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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 출범, 주요 정책 리스크와 기회 “미국이 돌아왔다…황금시대가 열릴 것”

“America Is Back(미국이 돌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7대 대통령이 공식 취임한 1월 20일(이하 현지시각), 백악관이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첫 화면에 띄운 문구다. 지난 4년 간 조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트럼프 대통령 1기(2017~2020) 정부의 방향으로 되돌리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어 그 아래로 “나는 매일 숨 쉬는 순간마다 당신(미국인)을 위해 싸울 것이다(Every single day I will be fighting for you with every breath in my body)”와 “진정으로 미국의 황금시대가 열릴 것이다(This will truly be the golden age of America)”라는 문구도 눈에 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나는 매우 단순히, 미국을 최우선시할 것”이라며 집권 1기 때 취임사와 마찬가지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국정 모토로 내세웠다.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의 이익과 안보를 최우선으로 하는 정치·경제·외교적 이념이나 정책 기조를 뜻한다.


“America Is Back(미국이 돌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7대 대통령이 공식 취임한 1월 20일, 백악관이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첫 화면에 띄운 문구다. 백악관홈페이지 캡처


향후 4년간 정책 방향 6가지로 정리 공개

이날 백악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트럼프 정부의 6대 우선 정책 의제를 발표하며 향후 4년간의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우선순위를 두고 추진할 정책을 말한다. ‘인플레이션 종식과 생활비 인하’를 비롯해 ‘미국 노동자를 위한 감세’ ‘국경 안전 강화’ ‘힘을 통한 평화 복원’ ‘에너지 패권’ ‘미국의 도시를 다시 안전하게 만들기’ 등이다. 첫 번째로 인플레이션을 종식시키고 생활비를 낮춰 경제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해 트럼프 정부는 금리정책과 에너지 가격 조정 등을 통해 가계 부담을 줄일 방침이다.

두 번째로 중산층과 노동 계층을 위한 감세 정책으로 소비를 촉진하고 경제성장을 유도할 계획이다. 세 번째로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을 짓는 등 국경 안전 강화를 통해 불법 이민 문제를 해결하고 이민 시스템을 대폭 개혁할 방침이다. 네 번째로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힘을 통한 평화를 이루고 동맹국에 방위비 분담을 요구할 예정이다. 다섯 번째로 에너지 자급자족을 이루고 화석연료 개발을 확대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미국 영향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여섯 번째로 미국 도시의 안전을 회복하기 위해 경찰 지원 확대와 치안 강화 정책을 추진해 범죄율을 낮출 방침이다.

이러한 정책은 트럼프가 강조하는 미국 우선주의를 기조로 하며, 미국 국민의 이익과 안보를 최우선으로 두는 트럼프 정부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큰 변화를 일으킬 전망이다. 특히 경제 및 통상 정책에서는 무역 적자 축소, 미국 제조업 부흥, 미·중 패권 경쟁 우위확보 등을 목표로 관세 인상 등 보호무역주의1)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트럼프 정부는 기후 연구에 대한 공격,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규제 철폐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기후변화 대응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은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측면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에너지 자급자족 정책, 이민정책 강화 등이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 미칠 영향에 주목해야 한다.

1, 2 미국의 신행정부가 공식 출범한 1월 20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도널드 트럼프 제47대 미국 대통령 관련 서적이 진열돼 있다. 뉴스1


‘고관세’ ‘중국 견제’ 대응해 영리한 협상 필요해

미국은 일찌감치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반중(反中)정책으로 고관세를 유지하거나 강화할 가능성이 점쳐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전 모든 중국산 제품에 대해 60%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약했다. 실제로 미국은 2월 1일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는 30일간 유예했지만, 대중국 관세는 2월 4일부터 발효됐다. 이에 중국은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2월 5일 WTO 분쟁 절차를 시작했다. 미국 내 제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한국산 제품, 특히 자동차, 전자 제품, 철강 등에 대한 관세 인상 또는 비관세장벽 강화도 예상할 수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산업은 미국 내 시장점유율 감소 및 비용 증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김수동 산업연구원(KIET)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 단장은 “한국에 대해 당장 보편 관세(Universal Tariff)2)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므로 다행인 상황” 이라면서도 “중국에 이어 유럽과 한국 등에도 순차적이고 점진적으로 보편 관세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은 자동차 수출로 워낙 (대미) 무역 흑자를 많이 보니까 이 업종에서 관세를 매길 가능성이 있다”며 “트럼프 1기 정부 때도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므로 이번에도 비슷할 것으로 볼 수 있다” 고 말했다. 김 단장은 “한국은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미·중 간 무역 전쟁 때 중국과 미국이 협상했던 것을 본보기 삼아 미국과 타협을 통해 관세를 최소로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견제하는 정책은 장기적으로는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에 60% 이상의 고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중국은 사실상 미국 수출길이 막히기 때문이다. 김 단장은 “중국이 수출하는 주요 업종인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하게 되면 그 대체는 한국 또는 대만이 될 것”이라며 “중국에 압박이 크면 클수록 우리에게는 큰 시장이 열린다”고 전망했다. 이어 “반도체뿐 아니라 자동차, 전자 등도 결국은 중국산 대신 한국산으로 대체할 것”이라며 “특히 조선업에서는 미국이 한국과 협력을 강하게 원하고 있어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가 돌아왔다… 47대 대통령 취임식 다룬 미국 신문들. 연합뉴스


