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월 10일(이하 현지시각),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 대해 90일간 상호 관세를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국 자동차 산업은 7월 8일까지 25% 관세 위기에서 잠시 숨을 돌린 모양새다. 하지만 관세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어떤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까.
미국 포드자동차 법무팀 출신인 테 런스 라 우(Terence J. Lau) 시러큐스대 법학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번 유예 조치는 한국이 미국에 ‘상호 관세 철폐’ 필요성을 설명하고, 현대차·기아가 미국 시장 진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주장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자동차 기업에 ‘자동차 232조 보고서’1) 분석을 통한 투자 구조 재설계, 미국 지역사회와 적극적 연계, 중국 자동차 기업과 차별화된 대외 메시지 강화 등 아홉 가지 실질적 제언을 제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90일간 자동차 관세를 유예한다고 발표했는데, 한국 같은 국가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이번 유예 조치는 한국이 미국에 상호 관세 철폐 필요성을 설명하고, 현대차·기아가 미국 시장 진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주장할 기회를 제공한다. 미국이 관세를 철폐할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간의 발언을 보면 ‘동등한 대우’와 ‘무역 균형’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점은 분명하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시장점유율이 8~10%에 달하지만, 미국 브랜드는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2%에도 못 미친다. 미국은 이 격차를 비관세장벽 때문이라고 본다. 문제로 지적되는 장벽은 배기량 세금, 사치세, 환경·안전 규제, 통관 절차, 내수 유통 문제 등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에도 미국 기업은 여전히 한국 시장 접근이 어렵다고 느낀다. 따라서 미국의 관세 철회를 유도하려면, 한국 정부가 비관세장벽 해소, 미국산 자동차 수입 확대, 자발적 쿼터 설정 등을 포함한 실질적 조치를 제시해야 한다. 미국 내 투자나 고용 창출도 강조할 수 있으나,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 기업이 더 많은 이익을 얻는다고 보기 때문에 설득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
한국은 자동차 산업에 대한 우려가 특히 크다. 유예 기간이 끝난 뒤 실제로 관세가 부과된다면, 한국 자동차 산업에 어떤 부정적 영향이 있을까.
“영향이 매우 클 것이다. 현재 미국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관세가 25% 부과되면, 현대차·기아·제네시스 차량은 테슬라·포드·GM·크라이슬러(스텔란티스) 등 현지 생산 차량에 비해 즉각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된다. 한국 제조사는 관세 부담을 얼마나 자사 이익으로 흡수하고, 얼마나 소비자가격에 전가할지 판단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판매량은 급감할 것이다. 그럼 한국 내 생산이 줄게 되고, 고용과 기업 수익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더 넓게 보면, 미국 경제 전반에도 관세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관세로 인해 물가가 오르면, 금리는 높게 유지되고 이는 자동차 대출 이자율에도 영향을 줘 신차 수요를 더욱 위축 시킬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현대차·기아가 미국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주요 부품은 한국에서 수입되며 이 역시 관세 대상이라는 것이다.”
미국 내 소비자는 어떤 가격 변화를 경험하게 될까.
“가장 빠른 영향은 현대차·기아의 인기 모델에서 나타날 것이다. 이들 차량은 가격에 민감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어, 수천달러 관세가 붙으면 판매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일부 모델은 미국 시장에서 철수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중국산 볼보·폴스타 일부 모델은 판매가 중단되거나 조정됐다. 전기차 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현대차·기아는 테슬라와 경쟁 중인데, 테슬라 모델3·Y는 상대적으로 저렴해져 시장 우위가 커질 수 있다. 또한 한국산 타이어와 부품 가격 상승으로 부품 시장 전반에도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자유무역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보호무역 추세 속에서 글로벌 자동차 공급망에는 장기적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까.
“자유무역은 시장 접근 장벽을 없애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 완전한 자유무역은 실현되지 않았지만, 나는 그 시대가 끝났다고 보지 않는다. 도하 라운드2) 실패 이후 세계무역기구(WTO)의 영향력은 약해졌지만, 미국 외 지역에서는 여전히 지역 무역 블록이 활발하고,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기업 수익증가 등 자유무역의 기본 논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자동차 산업은 수십 년간 자유화돼 왔으며, 자국 산업을 과도하게 보호한 국가는 경쟁력을 잃었다. 미국 제조사도 주요 시장 인근에 생산 기지를 두는 방식으로 환율 리스크를 줄이고 고용과 기술이전을 통해 ‘좋은 기업 시민’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불확실한 무역 환경에서 한국 자동차 기업이 중단기적으로 취할 수 있는 전략은.
“아홉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 온라인에서 열람 가능한 ‘자동차 232조 보고서’를 검토하라. 이후 보고서에서 지적한 국가 안보 위협 요소를 해소할 수 있도록 투자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둘째, 미국 내 생산 투자를 가속화하고, 기존 현지 공장의 생산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 셋째, 고용 창출 효과를 기업 커뮤니케이션에 적극 활용하고, 직접 고용과 공급망 고용 규모를 정기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넷째, 미국 부품사와 협력을 확대하고, 부가가치 높은 핵심 부품을 미국에서 조달하는 비중을 높여야 한다. 다섯째, 전기차, 자율주행 등 미래 차기술 협력을 미국 기업과 추진하라. 여섯째, 미국 완성차 기업과 전략적 제휴도 고려해야 한다. 이는 정치적 방패가 될 수 있다. 일곱째, 지역사회와 활발히 교류하라. 눈에 띄는 사회 공헌 활동으로 현지 정치인과 연결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 정치는 매우 지역 중심적이다. 여덟째, 관세 인상 등 변화에 대응한 ‘플랜 B’도 마련해야 한다. 모델별 생산 기지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중국산 차량과 차별화된 대외 메시지를 강화해야 한다. 한국 기업의 품질, 미국 시장에서의 긴 역사, 한미 동맹 관계를 강조하라.”
일각에선 미국의 관세정책이 단발성 조치가 아닌 미국 무역정책의 구조적 전환으로 해석한다. 그렇다면, 한국 자동차 산업에 어떤 대응 전략이 필요한가.
“나 역시 구조적 전환이 진행 중이라고 본다. 다만 미국이 외국인 투자를 전면 배척하는 건 아니다. 미국에 이익이 된다면 투자를 환영할 것이다. 고용을 창출하고 미국 경쟁력에 기여하는 투자는 전략적 투자로 간주한다. 한국 자동차 업계는 미국 현지 투자를 계속 확대해야 한다. 부품 100%를 현지 조달하는 수준까지 현지화를 추진하면 관세 회피 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연계도 강화할 수 있다.”
* 라우 학장은 자신의 답변이 개인적인 견해이며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용어설명
- 1자동차 232조 보고서
2018년 트럼프 1기 정부 상무부가 작성한 수입 자동차가 미국 자동차 산업을 약화시켜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
- 2도하 라운드
2001년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4차 WTO 각료회의에서 출범한 다자간 무역 협상. 세계화에 따른 불균형을 완화하고 저개발국의 무역참여를 촉진하는 데 중점을 뒀다. 하지만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이해관계 충돌로 협상은 진전을 이루지 못했고, 2010년대 들어 사실상 중단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