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EU)은 경제적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중국과 혁신 격차를 좁히기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저렴한 청정에너지의 접근성을 확대하는 한편, 기업의 행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순환 경제법 개편, 탄소 국경 조정 메커니즘(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1)의 개선, 청정 산업 협정(Clean Industrial Deal)2) 도입 등의 규제 환경을 조정할 예정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회(EU 집행위) 위원장은 2025년 1월 29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경쟁력 나침반(Competitiveness Compass)’을 발표했다. EU 집행위는 이 보고서가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EU 경쟁력 제고 방안 보고서를 바탕으로 구상됐다고 밝혔다. 즉, 이 보고서는 EU가 글로벌 경쟁에서 재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EU 집행위가 경쟁력 나침반을 통해 제시하는 3대 핵심 정책 목표(Pillars)는 기술·산업 경쟁력을 강화한 ‘혁신 격차 해소’, 청정에너지 전환과 산업 성장의 균형을 위한 ‘탈탄소화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동 로드맵’, 공급망 다변화 및 무역정책 개선을 통한 ‘과도한 의존성 감소 및 보안 강화’다. 또한 5대 촉진 정책 과제(Horizontal enablers)로 기업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규제 간소화’, 유럽 내부 시장을 활성화하는 ‘단일 시장 내 장벽 제거’, 스타트업 및 산업 투자를 확대하는 ‘재정 지원 및 투자 활성화’, 디지털·인공지능(AI)·바이오 등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기술 개발 및 양질의 일자리 창출’, EU 회원국 간 정책을 통합 및 조정하는 ‘정책 조율 및 협력 강화’를 내세웠다. 이 보고서는 각국의 정책과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유럽을 지속 가능한 경제 중심지로 변화시키기 위한 중요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EU, 둔화한 성장과 혁신 한계 극복 전략 모색
이 보고서에 따르면, EU는 지난 수십 년간 경제성장률이 둔화했고, 주요 경쟁국인 미국·중국과 비교해 상대적인 경쟁력이 하락한 상태다. 주요 원인은 미국·중국과 기술 격차 확대, EU 내 투자 부족, 낮은 생산성 증가율 등이다. 또한 유럽의 스타트업은 자본 확보와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기술혁신과 경제성장이 제한되고 있다.
이에 따라 EU는 기술과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구현하기 위해 여러 정책적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EU의 특허 등록 수는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이를 상업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럽 기업은 자본을 확보하기 어렵고, 초기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데 필요한 지원이 부족한 상태다. 이에 대해 EU는 스타트업과 스케일업(Scaling Up) 전략3)을 제시하며, 창업 생태계를 강화하고 자금을 원활히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려고 노력 중이다. 또한 기업이 기술 혁신을 더욱 빨리 시장에 반영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공급망 강화, 규제 개혁, 기술혁신으로 글로벌 경쟁력 높인다
EU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고 경제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핵심 자원과 원자재의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EU는 다양한 국가와 협정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중요한 자원의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와 원자재의 수급 안정성 강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산업에서 필요한 핵심 자원의 확보를 위해 글로벌 협력 강화와 전략적 자원 관리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EU의 기업 환경은 과도한 규제로 인해 성장에 제약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EU는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의 혁신을 가속화하고 신속하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규제 환경을 단순화하고,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통해 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는 시대에 EU는 혁신 기술에 대한 규제 체계를 개선하여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EU는 글로벌 경제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기술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생명공학, 청정에너지 같은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경제적 안전성을 높이고, 국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유럽을 지속 가능한 경제 모델로 전환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EU는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공공과 민간 부문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민간 기업이 기술개발과 혁신을 통해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민간 부문은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통해 연구개발(R&D)을 활성화하고 있다. EU는 기업이 자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벤처캐피털 같은 금융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으며,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위한 재정적 장치를 마련해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탄소 중립, 디지털 혁신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 구축
EU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며, 2040년까지 탄소 배출을 최대 90% 감축하는 목표를 검토하고 있다. EU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과 전기차 산업 성장 그리고 클린 기술 분야 혁신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에너지 비용을 낮추기 위한 목표를 세웠다. 이 과정에서 EU는 에너지 비용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청정에너지 기술혁신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있다.
EU는 디지털 경제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며, AI, 클라우드 인프라, 반도체 산업 및 데이터 공유 정책을 강화하는 ‘AI 공장 이니셔티브(AI Factories Initiative)’4) 및 ‘EU 클라우드 및 AI 개발법(EU Cloud and AI Development Act)’5)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스마트 기술, AI, 빅데이터 등 발전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디지털화는 EU경제의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창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EU는 경제적 불확실성, 정치적 갈등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의 요구에 직면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방향은 경제 혁신과 기술 발전, 에너지 전환, 글로벌 협력 강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EU의 목표는 경제적 경쟁력을 회복하고, 디지털 혁신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적 접근은 유럽 경제의 회복력과 지속 가능성을 키우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다.
- 1 탄소 국경 조정 메커니즘(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탄소 배출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이 EU로 수입될 때 해당 제품에 추가적인 탄소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즉, 탄소 배출량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해 EU가 세금을 매겨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EU 내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유지하면서, 기업이 탄소 배출이 적은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 2청정 산업 협정 (Clean Industrial Deal)
탄소 배출 감축과 산업 성장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 기업이 친환경 기술을 도입하도록 지원하는 EU 정책이다. EU가 친환경 기술을 사용하는 기업에 혜택을 주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산업 정책을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친환경 제품 생산 촉진,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이 포함된다.
- 3스케일업 (Scaling Up) 전략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략이다. 유럽 스타트업은 자금 조달이 어렵고, 단일 시장에서 확장이 제한적이어서 미국·중국에 비해 성장 속도가 느리다는 한계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EU는 스타트업이 더 많은 자금을 유치하고, 유럽에서 쉽게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 4AI 공장 이니셔티브(AI Factories Initiative)
EU가 AI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고성능 컴퓨팅 및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하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 연구 기관, 기업이 AI 모델을 개발·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유럽 내 AI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 5EU 클라우드 및 AI 개발법(EU Cloud and AI Development Act)
유럽 내 AI 및 클라우드 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AI 훈련을 위한 데이터 및 컴퓨팅 인프라를 확충하는 법안이다. 이를 통해 대규모 AI 모델 훈련을 지원하는 AI 기가팩토리(AI Gigafactories) 구축과 EU 내 클라우드 서비스 규제 정비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목표는 유럽의 AI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데이터 보안 및 산업 성장을 촉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