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FTA 법률 전문가가 보는 통상 美 고율관세와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관세 조치가 대통령 권한 밖’이라는 미국 내 소송, 법원 판단에 세계가 주목
  • 이주형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하 트럼프)이 최근 몇 달 사이 펜타닐 공급망과 무역 불균형 문제를 명분으로 세계 각국 수입품에 부과한 일련의 관세 조치인 소위 ‘펜타닐 관세’ 및 ‘상호 관세’는 미국의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을 법적 근거로 하고 있다. IEEPA의 기원은 1917년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적성국 독일과 통상 및 금융 거래를 규제하기 위해 제정한 적성국교역법(TWEA·Trading With the Enemy Act)이다. TWEA는 전시를 전제로 한 법이었는데, 이후 1930년대 대공황 대응 과정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평시까지 확장하도록 개정됐다.

    그러나 이러한 광범위한 행정권 부여에 대한 법적 우려와 권력 남용 방지를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1976년 국가비상사태법(NEA·National Emergencies Act)이 제정됐다. 이와 함께 비상사태 선포 시 대통령이 외환·무역 등 국제 경제활동을 제한할 수 있는 별도 권한을 부여하는 법률로써 1977년 IEEPA가 마련됐다.

    IEEPA는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경우 미국의 국가 안보·외교·경제에 대한 ‘이례적이고 비상한 위협(unusual and extraordinary threat)’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 정부, 단체, 개인과 금융 및 상거래를 포괄적으로 규제하거나 자산을 동결할 수 있도록 한다. 해당 법률에 따라 대통령은 외환 거래 통제, 외국과 연계된 자산의 이전 및 거래 금지, 적대국 자산 몰수 등 다양한 경제적 제재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의 독자적 경제제재 체계의 법적 기반으로 작용하는데, 1979년 이란 인질사태1) 당시 IEEPA가 처음 발동됐다.

    이번 관세 조치로 중국 등이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국제분쟁뿐 아니라, 미국 국내 법원에도 소송이 이어지는 중이다. 펜타닐 관세 조치에 대해 반즈 대 미국(Barnes vs U.S.) 사건, 에밀리 레이 페이퍼 대 트럼프(Emily Ley Paper vs Trump) 사건 등 두 건, 기타 상호 관세·보편 관세·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른 관세 조치 등에 대해 브이오에스 셀렉션즈 대 트럼프(V.O.S. Selections vs Trump) 사건, 웨버 대 국토안보부(Webber vs DHS) 사건, 캘리포니아주 대 트럼프(California vs Trump) 사건 등 세 건 등 여러 건의 소송이 계류 중이다.

