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6년 7월 공동 검토가 예정된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의 조기 재협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중 USMCA의 ‘재검토’ 과정을 활용해 멕시코를 통한 중국의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우회 수출을 차단하고 환적에 대한 강력한 보호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공표했다. 또 중국 기업의 멕시코 생산 자동차에 대해서는 100%, 200% 나아가 무려 200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해 단 한 대도 미국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예고한 이러한 고율 ‘관세 부과’ 정책은 자신이 직접 협정에 서명하고 발효한 USMCA의 3국 무관세 협정 내용과 충돌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전면 재협상을 추진하며, 이를 관철하기 위한 압박 도구로 관세 부과 위협을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USMCA는 1994년 발효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기 위해 트럼프 1기(2017~2020년)에 체결된 새로운 자유무역협정이다. 2026년 7월 ‘공동 검토’ 시점이 도래한다. 공동 검토는 ‘재협상’이 아니며, 재검토를 활용해 USMCA의 협정 내용을 변경하거나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 명시돼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재협상’ 의지를 분명히 한 만큼, 이를 위해 관세 부과 등을 지렛대로 활용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 경제는 중국과 멕시코에 대한 중간재 수출 비중이 80% 이상이고, 캐나다의 경우도 25%를 차지한다. 미국 통상 정책이 변화할 경우 우리 수출이 감소하는 충격에 직면하게 된다.
USMCA 재협상의 파급효과
미국 신행정부는 USMCA 재검토를 통해 미국 이익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협정 내용을 수정할 것이다. 3국의 협상과 추후 양자 논의에 따라 해당 협정은 ‘부분 변경을 통한 현상 유지’가 될 수도 있고, 파국적인 ‘무역협정 철수’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통상 전문가인 조수아 멜처 펠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공언이 캐나다와 멕시코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전략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또 캐나다와 멕시코는 현상 유지를 이끌려고 노력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위해서 미국 신행정부의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약속하거나 최소한 이에 응하는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이를 통해 북미 경제 ‘블록’은 강화된 협력을 통해 강력한 경제적 파트너십으로 지배적인 위치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북미 국가는 더욱 강화된 경제 블록화, 특히 무역 협정을 넘어선 ‘관세 동맹’으로 집단적 힘의 강화를 추구할 수도 있다. 관세 동맹은 여러 국가가 단일 관세 체제를 도입하고 회원국 간 무역 장벽을 제거해 상호 간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는 경제협력 형태다. 세계 최대 관세 동맹인 유럽연합(EU)의 영향력이 막대한데, 북미 3국도 EU 같은 진화를 통해 비회원국 및 교역에 대한 공통외부관세(CET) 설정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의도하는 대로 자국 내 생산 기지 구축을 중심으로 북미 지역 내 생산과 조달이 강조되면,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은 전략 산업인 반도체, 이차전지, 전기차, 양자 컴퓨터 등의 자국 생산 확대를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미국 중심 블록에서는 중국산 제품의 수요 대체 방안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입 시장 다변화와 제삼국으로 전환 수출하는 방안도 필요할 것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의 대응 전략
미국 신행정부의 통상 정책 변화에 대응하는 국내 기업과 정부는 △현지 생산 확대 △공급망 다변화 △기존 자유무역협정(FTA) 프레임 활용 △지속적인 정책 모니터링 △장기적인 무역 다변화와 산업 구조 고도화 등을 통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 먼저 미국 내 생산 확대 전략은 현지에서 생산 시설을 확충해 관세 부담을 줄이고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는 것이다. 미국과 멕시코 외에도 캐나다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 합작 공장이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배터리 모듈을 양산 중이고, 포스코퓨처엠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캐나다에 배터리 양극재 합작 공장을 건설 중이다. 미국 신행정부의 관세정책을 면밀히 분석해 캐나다 정부 등과 긴밀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
공급망 다변화 전략의 경우, 북미 지역 내에서 부품 조달과 생산을 늘려 원산지 규정에 대응하고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앞으로는 미국의 통상 전략 변화에 따라 미국 동부 연안 및 국경 지역, 인도·동남아 등 글로벌 공급망 거점을 중심으로 선제적인 물류 인프라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 기존 한미 FTA와 한·캐나다 FTA 프레임을 활용해 무역 장벽을 최소화할 수 있다. 멕시코와는 FTA 체결 추진을 통해 무역구조를 개선하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1) 등 기존에 논의돼 온 경제협력체 가입을 가속해 블록 단위로 대응할 수 있는 협력 체계마련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정부와 기업은 미국 신행정부의 조세 및 관세 정책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그에 따른 적절한 대응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공급망 다변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등 위험 완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정부는 중장기 대책으로 무역 다변화와 함께 산업구조 고도화를 추진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 대미 수출액은 대중 수출을 초과했으며, 부가가치 측면에서 보면 대미 수출 중요성이 더욱 부 각된다. 다만 대미 투자가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분야에 집중돼 있어 이들 첨단 분야에 대한 국내 투자 둔화, 인재 유출 리스크도 우려된다.
근본적인 대응책은 수출 다변화와 더불어 기술혁신을 통해 수출 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것이다. 대중국 수출 기반은 기술 중간재 중심에서 소비 제품으로 다변화하고 내수시장 진출 확대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 1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미국이 환태평양경제 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한 뒤, 일본·호주·멕시코 등 아시아·태평양 11개국이 새롭게 출범시킨 경제 동맹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