 미 정부가 보증하는 첨단 무기 체계를 적극 수출하고 있다. 미국의 FMS 무기 수출은 최근 5년간 약 2740억달러의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2023년 FMS 무기 수출액은 809억달러에 달하며 전년 대비 56% 증가했다.

    이렇듯 미국은 무기 수출을 기업 간 상업 거래뿐만 아니라 정부 간 계약(GtoG·Government to Government) 방식으로 지원함으로써 글로벌 우방국과 안보 협력 강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동맹국과 운용 체계 상호 운용성을 높이고 연합작전 수행 능력을 강화하는 전략적 효과도 거두고 있다. FMS와 함께 주요 무기 구매국이 요구하는 ‘수출금융 지원(FMF·Foreign Military Financing)’3)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폴란드와 이집트, 인도네시아 등에 F-35 전투기와 미사일 등을 수출하며 수십억달러 이상의 수출금융을 지원했다. 이는 단기간에 대량 무기 구매가 필요하거나 당장 현금 지급이 어려운 중·후발국에 대규모 무기 수출이 가능한 실질적 대안이라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첨단 기술 적용 확대해 단순 무기 수출에서 통합 솔루션 수출로 진화

    최근 미국의 무기 수출은 과거와 다른 질적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무기 체계 자체가 수출의 핵심이었지만 이제는 AI, 사이버, 위성통신 서비스 등을 활용한 통합 솔루션 수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다시 말해 항공기, 헬기, 미사일 등 무기 완제품 판매뿐 아니라 그 운용을 지원하는 AI 소프트웨어, 교육훈련 시스템, 인공위성 서비스를 포함한 지휘·통제·통신체계(C2), 사이버 방어 인프라까지 포함한 종합 패키지를 수출하는 형태다. 예를 들어 F-35 전투기 수출 계약은 항공기 자체뿐만 아니라, AI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자율 군수 정보 시스템(ALIS), 성과 기반 군수 지원(PBL) 계약, 훈련 시뮬레이터, 전장 네트워크 연계 시스템 등을 포함 한다.

    더 나아가 단일 무기 체계뿐만 아니라, 전 전장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정찰·탐지·식별·타격까지 원스톱 지원이 가능한 전장 통합 솔루션으로 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노스럽 그러먼의 첨단 통합 전투지휘 체계(IBCS)는 드론 영상, 레이더 정보 등 각종 센서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실시간 전장 상황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아군 및 우방국과의 연합작전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첨단 기술을 무기 체계에 접목해 새로운 고부가가치 기반 방산 수출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료_장원준 교수

    K-방산, 첨단 기술 활용하고 주력 수출 제품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야

    이는 세계 4대 방산 수출 강국으로 도약하려는 한국의 K-방산에 적지 않은 도전과 시사점을 준다. 한국의 방산 수출도 2008년 정부의 ‘방위산업의 신성장 동력화’ 정책과 수출산업화 정책에 따라 증가했다. 특히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폴란드에 220억달러 대규모 수출 실적과 함께 동·북유럽, 중동, 아시아·태평양, 중남미 등으로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 전 세계 방산 시장에 국내 개발 무기 체계의 수출 실적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최근 방산 수출 트렌드 변화를 벤치마킹하고 이를 정책과 전략에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

    첫째, 주력 수출 제품의 지속적인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 최근 5년(2020~2024년)간 국내 방산 수출은 총 500억달러를 상회하고 있으나 2023년 135억달러, 2024년 95억달러로 주춤하는 모양새다. 특히 방산 수출의 절반 이상이 폴란드에 집중되는 등 수출국을 다변화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한국 K-방산이 강점이 있는 전차, 장갑차, 자주포, 다연장 로켓(천무), 방공 무기(천궁-II)를 중심으로 성능 개량을 통해 가성비와 적기 납품 능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가성비 확보를 위한 기술료 감면(또는 면제) 방안 마련, 적기 납품 능력 제고를 위한 소재·부품·장비 공급망의 안정적 확보, 소재, 부품 국산화를 통한 부가가치 제고 등으로 기 확보한 수출 시장과 주변국으로 무기 수출 실적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둘째, 미국 등 선진국 수준의 정부 간 수출과 수출 금융 지원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 세계 1위 방산 수출국인 미국도 정부가 주도해 FMS 방식으로 우방국과 무기 수출을 적극 도모하고 있다. 아울러 구매국이 요구하는 다양한 수출금융, 대출, 보증, 심지어 원조까지 이르는 적극적인 수출금융 지원이 실제적인 무기 수출 실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한국도 지난해 2월 폴란드와 2차 이행 계약 체결을 위해 수출입은행의 금융 지원 관련 법령을 개정했다. 향후 폴란드(전차, 자주포, 천무, 잠수함·200억~300억달러), 캐나다(잠수함·600억달러) 등 대규모 방산 수출 계약 성공을 위해서는 선진국 수준의 정부 간 수출 계약 거버넌스 구축과 수출입은행법 추가 개정, 첨단방산수출기금(가칭) 신설, 방산 수출이차보전제도(가칭) 마련 등의 다각적인 수출 금융 지원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셋째, 미국의 첨단 기술을 활용한 통합 솔루션 수출 방식을 적극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이미 미국은 2010년대 중반부터 방산 생태계 내 첨단 민간 기술 기업의 진입을 확대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해 왔다. 그 결과 불과 10여 년 만에 팔란티어, 안두릴, 실드 AI 등 기업 가치가 수백억달러를 넘어서는 방산 유니콘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첨단 기술로 무장한 방산 유니콘은 미국 방산 시장을 넘어 유럽, 호주, 한국 시장에까지 진출하고 있다. 미국이 AI를 기반으로 전장 혁신을 주도하듯, 한국도 드론, 자율 지상 로봇, AI 기반 지휘 결심 시스템 등을 조기에 확보하고 이를 위한 데이터 기반 진화적 개발 방식 도입과 AI 전투 실험 체계 마련이 요구된다.