화석연료 개발 확대, 전기차 보조금 폐지…한국에 기회

트럼프 정부는 에너지 자급자족을 위해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 개발을 확대할 전망이다. 해외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에너지 산업을 활성화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는 파리기후변화협약3) 같은 국제 환경 협약이 미국 산업의 성장을 저해한다며 탈퇴하겠다고 밝혀왔고, 실제 취임 첫날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이 화석연료 산업을 육성할 경우, 한국의 에너지자원 수입 비용이 단기적으로 안정화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이러한 정책은 한국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김 단장은 “지난 바이든 정부 때 자동차 연룟값 등이 폭등하며 물가가 너무 올랐다”며 “트럼프는 어떻게든 에너지값을 낮추겠다고 약속했고 이것이 재선에 승리한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정책이 한국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한국은 에너지를 수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발표로 인해 한국 전기차 제조 업체에 공정한 경쟁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점은 기회로 볼 수 있다. 김 단장은 “이전까지 전기차 보조금을 받았던 기업은 대부분 미국 브랜드였다”며 “이제 보조금이 사라지면 미국산 전기차가 비싸지기 때문에 한국 기업에 경쟁력을 상승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경 강화와 이민 통제 역시 통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외국인 노동자의 미국 이민이 제한되면 미국내 기술 인력 부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에 진출한 한국의 IT 및 제조 기업이 현지에서 숙련된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한다. 이에 현지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거나 원격 근무 모델을 적극 도입해 인력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김 단장은 “불법으로 미국에 들어가는 사람은 대부분 저임금 비숙련 노동자일 것”이라며“미국 노동시장 전체적으로는 인력이 줄겠지만, 숙련된 노동자를 주로 채용하는 한국 기업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_백악관


미국 내 한국 기업 투자, 일자리 창출 기여해야 

한국으로서는 당장 시급한 것은 없다. 하지만 보편 관세 등 트럼프 정부가 앞으로 들고나올 조치에 대응해 영리한 협상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 김단장은 “미국이 한국과 협력하기를 강력하게 원하는 조선업이나,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는 등 카드를 마련해 우리에게 불리한 조치를 최소로 줄이는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할 필요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대미 직접투자 순위에서 한국이 사상 처음 1위를 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대미 직접투자는 많이 증가해 한국의 해외직접투자(ODI)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3.7%로, 198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1년 미국 내 한국 기업의 노동자 1인당 평균 연간 급여는 10만4000달러로 전체 평균인 8만 7000달러를 상회했고, 자산 규모 대비 미 경제성장 기여도(27개국 중 10위) 및 미국 대외 수출 기여도(26개국 중 5위) 또한 주요국 기업 대비 높았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리쇼어링 이니셔티브’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미국 기업의 리쇼어링(reshoring·생산 기지 본국 회귀) 및 외국인직접투자(FDI)로 미국 시장에 새로 창출된 일자리는 총 18만2880개(리쇼어링 10만8351개, 직접투자 7만4529개)이고 국가별 일자리 기여도에서 한국이 17%로, 1위를 차지했다.

미국 내 한국 기업과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 제고도 중요하다. 김 단장은 “여러 행사나 축제에 지속적으로 후원하거나, 한국 브랜드라도 중간재 등은 미국산이라는 점을 어필해 한국과 한국 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한국은 현대차·기아, LG, 삼성 등 자동차 및 전자 제조 업체를 내세워 미국의 그린필드 시설에 대한 주요 외국 투자자가 됐다. 2023년 총 210억달러에 달하는 투자 약속을 했으며, 이는 10년 이상 동안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자료_파이낸셜타임스·UNCTAD

용어설명

  • *1) 보호무역주의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산 제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거나 무역 장벽을 높이는 정책을 뜻한다. 외국산 제품에 대해 고관세를 부과하거나 품질이나 안전, 환경기준 등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거나 자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재협상하는 방법 등이 있다.


  • *2) 보편 관세(Universal Tariff)

    모든 수입품에 동일한 비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말한다. 이는 특정 국가나 상품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국가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동일한 관세를 적용하는 보호무역주의 전략 중 하나다. 보편 관세는 국가 간 불균형 무역 문제를 해소하고, 자국 산업을 전반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다.


  • *3) 파리기후변화협약

    2015년 채택된 국제 기후협정으로,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자율적으로 설정해 이행하며,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에 재정·기술 지원을 약속했다. 협정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지향하며 모든 국가의 참여와 공동 책임을 강조한다. 목표 달성 여부는 국제적 검토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