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통상의 세계 돋보기 INTERVIEW 김만기 KAIST 공공조달과정(GPP) 책임교수 “한국 기업,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서 장기적 협력 전략 필요”
  • 이정아 기자
  • 현 한·우크라이나 뉴빌딩협회 부회장, 현 글로벌조달개발원(GPDI) 원장, 현 법무법인(유) 율촌 고문, 현 미국조달협회(GCA) 고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1)이 길어지면서 우크라이나의 전후 복구와 재건 사업2)이 국제사회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의 재건을 단순한 복구 사업이 아닌, 장기적인 경제 재건과 현대화의 기회로 보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를 유럽 경제권에 편입하려고 구상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대규모 투자도 예상된다. 한국 기업에도 이 과정은 단순한 복구 사업을 넘어 유럽 시장 진출의 발판이 될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만기 KAIST 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이미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 경험이 풍부해 스마트시티 구축, 디지털 인프라, 재생에너지, 농업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불확실한 전쟁 상황, 자금 조달 문제, 치열한 국제 경쟁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행정 비효율성과 부패 문제 등은 기업이 직면할 주요 도전 과제”라고 꼽았다.

    그는 “한국이 이미 성공한 전후 재건 경험을 활용해 전략적 접근을 마련하고, 정부 및 국제기구의 금융 지원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가 한국의 경제 발전 모델을 벤치마킹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만큼, 단순한 계약을 넘어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한국 기업의 성공적인 진출을 위한 핵심 전략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음은 김만기 교수와 일문일답.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길어지면서 우크라이나의 전후 복구와 재건 사업이 국제사회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많은 나라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관심이 많은 국가로는 미국과 독일, 터키, 프랑스, 일본, 호주 등이 있다. 이들 국가와 비교해 한국의 특장점은 ‘빠른 전후 복구와 경제성장에 대한 경험’이다. 재건 사업은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비효율적인 운영으로 인해 필요 이상으로 장기화할 위험이 있다. 한국은 고속 성장 경험과 이런 성장 결과를 유지하는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기타 선진국에 비해 더 큰 신뢰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다른 국가는 단순 복구에 집중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미래 선도형 인프라 구축 경험이 풍부하고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 기업이 높게 평가될 수 있는 이유다. 또한 한국은 국내외에서 대규모 인프라 건설 경험을 풍부하게 쌓아왔으며, 디지털·스마트 기술을 접목하는 능력도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있다. 이 인프라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스마트 시스템과 친환경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한국의 차별화된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한국 기업이 구체적으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은.

    “한국은 이미 중동과 동남아 등지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풍부한 경험을 축적했으며, 기술력과 신뢰도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한국은 디지털 기반 스마트 인프라 구축 기술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어, 단순한 복구를 넘어 미래형 도시 개발을 주도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스마트시티 구축에는 데이터센터 조성, 디지털 통합 플랫폼, 전자정부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협력할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 시장을 유럽 진출의 발판으로 삼는다면 한국 기업에 사업 확장의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으로 인해 특히 어떤 분야에서 지대한 영향을 받았나. 이를 회복하기 위해 한국 기업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곡창지대3)로 불릴 만큼 농업 비중이 큰 국가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해 농경지와 생산 시설이 심각한 피해를 보면서 농기계 및 농업 기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정밀 농업, 자동화 농기계, 농업용 드론 기술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건설 분야에서는 물류와 교통망 현대화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흑해와 연결되는 항만의 복구와 현대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은 해외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에서 풍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친환경 및 스마트시티 건설 기술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전쟁 초기부터 에너지 시설이 집중적으로 공격받아 복구 과정에서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은 재생에너지 설비 구축과 에너지 효율화 기술을 중심으로 참여해 강점을 살릴 수 있다. IT 및 디지털 산업 역시 우크라이나 재건의 핵심 분야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IT 강국으로,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포함한 다양한 기술 협력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대규모 주택 건설도 긴급한 과제다. 한국은 모듈러 주택, 친환경·스마트 주택 건설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이 분야에서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기회가 열려 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곡창지대’로 불릴 만큼 농업 비중이 큰 국가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해 농경지와 생산 시설이 심각한 피해를 보면서 농기계 및 농업 기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기업이 우크라이나에서 재건 사업을 추진할 때 고려해야 할 리스크는 무엇인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는 많은 기회가 있지만, 상당한 어려움도 따른다. 가장 큰 불확실성은 전쟁이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안정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으며, 자금 조달과 재원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국제 공적 자금이나 다자 개발 은행 등의 금융 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전쟁 이전부터 부패 문제와 행정 비효율성이 지적돼 온 국가다. 이에 따라 신뢰할 수 있는 현지 파트너를 찾고, 규제 대응을 포함한 법률적 이해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 유럽이나 미국 기업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단순한 가격 경쟁보다는 품질과 기술력을 앞세워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는 한국이 과거 국제사회의 지원과 자국민의 노력으로 폐허에서 경제 강국으로 성장한 사례를 벤치마킹할 만한 모범 사례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기술과 노하우를 배우려는 의지가 강하다. 단순한 복구가 아니라,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재건을 ‘성장을 위한 기회’로 접근한다면, 한국 기업은 우크라이나와 함께 발전하는 파트너로 자리 잡으며 성공적인 시장 진출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장기적인 프로젝트인 만큼, 한국 기업이 안정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가장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은 10년 이상 지속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인 만큼, 한국 기업이 안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우선 한국수출입은행의 금융 지원 프로그램이나 공적개발원조(ODA) 기금을 적극 활용해 기업의 재정적 리스크를 완화하고, 장기적인 협력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또한 재정적인 위험뿐만 아니라 법률, 보안, 현지 파트너 연결 등 다양한 리스크 요인이 있는 만큼, 한국 기업이 체계적이고 안전하게 우크라이나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한·우크라이나 협력 기관을 설립하거나 정부 차원의 진출 지원 프로젝트를 운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한국의 기술과 솔루션을 패키지화 해 재건 사업에 참여한다면,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고, 성공적인 시장 진출 가능성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기업이 준비해야 할 전략은 무엇인가.

