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초부터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생성 AI 모델이 전 세계에 충격을 안기고 있다. 첨단 기술을 대표하는 AI 영역에서까지 가성비를 내세운 중국의 공습이 세계 최대 기업인 미국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을 하루 만에 6000억달러 가까이 증발시킨 것이다. 중국 경제는 세계경제에 이처럼 ‘차이나 쇼크(China Shock)’를 줄 만큼 강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러나 강한 중국에만 머물지 않는다. 부동산 지속에 따른 중국 경제 위기론이 가시지 않는다. ‘피크 차이나(Peak China)’론이 대표적이다.
책은 이 같은 중국 경제의 양면성을 조명한다. 피크 차이나는 중국 경제가 정점을 이미 찍어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미국을 추월하기는 힘들 만큼 약해진 모습을, 차이나 쇼크는 미국은 물론 세계 산업에 타격을 안길 만큼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 모습을 대변한다. 이처럼 엇갈린 시각은 중국경제를 바라보는 세계적 논쟁과 부합하며, 독자에게 중국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
저자는 특정 입장에 치우치기보다 다양한 데이터와 사례를 통해 독자가 스스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중국 경제의 성공과 한계를 함께 다룸으로써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한다.
올 1월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미·중 갈등 심화가 예고되는 시점에 현재 중국의 모습을 적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미·중 갈등의 향방을 점치는 데도 중요하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통점은 자신이 통치하는 기간에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일은 없을 것으로 장담하고, 상대의 통치 탓에 중국에 추월당할 위험이 커졌다고 비난한다는 점이다. 중국을 미국의 최대 위협으로 보고 추월을 저지하려는 게 미국 정치권의 공통된 사명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책은 시진핑의 격노를 불러온 중국 경제학자의 최근 에피소드부터 ‘포천’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 명단의 미·중 기업 수 변화 같은 데이터, 10년 전 세계 31위 자동차 기업에서 지난해 ‘자동차 원조 기업’으로 통하는 미국의 포드를 바짝 추격하는 비야디(BYD) 등의 사례를 동원해 중국 경제의 두 얼굴을 들여다본다. 특히 딥시크 쇼크가 던지는 다섯 가지 시그널을 분석한다. 첫째, 중국의 기술 추종자에서 선도자로의 변신이다. “혁신에 기여하는 게임에 중국 기업이 진입했다는 것에 실리콘밸리가 놀랐다. 중국과 미국의 AI 기술 격차는 1~2년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독창성(미국)’과 ‘모방(중국)’이라는 격차다. 이게 바뀌지 않으면 중국은 영원히 추종자로 머물 것이다. 중국은 더 이상 무임승차자가 아니라 점진적으로 기여자가 돼야 한다”는 량원펑 딥시크 창업자의 말을 전한다. 둘째, 중국이 더 이상 해외 유학파에 의존하지 않고도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시그널이다. 셋째, 성공한 기술 인재 영웅 만들기가 만들어낼 파급 효과다. 넷째, 단일 기업의 약진보다 생태계를 키우는 중국의 행보다. 이는 중국 AI 반도체의 약진을 예고한다. 다섯째, 구글 같은 성공한 서구 기업에서나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던 수평 조직이 중국 기술 기업에 확산될 경우 제고될 혁신 역량이다. 유명 경제학자 피셔, 민스키, 킨들버거의 위기 관련 이론을 기반으로 중국 경제의 위기 가능성도 점검한다.
또 노동, 자본, 총요소생산성(TFP·Total Factor Productivity)1) 같은 경제성장을 이끄는 주요 요소를 통해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 역사와 구조적 한계에 직면한 현실과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인구 고령화, 부동산 위기로 불거진 부채 리스크 등을 다룬다. 특히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성장 방식 전환이 시급한 상황에서 TFP가 갖는 중요성을 강조하는 저자는 이를 좌우하는 주요 영향 요인을 기술 진보, 정치 제도, 지정학 리스크의 시각으로 살펴본다. 제도 리스크와 지정학 리스크를 분석하면서 시진핑의 어릴 때 문화대혁명 트라우마와 ‘시진핑의 신시대’를 강조하는 시진핑과 ‘미국의 황금시대’를 내세운 트럼프의 심리적, 리더십의 스타일도 비교한다.

저자는 중국 민영기업의 억제로 이어진 정부의 강력한 통제 경제 시스템으로 회귀가 과거 소련식 경제모델로의 회귀를 떠올리게 한다는 중국 경제학자 주장을 소개하면서 현재 중국의 경제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투자와 수출 주도의 경제성장 방식이 미국의 견제 등 글로벌 시장의 충돌을 야기하는 현실을 전하고, 소비 진작이 활로라는 경제학자의 주장을 부각한다. 문제는 소비를 진작시키려면 부가 가계나 민간 기업보다는 정부로 쏠리는 구조를 개혁해야 하는데, 통제를 강화하는 제도 변화가 이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데 있다. 저자는 특히 이미 방향이 정해진 기술의 추격은 통제 환경에서 되레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지만, 앞길이 보이지 않는 영역의 기술혁신 영역에서는 통제 환경이 불리한 여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삼성과 LG를 제치고 세계 최대 LCD 패널 업체를 일궈 중국 LCD 산업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이 인생 2막을 반도체 굴기에 성공적으로 나선 사례나 역경을 기회로 바꾸는 중국 화웨이의 리더십, 배터리 패권을 넘어 전기차 생태계 장악에 나선 CATL의 사례 연구 등도 읽을거리다. 특히 중국이 대만을 점령했을 경우 대만 TSMC의 운명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사례로 세계 최대 광학 렌즈 업체 독일 자이스의 역사를 소개했다. 자이스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때 옛 소련과 미국에 의해 쪼개진 아픔을 안고 있다.
저자는 한중 관계와 관련, 약한 중국이나 강한 중국 한쪽을 보기보다는 달라진 중국의 모습으로 리셋돼야 한다고 본다. 자본재 국산화 등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홍색 공급망이 중국 국경을 넘어 세계화하는 추세임을 보여주고, 중국 자본에 대한 불편한 시각을 거두고 윈윈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2024년 1~9월 유입된 중국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 규모가 45억달러를 넘어 2022년, 2023년 2년 치를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은 현실과 중국이 한국에 대해 무역 흑자를 내기 시작한 현실을 주목하라는 것이다. 미국이 가장 위협적인 경쟁국으로 꼽는 강대국의 경제적 실체를 파악하려는 이들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된다. 글로벌 경제 속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이해하고 대응책을 고민하는 기업인에게 유익한 독서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 1총요소생산성(TFP·Total Factor Productivity)
국가 경제의 총산출량(GDP)에서 노동, 자본 같은 전통적인 투입요소의 축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잔여 성장을 측정하는 지표. 기술 개발, 노사관계, 경영 혁신, 교육 훈련, 사회간접자본 등 무형의 요인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되는지를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