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 트럼프 2.0, 재생에너지 ‘후퇴’ 석유·가스·원자력 ‘부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해 두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신행정부는 조 바이든 정부와 상반되는 에너지 정책을 예고, 추진하고 있다. △저렴한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을 통한 물가 안정 △규제 완화를 통한 화석연료 생산 개발 확대 및 제조업 경쟁력 강화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미국 영향력 확대 △대외 에너지 의존도 최소화 등을 골자로 한다. 미국 신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석유, 가스, 원전, 재생에너지, 기후변화 등 다섯 가지 측면에서 짚어보고자 한다.

공장 굴뚝을 배경으로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얼굴.

석유 공급 확대, 자국 내 수요 촉진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 에너지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알래스카 유전, 연방 공유지 개발 등을 통한 상류 부문 투자를 촉진해 미국의 석유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물가 안정과 에너지 안보를 확립하기 위해서다. 에너지·환경 정책의 조화 및 추가 송유관 건설로 에너지 비용을 절감해 물가 안정을 달성하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또 전통 에너지의 역할을 강조하는 정책을 시행해, 국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해 궁극적으로 공급 충격에 대비하고자 한다. 정부 조직 개편을 거친 미국 신행정부는 정책 초점을 ‘기후변화’에서 ‘에너지 시장 안정’으로 옮겼다. 기존의 석유 전략비축 정책은 유지하거나 강화했다. 

동시에 전통 에너지산업 전반에 걸친 규제 완화로 자국 내 석유 수요를 촉진하고 있다. 미국 신행정부는 내연기관 운송 수단의 비용으로 인식되는 기술적·환경적 규제를 대폭 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 2032년까지 신차 절반 이상을 전기차로 판매하도록 하는 바이든 정부가 세운 규칙을 폐지하겠다고 밝혔으며, 미 교통부의 권한을 강화해 환경청의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이 교통부 관리하에 결정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중단했던 천연가스 생산·수출 재개 전망

미국 신행정부는 앞선 바이든 정부의 석유·가스 개발 규제를 대폭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연방 정부 소유지에 대한 자원 개발 규제 완화 △해상 자원 개발 가속화 △바이든 정부에서 중단된 천연가스 생산 프로젝트 재개 등, 천연가스 이용 확대를 위한 인프라 건설을 가속하고 생산·운송 시설에 대한 환경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이 크다. 수출과 관련해선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산업 육성 및 지원, 특히 이전 정부에서 지연된 자유무역협정(FTA) 미체결국에 대한 LNG 수출 프로젝트1)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기를 배경으로 한 석유, 천연가스, 원자력 관련 아이콘.

원전 규제 풀고 민간 주도 상업화 지원

트럼프 대통령은 원자력을 저렴한 에너지 생산의 한 축으로 명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한 공약으로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현대화 △기존 원전 계속 운영 △혁신적인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에 투자 △미국 내 선행 핵연료 주기 인프라 확보 △선진 원자로 기술의 명확하고 신속한 실증 추진 등을 내걸었다. 이에 발맞춰 신행정부는 에너지부 원자력국(ONE)의 기능을 개편했다. 민간 원자력 회사의 사업 결정권을 침해하는 권한은 축소하고, 제한된 연구개발(R&D) 활동에만 집중하도록 했다. 또 민간 부문 기술혁신을 위해 원자력규제위원회의 규제 요건을 완화하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며, 인허가 검토 수수료 체계 효율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사용후 핵연료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ONE 내 담당 부서를 승격하기도 했다.

재생에너지 지원 축소 불가피

신행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전면 폐기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재생에너지 분야 지원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이 IRA 폐기를 위해 제출한 법안 중 일부는 하원을 통과했으나, 민주당의 반대와 이익 단체와 협상 등이 남아있어 법안이 전면 폐지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단, 민주당이 강력하게 추진했던 그린 뉴딜(친환경 산업 정책)의 폐기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한편 해상 풍력과 관련한 신규 프로젝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허가 중단 행정명령을 언급했으나, 대규모 댐 건설·운영과 수력발전은 지지하는 입장이다.

기후 정책, 전면 재검토·후퇴

신행정부는 바이든 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을 완전히 뒤집어, 환경 규제를 철폐하고 화석연료를 포함한 에너지 공급을 확대해 저비용 에너지 공급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의 정책이 에너지 비용을 증가시켜 물가 상승과 제조업 경쟁력 약화를 야기했다고 주장하며 저비용 에너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2018년 1기 정부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산업·발전 부문 독성 대기오염물질 규제를 철폐한 바 있다. 신행정부는 온실가스 배출 관련 규제와 석유·가스 부문 메탄 배출에 대한 부과금 폐지를 추진할 것으로 보이며, 지속 가능 금융을 위한 각종 제도 역시 폐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산업 부문 탈탄소화 지원 역시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석유화학·구리·알루미늄 등 초당적 지지를 받는 업종에 대한 지원은 유지될 가능성이 있으나, 이외 부문에 대한 일반적 지원은 축소나 폐지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용어설명
  • 1LNG 수출 프로젝트

    2024년 1월 바이든 정부는 “LNG 수출이 기후변화, 국내 경제 및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동안 새로운 LNG 수출 허가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중단된 LNG 수출 프로젝트의 규모는 약 2300만t으로 추정된다. 당시 16개 주 정부는 LNG 수출 중단이 대규모 투자를 몰아낸다며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