    “현지 상황에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유연성과 신뢰할 수 있는 현지 파트너를 찾는 것이다. 또한 이라크 재건 사업, 폴란드 인프라 구축 협력사례 등 한국이 수행한 재건 및 인프라 구축 사업을 면밀히 분석해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국의 기술력과 국제적 입지가 상당히 높아졌지만, 여전히 한국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재건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다양한 도움을 제공해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기적인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경제성장 파트너로서 한국 기업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생산 시설 설립, 기술이전, 인력 교육 등의 지속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한국 기업이 단순히 재건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 우크라이나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함께하는 파트너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관심 있는 기업에 도움 주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하고 있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관심 있는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공공 조달 컨설팅을 하고 있다. 공공 조달4)은 절차가 복잡한데, 한국 기업은 현지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에 입찰 참여 자체가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먼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관련 입찰 공고를 모니터링하고 기업 제품과 서비스에 맞춘 전략을 제공한다. 입찰 참여를 위한 기본 자격 요건에 충족하도록 사전에 업체 등록, 서류 준비 등에 대해 지원하며 실제 입찰에 참여할 경우 기술 제안서, 가격 제안서 작성법 자문을 한다. 더불어 외국 기관 및 해외 파트너사와 소통하기 위한 채널을 마련하고 정확한 의사소통에 대한 도움을 주고 있다. 또 현지 정부 관계자와 기업인 네트워크가 풍부하여 믿을 수 있는 파트너와 연계하고 지속적으로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우크라이나 진출 때 고려해야 할 것은.

    “한국 기업이 의사 결정을 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안전에 대한 우려와 불확실성이다. 종전 시점이 여전히 불확실한 만큼, 많은 기업이 신중하게 투자 결정을 검토하고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재건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부터 꾸준히 지원해 온 국가와 기업에 대한 신뢰가 높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리스크가 높은 시점에 먼저 진출하는 결단력과 용기도 필요하다. 초기부터 대규모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보다 단순한 제품 납품부터 시작해 신뢰를 쌓아가며 리스크를 점진적으로 줄이는 전략이 효과적일 것이다.

    두 번째 과제는 자금 조달 리스크다.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외환 관리 규제로 인해 송금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난해 우크라이나에서 성공적으로 송금받은 경험이 있다. 그 비결은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고, 외환 관리 규정을 철저히 준수할 수 있도록 서류를 완벽하게 준비한 것이다. 규제를 명확히 이해하고 믿을 수 있는 현지 파트너와 협력한다면, 이러한 리스크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세 번째 과제는 공공 조달 입찰 및 정부 프로젝트 참여의 복잡성이다. 입찰을 준비하려면 방대한 서류 작업이 필요하며, 계약 조항도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일반 기업의 경우 이를 자체적으로 대응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절차를 전문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컨설팅을 받거나 현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재 우크라이나를 복구하는 데 드는 비용이 예상보다 많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재정적인 지원을 효율적으로 받을 방법은 무엇인가.

    “2024년 기준으로 세계은행이 추정한 우크라이나 복구 및 재건 비용만 약 4860억달러 수준이었다. 초기 예상 금액에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므로 한국 기업은 정부 및 국제 금융기관의 지원을 훨씬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용어설명
    • 1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시작됐다.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와 유럽연합(EU)가입 추진에 대한 러시아의 반발로 벌어진 갈등이다. 국제사회의 대응과 제재가 지속되면서 전 세계 정치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 2재건 사업

      우크라이나가 전쟁으로 파괴된 인프라 복원, 경제 활성화 그리고 정치적 안정을 위해 국제사회의 재정적 지원과 기술적 도움을 받아 벌이는 사업.

    • 3유럽의 곡창지대

      프랑스, 독일, 우크라이나 등 유럽 중부와 동부에 위치한, 농업 생산이 활발한 지역을 말한다. 비옥한 토양과 적합한 기후 덕분에 이 지역은 밀, 옥수수, 보리 등 주요 곡물을 생산하며 유럽의 식량 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 4공공 조달

      정부나 공공기관이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 일반적으로 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이뤄지며,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가 요구된다. 이를 통해 공공기관은 품질이 좋은 재화와 서비스를 적정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