    이 가운데 4월 14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국제무역법원(CIT·Court of International Trade)에 제기된 ‘브이오에스 셀렉션즈 대 트럼프’ 사건은 무역정책수립 과정상 행정부 권한 한계가 법률적 쟁점이다. 다섯 개의 중소 수입 기업으로 구성된 해당 사건 원고는 트럼프가 4월 2일 행정명령으로 발동한 관세 조치는 법적 권한을 일탈한 위헌적 조치라고 주장한다. 대통령이 국제 무역수지 적자를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고,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 건 IEEPA가 규정하는 ‘이례적이고 비상한 위협(unusual and extraordinary threat)’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원고는 트럼프가 연방헌법 제1조에 명시된 의회의 조세 및 무역 규율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며, IEEPA 자체가 관세 부과를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지 않고, 관련 입법 과정에서도 그런 권한이 대통령에게 위임된 바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IEEPA가 그런 해석을 허용할 경우, 이는 헌법상 부여되는 입법권을 행정부 등 여타 기관에 위임할 수 없다는 ‘권한 위임 금지 원칙(nondelegation doctrine)’2)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해당 관세 조치로 인해 원고 기업이 직면한 급격한 비용 증가, 공급망 혼란, 경영상 존립 위기의 위험은 단순한 정책 피해를 넘어, 행정부 권한의 일탈이 야기한 구체적이고 회복 불가능한 손해라는 점에서 법원이 즉각적인 사법적 구제를 제공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2025년 4월 미국 법무부는 트럼프가 IEEPA에 근거해 내린 관세 조치에 대해 여러 지방법원에 제소된 사건을 모두 CIT로 이관해 하나의 사건으로 병합해 심리해 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미 법무부는 해당 소송이 ‘수입품에 부과되는 관세·세금·수수료 또는 기타 조세’에 관한 사안이라면, 그 목적이 수입세 수입 확보든 그 외 목적이든 법률상 CIT가 ‘전속 관할권(exclusive jurisdiction)’을 가진다고 주장했다. 법무부가 사건 병합을 추진하는 목적은 대통령이 IEEPA를 근거해 내린 관세 조치의 합법성 여부에 대해 개별 법원이 다른 판결을 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역사적으로 미국 법원은 대통령의 IEEPA 권한 행사에 대해 비교적 광범위한 재량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1981년 데임스 앤드 무어 대 레이건(Dames & Moore vs Regan) 사건3)에서 법원은 IEEPA가 부여한 행정권한이 “광범위하며 대통령의 경제제재 조치를 충분히 뒷받침한다”고 판시하고, 특히 해당 법이 TWEA의 규범을 계승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IEEPA가 의회 입법 권한을 위헌적으로 위임한 것이라는 주장은 대부분 기각됐다. 다만 2000년대 이후 특히 테러와 관련된 미국 내 자산 동결 조치, 중국 소셜미디어(SNS) 앱 금지 등과 관련해 법원은 IEEPA의 적용 범위와 대통령 권한 행사에 일정한 제한을 둘 필요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놨다. 법원은 IEEPA가 단순히 외국과 경제 관계에 대한 규제 권한을 넘어 개인의 표현의 자유나 데이터 권리에 영향을 미칠 경우, 헌법상 제한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요컨대 IEEPA는 본래 제한적·임시적 긴급조치를 위한 수단으로 도입됐으나, 대통령의 재량이 일정 수용돼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 대법원은 정치적 또는 경제적 중요도가 높을 경우 명확한 권한 없이 의회가 행정부에 이를 위임할 수 없다는 취지로 심사 기준 변화을 바꾸기도 한다. 따라서 이번 조치처럼 대통령이 IEEPA를 근거로 새로운 형태의 관세 또는 대규모 경제 조치를 할 경우, 법원이 예전보다 더 엄격한 심사를 가할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다. 현재 WTO에 제소된 국제분쟁뿐 아니라 미국 국내 법원의 판단이 주목되는 이유다.


    용어설명
    • 1이란 인질 사태

      1979년 11월 이란혁명 직후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이 이란 대학생에게 점거돼 외교관 52명이 444일간 인질로 붙잡혔던 사건. 미국이 이란에서 축출된 모하메드 레자 팔라비 국왕을 병 치료 목적으로 받아들인 데 따른 것이다. 해당 사건은 미국과 이란의 관계를 단절시키는 전환점이 됐고, 이후 양국의 적대적 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 2권한 위임 금지 원칙(nondelegation doctrine)

      의회가 헌법에 따라 부여받은 입법권을 행정부 등 다른 기관에 본질적으로 위임할 수 없다는 원칙. 다만 명확한 기준(intelligible principle)이 있을 경우 행정기관에 일정 범위의 권한 위임은 허용돼 왔다.

    • 3 데임스 앤드 무어 대 레이건 사건

      1981년 7월 2일 미국 대법원은 데임스 앤드 무어 대 레이건 사건에서 대통령이 의회의 명시적 승인 없이도 국제분쟁 해결을 위해 미국 내 이란 자산을 동결하거나 청구권을 종료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는 이란 인질 사태 이후 체결된 합의에 따른 조치였으며, 대통령의 외교적 재량권을 넓게 인정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