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FTA

법률 전문가가 보는 통상

AI 통상 정책의 변화 데이터센터 강화하는 트럼프… 협력으로 새 기회 생길 가능성
  • 이주형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2025년 1월 오픈AI1)는 ‘미국 인공지능(AI) 경제 청사진(OpenAI’s Economic Blueprint)’을 발표, 이를 통해 AI 개발을 촉진하고, 위험을 최소화하며, 중국에 대해 기술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을 제안했다. 또 오픈AI는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대규모 투자에 대해 미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요구하는 동시에, 해외 투자자가 미국 AI 프로젝트에 참여하도록 지원해 중국으로 자본이 유출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오픈AI는 첨단기술 패권 경쟁에서 중국을 앞서기 위해 외부 투자와 지원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반도체 칩, 데이터, 에너지, 인재’라는 4대 요소가 AI 패권 경쟁의 핵심이라고 역설했다.

    AP연합

    한편, 오픈AI의 발표와 맞물려 2025년 1월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AI 인프라를 위한 리더십에 관한 행정명령(Executive Order on Advancing United States Leadership in Artificial Intelligence Infrastructure)’을 발표하고, AI 산업의 핵심 요소인 데이터센터2)에 주목했다. 이 행정명령은 미국 연방 부지 내에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해 적대국의 접근을 차단, 미국의 국가 안보를 굳건히 하고,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청정에너지를 충분히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또 AI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 사용 증가로 인해 전기료가 급등하지 않도록 물가를 안정화하고, AI 인프라 구축과 청정에너지 기술 발전을 위해 동맹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기 전까지 집중적으로 챙긴 사안 중 하나가 AI 인프라의 핵심인 데이터센터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흥미롭게도 전임 정부의 뒤를 이어 1월 20일(이하 현지시각)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미국 데이터센터 사업에 200억달러(약 29조1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한 아랍에미리트(UAE)의 억만장자인 후세인 사자와니를 지원하겠다고 해, 데이터센터 강화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픈AI가 제시한 AI 패권 전략의 핵심 요소인 ‘반도체 칩, 데이터, 에너지’ 등이 모두 데이터센터의 기반을 이루는 요소라는 점에서 이런 행보는 단순한 우연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데이터센터는 컴퓨팅 인프라를 넘어 AI와 첨단 기술의 핵심적인 발전 동력이 되고 있으며, 이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바이든 정부의 AI 관련 행정명령 대부분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했고, 실제로 2023년 12월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행정명령 제14110호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 개발 및 사용(Executive Order 14110: Safe, Secure, and Trustworthy Development and Use of Artificial Intelligence)’을 폐지했다. 그러나 2025년 1월 바이든 정부가 발표한 AI 인프라 관련 행정명령은 폐지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AI의 투명성과 책임성 등 기업 의무를 강화하는 2023년 12월 행정명령과 달리 2025년 1월 행정명령은 적대국의 미국 안보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고, 다른 국가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강력한 AI를 개발하도록 미국 역내 데이터센터를 건립하자는 취지인 까닭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전임 정부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2025년 행정명령 중 청정에너지 활용과 동맹국 협력 강화 등 일부 내용은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를 확보해 AI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정책 방향은 오히려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센터 확장은 미국 내 고용 창출 효과와도 연결되며, 경제적 안정성을 강화하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데이터에 대한 트럼프와 바이든의 차이는 무엇일까. 바이든 정부 시절 발표된 78건의 행정명령 중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날에 대부분이 폐지됐음에도, 2024년 2월 발표된 행정명령 제14117호는 유지됐다. 해당 행정명령은 특정 민감 개인 정보와 미국 정부 데이터를 우려 국가로 전송하는 것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폐지하지 않은 이유는 AI 인프라의 핵심 요소인 데이터를 중국 등 우려 국가로부터 보호하려 했던 바이든 정부와 일치된 기조 때문일 것이다. 데이터 전송 제한 정책은 기술 정보 유출을 방지하고 AI 기술력 독점을 공고히 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평가받는다.

    오픈AI가 중국을 앞서기 위한 AI 전략 4대 요소로 내세운 것 중 하나는 에너지다. 미국 에너지부의 ‘2024년 미국 데이터센터 에너지 사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데이터센터의 전력 부하는 세 배 증가했는데, 2028년까지 두 배 또는 세 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데이터센터가 2023년 기준 미국 전력의 약 4.4%를 소비했는데, 2028년에는 6.7~1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배경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당일 서명한 ‘미국 에너지 해방(Unleashing American Energy)’ 행정명령과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national energy emergency)3)는 데이터센터 확장과 AI 애플리케이션(앱)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적 의지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은 단순히 데이터센터 운영을 넘어 에너지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이중적 목표를 지닌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틀째인 1월 21일 5000억 달러(약 728조7500만원)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오픈AI와 일본 소프트뱅크, 오라클 등이 참여하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AI 인프라 프로젝트로, 데이터센터 개발이 중심이 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는 데이터, 에너지, 반도체 이슈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며, 향후 통상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다양한 통상 문제와 정책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같은 주요 반도체 생산국은 데이터센터와 연계된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미국의 AI 인프라 확장은 우리가 미국과 협력해 개척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적 요인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용어설명

    • * 1) 오픈AI

      2015년 일론 머스크, 샘 올트먼, 그렉 브로크만 등이 창업한 AI 연구 기업으로, AI 기술의 안전하고 공정한 발전을 목표로 한다. 현재 GPT 시리즈, 달(DALL)·E, 코덱스(Codex) 등 모델을 통해 자연어 처리와 이미지 생성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2018년 AI 개발 방향성 등에서 의견을 달리 하면서 오픈AI 이사회에서 물러났다.


    • * 2) 데이터센터

      서버 컴퓨터와 네트워크 회선 등을 제공하는 건물이나 시설. 디지털 데이터를 저장하고, 관리하며, 정보기술(IT) 인프라를 보관하는 물리적 건물 또는 시설이다. 서버 호텔(server hotel)이라고도 한다.


    • * 3)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발동한 것으로,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에너지 생산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정책.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발표하면서 “우리(미국)는 지금의 두배, 그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며 비상 권한을 사용해 대형 공장과 AI 시설을 건설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