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의 조선업은 일본과 한국 등 주요 경쟁국의 관심을 받으며 성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인도 정부도 조선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마리타임 인디아 비전(MIV·Maritime India Vision) 2030’1)과 ‘마리타임 암릿 칼 비전(MAKV·Maritime Amrit Kaal Vision) 2047’2)을 도입해 2030년까지 세계 10위, 2047년까지 5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암릿 칼은 ‘황금기’를 의미). 물론 한국, 중국, 일본이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전체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인도는 0.05%의 점유율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 조선소가 2028년까지 생산 일정이 가득 찬 상황에서 인도는 조선 공급망의 중요한 대체국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인도는 7516㎞의 해안선과 13개의 주요 항구, 200개 이상의 중소형 항구를 보유하고 있어 해운 산업 성장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인도 영해를 통과하는 화물선도 많아 물류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노동 비용이 낮고 제조업 기반이 발전하고 있어 조선업 육성의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도 국적 선박 늘리고 항만 인프라 현대화도 추진
인도는 2023년 기준 총 114억8000만달러 규모의 조선 관련 장비를 수입했다. 이는 전년 대비 37.1% 감소한 수치인데, 수입 감소 원인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경기 둔화, 외환보유액 변화 등이 거론 되지만, 인도의 국내 조선업 육성을 위한 정부 정책 변화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인도 정부는 조선 관련 장비의 수입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생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조선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재정 지원, 친환경 기술 개발, 인프라 현대화 등 다양한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인도는 자국 조선업을 2030년까지 세계 10위권으로 성장시키고 2047년까지 해상 물동량을 연간 13억t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와 함께 ‘SBFAP 2.0’이란 조선 금융 지원 정책을 통해 2026년까지 조선 계약의 최대 20%를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있으며, 2024년까지 313척의 선박 주문을 확보하며 총 4040만달러 규모의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35억9000만달러 규모의 해양개발기금(MDF)을 조성해 인도 국적 선박의 비중을 2047년까지 20%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2025-2026 회계연도 연방 예산에서도 조선업 및 해운 산업 지원을 대폭 강화했다. 우선 조선소 현대화 및 자동화를 위해 7억200만달러 를 투입해 최신 설비 도입과 공정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조선소의 생산 효율성과 선박 품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양 기술 개발 및 연구개발(R&D) 투자도 확대됐다. 총 1억1900만 달러 규모의 예산이 해양 기술 및 조선업 R&D 지원에 배정됐다. 이를 통해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 및 자동화 시스템 도입이 이뤄질 전망이다.
항만 인프라 현대화도 적극 추진되고 있다. ‘사가르말라(Sagarmala)’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통해 820억달러 규모의 574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주요 목표는 항만 현대화, 연안 운송 확대, 물류 효율화다. 현재 인도에는 12개의 주요 항구와 200개 이상의 중소형 항구가 운영되고 있는데, 해상 물동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13번째 주요 항구인 바다반항(Vadhavan port) 건설이 진행 중이다. 이 항구는 90억달러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며 완공될 경우 세계 10대 항구 중 하나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인도는 중동과 유럽을 연결하는 해상무역을 더욱 활성화 할 전망이다. 인도에서 가장 중요한 항구로는 딘다얄항(구 칸들라항), 뭄바이항, 자와할랄 네루항, 첸나이항, 비샤카파트남항, 콜카타항 등이 있다. 이들 항구는 인도의 해운 산업 중심지로, 국가 무역 물동량의 상당 부분을 처리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이들 항구의 운영 자동화 및 최적화를 통해 연안 운송을 확대하고 항만과 철도 및 도로 연결망을 개선함으로써 인도를 해상 물류 허브로 전환하려는 목표까지 세우고 있다.
금융 조달 문제, 숙련 인력 부족은 한계
인도의 조선업이 2030년까지 세계 10대 조선업 국가로 부상하려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금융 조달 문제, 숙련 인력 부족, 기술 격차 및 원자재 수입 의존 등의 과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이를 해결해야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인도 정부는 금융 지원 확대, 기술 개발 촉진, 친환경 조선업 육성, 인프라 확충 등의 정책을 통해 조선업 발전을 가속화하고 있다. 향후 10~20년 내 인도 조선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큰 배경이다. 인도 정부 입장에선 이를 위해 민간 부문의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혁신이 필수적이며 국제 조선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국제적으로 조선업에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이 성장하는 인도 시장의 잠재력을 파악하고 경쟁 및 협력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용어설명
- 1마리타임 인디아 비전 (MIV·Maritime India Vision) 2030
인도 정부가 2021년 발표한 해운·항만·조선 산업을 2030년까지 현대화하고 민간 참여를 확대하려는 전략.
- 2마리타임 암릿 칼 비전 (MAKV·Maritime Amrit Kaal Vision) 2047
인도 독립 100주년인 2047년까지 해운·조선업을 글로벌 5대 강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 MIV 2030보다 확장된 개념의 전략으로 2023년 발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