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4월 2일(이하 현지시각)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상대국 관세 및 비관세 무역 장벽에 따라 미국 기업이 받는 차별을 해소한다는 취지의 이번 상호 관세는 기본 관세(4월 5일 시행)와 이른바 ‘최악 침해국(worst offenders)’ 에 대한 개별 관세(4월 9일 시행)로 구성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 오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행한 연설에서 이런 내용의 상호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고,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산업을 파괴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비(非)금전적 장벽을 만들었다”라면서 “미국 납세자는 50년 이상 갈취당해왔으나 더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현실화된 트럼프 2기 정부 관세 조치
국가별 상호 관세율은 △중국 34% △유럽연합 (EU)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인도 26% 등이다. 이번 상호 관세 부과 조치는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1)을 토대로 한 것이라고 백악관은 밝혔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2024년 대미 수출 액은 전년 대비 10.4% 증가한 1278억달러(약 187 조8660억원)며,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는 557억달러(약 81조879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주요 대미 수출 품목은 △자동차 △반도체 △석유제품 △배터리 등으로 나타났다.
미국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1월 기준 한국은 미국 수입의 3.4%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보다 더 많은 상품을 수입해 오는 국가는 멕시코, 중국, 캐나다, 스위스, 독일, 아일랜드, 베트남, 일본, 대만 등이다. 현재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있어 사실상 무(無)관세다. 그러나 3월 31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국가별 무역 장벽 연례 보고서에서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금지’ ‘국방 분야 절충 교역 규정’ ‘디지털 무역 장벽’ 등을 한국의 비관세 장벽으로 설명했다.

FTA로 해당 없는 MFN 관세 문제 삼아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 부과를 발표하면서 선보인 표에는 한국이 ‘환율 조작 및 무역 장벽을 포함한 미국에 대한 관세’로 50%를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계산돼 있다. 이 때문에 한국에 부과하겠다고 하는 25%의 상호 관세는 할인(디스카운트)된 수치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브리핑을 통해 “미국의 최혜국대우(MFN)2) 관세는 3.5%인데, 인도는 15%, 한국은 13%, 베트남은 거의 10%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비관세장벽” 이라며 “인도, 한국, 베트남 등은 미국의 많은 농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MFN 관세는 FTA를 맺고 있는 미국과는 무관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관세 발표 이후 협상으로 관세율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는데, 즉각 협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 고위 당국자는 “미국은 새 관세 체제를 자리잡게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PLUS POINT
모든 수입차에 관세 25% 부과… 대미 수출 1위 자동차 타격받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 26일 미국에 수입되는 외국산 자동차에 4월 3일 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대상은 모든 외국산 자동차지만, 주로 한국과 일본·유럽·멕시코·캐나다 등에서 생산된 자동차가 영향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 내 자동차 제조업 부흥을 이끌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자국에서 사업해 일자리와 부를 지난 몇 년 동안 빼앗아 온 국가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외국산 자동차 관세 부과로 연간 1000억달러(약 146조3100억달러)의 세수 증가를 기대한다”라고 했다. 이번 관세 부과로 자동차가 대미 수출 품목 1위인 한국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347억달러(약 50조 7696억원)에 달하며, 이는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자동차 수출 규모(707억8900만 달러)의 거의 절반인 49.1%를 차지한다.
앞서 3월 24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루스벨트룸 에서 자동차 생산 분야 86억달러(약 12조5800억원), 부품·물류·철강 분야 61억달러 (약 8조9250억원), 미래 산업 및 에너지 분야 63억달러(약 9조2175억원)의 대미 투자를 2028년까지 집행한다고 발표했다. 정 회장은 “이번 투자의 핵심은 철강·부품· 자동차 분야까지 미국내 공급망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특히 루이지애나 제철소는 1400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 내 자립적인 자동차 공급망 구축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차의 앨라배마·조지아주 공장은 매년 100만 대 이상의 미국산 자동차를 생산할 것”이라며 “미국 내에서 제품을 생산하면 관세는 없다”라고 했다.

- 1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
1977년 제정된 미국의 법. 국가 비상사태나 긴급 경제적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경제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 경제적 제재, 무역 통제, 자산 동력 등의 조치로 미국의 외교정책이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하고 있다.
- 2최혜국대우(MFN)
국제무역에서 가장 우대하는 국가에 부여하는 무역 혜택. 한 국가가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다른 국가에 제공하는 가장 유리한 무역 조건을 모든 무역 상대국에 자동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원칙. 이런 MFN원칙은 관세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