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FTA 법률 전문가가 보는 통상 트럼프의 상호 호혜적 무역 및 관세 미국이 주목하는 한국의 비관세장벽…신중한 협상과 대응 필요
  • 이주형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상호주의(reciprocity)’는 ‘호혜성’과 유사한 개념으로, 국가 간 등가 교환을 전제로 동일 조치를 취하는 원칙을 의미하며, 외교 핵심 원리 중 하나다. 이를 국제무역에 적용하면 관세율, 쿼터(quota), 기타 상업적 제한 등에서 상호 양허를 부여하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가입한 국가는 최혜국대우(MFN)1) 원칙을 준수할 의무가 있어, 일부는 이에 근거해 상호주의 조약 체결이 제한될 수 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최근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 조치가 본격화하고 있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자, 동맹국인 한국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진다. 2024년 말,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의 ‘트럼프 리스크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 조치에 직면할 위험 수준에서 한국은 38개국 중 22위를 기록했다. 이는 멕시코, 캐나다, 독일 등보 다 상대적으로 낮지만, 향후 정책 변화에 따라 안정성이 보장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2025년 2월 13일(이하 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상호 호혜 무역 및 관세(Reciprocal Trade and Tariff)’에 관한 각서에 서명했다. 이 각서는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평균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맹국을 포함한 주요 무역 상대국으로부터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다는 인식이 명확하다. 트럼프 정부는 취임 직후 발표한 ‘미국 우선주의 무역정책(America First Trade Policy)’ 각서에서도 무역 적자가 미국 경제와 국가 안보를 저해하고, 산업 기반을 약화시키며, 전반적인 국가 경쟁력을 감소케 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무역 상대국과 비호혜적 무역협정에 강경 대응하기 위해 상호 관세 조치를 도입하고, 무역 상대국이 부과하는 비대칭적 세금 및 규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검토 과정에는 무역 상대국이 미국 상품에 부과하는 관세 및 부가가치세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 근로자 및 소비자에게 불공정하거나 차별적인 영향을 미치는 역외 세금과 ‘비관세장벽(NTBs·Non-Tariff Barriers)’2)도 포함된다. 특히, 문제의 소지로 검토하겠다는 대상에는 △비관세장벽 또는 조치 △보조금을 포함한 불공정하거나 유해한 정책 및 관행 △외국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인해 미국 기업이 직면하는 비용 △환율 왜곡으로 인한 미국 경제에 대한 불이익 △임금 억제 정책 및 기타 미국 기업·근로자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상업주의적 조치 등이 모두 들어간다. 해당 각서는 주요 개념의 정의를 정확하게 규정하는데, 그중 비관세장벽은 정부가 부과하는 모든 정책 또는 조치 중에서 국제무역을 제한·방해하거나 억제하는 비금전적 장벽으로 정의된다. 이는 △위생 및 식물 위생(SPS) 조치 △무역에 대한 기술적 장벽(TBT) △정부 조달 규제 △수출 보조금 △지식재산권 보호 제한 △디지털 무역 장벽 △국영 및 민간 기업의 반경쟁적 행위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별도 정의까지 둬 집중 검토한다고 한다.

    미 백악관이 ‘상호 호혜 무역 및 관세’ 각서와 함께 발표한 ‘공정하고 상호적인 무역 계획(Fair and Reciprocal Trade Plan)’에 따르면, 미국은 △자국 노동자의 보호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 △무역적자의 완화 △경제 및 국가 안보 강화를 주요 목표로 설정한다. 특히, 인도의 높은 최혜국대우 관세율, 유럽연합(EU)과 무역 불균형 그리고 EU의 높은 자동차 관세율을 지적하면서 미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이 미국산 제품에 대해 시장을 폐쇄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이런 불균형이 미국의 무역 적자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또 미국 기업에 디지털 서비스세(DST)3)를 부과하는 캐나다와 프랑스를 강하게 비판,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무역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다. 해당 계획은 상품 무역에 대한 관세 조치는 물론, 디지털 서비스세 같은 디지털 무역 장벽까지 포괄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정책적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제이슨 스미스 미 하원 세입위원회 위원장(공화·미주리주)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계획이 미국 제조 업체에 공평한 경쟁의 장을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그는 성명을 통해 “다른 나라는 미국이 수입품에 부과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관세 및 각종 무역 장벽을 부과하고 있어 미국은 오랫동안 상호주의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의 이익이 공정하게 대우받을 수 있도록 상호주의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의 무역정책을 전면 재검토해 주요 무역 상대국으로부터 이에 관한 약속을 받고, 관세를 회피하려는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2025년 1월 24일 미국 하원 공화당 의원은 외국과 협상해 미국 상품에 대한 관세율을 낮추거나, 외국 상품에 대한 상호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주는 ‘미국 상호무역법(US Reciprocal Trade Act)’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은 트럼프의 ‘의제 47(Agenda 47)’의 핵심으로 평가되는데, 미국산 제품에 대한 외국의 관세 및 비관세장벽으로 인한 무역 불균형에 대한 대통령의 협상 권한을 부여하는 게 골자다.

    외국이 부과하는 관세율이 동일 상품의 미국 관세보다 ‘상당히 높은’ 것으로 판단되거나, 비관세장벽이 단독으로 또는 미국 상품에 대한 관세와 함께 ‘상당히 높은 부담’을 부과하는 경우에만 이런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 법안을 위해 미국 상무부 장관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외국의 관세 및 비관세장벽을 조사하고 상호 관세를 초래할 수 있는 권고안을 4월 1일까지 준비한다.

    미국은 2024년 발간한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한국의 화학물질 관리 관련 불충분한 영업 비밀 보호조치 같은 기술 장벽에서 공공 부문에 적용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 인증(CSAP)에 따른 데이터 현지화 요건’ ‘망 사용료 관련 법안, 위치 기반 데이터의 국외 반출 제한 등 디지털 무역’ 등 다양한 비관세장벽을 비난했다. 최근에는 온라인 플랫폼 관련 경쟁 법안까지도 미국의 표적이 되고 있어 정부의 신중한 협상과 대응이 필요하다.

    용어설명
    • 1최혜국대우

      국제무역에 관한 협정에서 특정 국가에만 차등적인 특혜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 다자 계약 시의 동일성 조항이 외교 무대로 확대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 2비관세장벽

      관세 이외의 무역 장벽. 무역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목적으로 하는 장벽(수량 제한, 수입 허가제, 각종 수입 과징금 및 외환 할당 등)과 간접적으로 무역 제한 효과가 있는 장벽(보건 위생 규정 또는 내국세 제도 등)으로 구분된다.

    • 3디지털 서비스세

      인터넷 기반 플랫폼이나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부과되는 세금. 이 세금은 주로 글로벌 디지털 기업이 자국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디지털 서비스에 대해 과세하는 방식으로 적용된다. 디지털 서비스세는 전통적인 세금 시스템이 디지털 경제의 급성장에 따라 제대로 적용되지 않으면서 도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