    아울러 K-방산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등 첨단 기술로 무장한 민간 기업의 방산 생태계 진입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혁신단(DIU)4)처럼, 민간 혁신을 군에 신속히 접목하는 통로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민간 첨단 기업 전용 무기 획득 프로세스 (KCSO) 신설, 무기 체계 내 소프트웨어의 단기간 내 업그레이드를 위한 SW 획득(가칭) 등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기존 인공위성 서비스 기업이 국방 분야에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케 하는 서비스 계약도 가능하다. 첨단 기술로 무장한 AI, 드론, 사이버 기업이 기존 무기 체계를 지능화하고 이를 네트워킹화함으로써 경쟁력 강화와 함께 새로운 수출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K9 자주포 수출 시 AI 기반 사격 통제 체계와 지휘 시스템까지 일괄 제공이 가능한 신속한 성능 개량이 요구된다. 이를 위한 국방 스타트업 지원 확대, 신속 시범 사업 혁신, 국방 SW 대가 인정 기준 마련, 초기 군·기업간 데이터 공유 및 실전 테스트베드 제공 등보다 과감한 제도 혁신과 규제 해소가 요구된다.민·군 간 정보 공유 확대, 방산 시장 진입을 위한 새로운 무기 획득 프로세스 신설과 인센티브 확대 등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국과 AI·방산 디지털 협력을 강화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남아, 중동 지역과 공동 개발·수출 프로젝트를 확대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방산 제품의 신뢰도와 시장성을 동시에 높여 나갈 수 있을 것이다.

    2024년 미국 방산 수출의 기록적 성장은 양적 확대를 넘어 정부 주도의 무기 수출 정책 강화와 함께 단순 무기 수출을 넘어선 질적 혁신의 결과로 평가 된다. 앞으로 글로벌 방산 시장은 무기 단품이 아니라 지능형 전투 솔루션, 네트워크형 전장 통합 체계를 수출하는 시장으로 진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AI 주도권을 바탕으로 글로벌 방산 주도권을 유지할 것이며, 이에 대응하지 못하는 국가는 점차 시장에서 밀려 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K-방산은 최근 5년간 세계 10위 방산 수출국에 올랐지만, 첨단 기술로 무장한 변화하는 글로벌 방산 시장 환경에 맞춘 전략적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지해공뿐만 아니라 사이버, 우주를 포함하는 전 전장 다영역 지휘·통제·통신체계, AI 무기화와 이에 기반한 통합 솔루션 구축, 스타트업·민간 기술과 융합, 국제 규범 대응 등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


    용어설명
    • 1F-35 전투기

      미국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다목적 스텔스 전투기. 이 전투기는 공중전, 지상 공격, 전자전, 정찰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 2대외 군사 판매(FMS·Foreign Military Sales)

      미국 정부가 외국 정부나 국제기구에 군사 장비, 무기, 기술, 훈련 등을 판매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은 외국 정부에 직접 군사 물자를 공급하거나, 그들이 필요한 군사 장비를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 3수출금융 지원(FMF·Foreign Military Financing)

      미국 정부가 외국의 군사력 향상 및 방위 능력을 지원하기 위해 제공하는 재정적 지원이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의 방산 제품을 구매하거나 군사훈련, 기술이전 등을 통해 군사력 강화를 돕는 국가에 금융지원을 한다.

    • 4국방혁신단(DIU)

      미국 국방부 산하의 혁신 조직으로, 민간 부문과 협력을 통해 첨단 기술을 군사 분야에 신속하게 적용하는 역할을 한다. 2015년에 설립돼 실리콘밸리와 워싱턴 D.C.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