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FTA

책으로 읽는 경제 통상

트럼프 어게인(Trump Again) 돈의 색깔을 따지는 시대, 우리의 살길은
트럼프 어게인 (Trump Again) 최병일│책들의정원│ 2만2000원│ 412쪽│1월 20일 발행

시대정신을 상징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귀환은 단순한 정치 이벤트가 아닌, 세계 질서를 뒤흔들 중대한 전환점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 세계무역기구(WTO),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국내 통상 분야 최고 권위자인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가 미국 신행정부 출범에 맞춰 ‘트럼프 어게인’을 통해 ‘트럼프 스톰(Donald Trump Storm)’을 집중 해부했다.

‘트럼프 어게인’은 트럼프 재등장이 국제정치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조망한다. 특히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단순한 무역 조치가 아닌 신냉전 시기 국제정치와 경제를 재편하려는 강력한 무기로 설명하며, 한국이 직면할 도전과 기회를 냉철히 진단한다. ‘트럼프 어게인’은 미국 신행정부가 미국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작성한 극우적 정책 제안서인 ‘프로젝트 2025’에 주목하며, 미국 내 민주주의와 국제 관계를 어떻게 재구성할지를 탐구한다. 특히 트럼프는 방위비 분담, 관세정책, 에너지 정책 등을 통해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에도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저자는 트럼프의 귀환을 ‘관세맨’의 부활이라고 규정한다. 트럼프는 1기 행정부 시절, 관세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칭하며 이를 자신의 정책 도구로 활용했다. 이는 단순히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목적을 넘어,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사용됐다. 그는 상대국을 관세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어, 유리한 조건의 협정을 체결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정치적 결과를 얻으려 한다.

‘트럼프 어게인’은 그가 캐리어 공장의 멕시코 이전 계획을 뒤엎고, 관세를 협상 무기로 삼으며 보여준 ‘압도적 힘’을 흥미롭게 전해준다. 그의 관세 채찍 전략은 ‘내 힘을 믿고 상대를 압박하라’는 단순하지만, 사업가로서 성공한 그의 신념에 기반한다. 트럼프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 폭탄 위협을 통해 국경을 넘으려는 불법 이민과 마약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 신행정부의 반이민, 반환경 정책의 뒤에는 먹고살기 어려운 시대에 ‘나’부터 살아야겠다는 미국의 대중 심리가 녹아 있다. 미국 입장에서 중국은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를 빼앗고 무역 불균형으로 미국 국부를 빨아먹는 암적인 존재다. 기술 굴기로 미국을 추월하려는 중국에 트럼프는 최혜국대우를 철폐하고, 고관세정책과 수출 통제로 중국산을 몰아내려 한다. 저자는 트럼프가 중국을 세계 통상 체제에서 고립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미 시작된 미·중 무역 전쟁은 패권 경쟁, 체제 경쟁, 가치 경쟁이란 거대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결국 최후의 승자를 가리게 될 것이라고 최 교수는 진단한다.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또 유럽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안보 무임승차국이 아닌 파트너라는 것을 “우크라이나는 유럽이 지켜라”라고 고함치는 트럼프에게 증명해야 한다. ‘트럼프 어게인’은 동맹국에조차 청구서를 내미는 미국 신행정부는 가치 중심의 동맹 외교의 지속 가능성을 시험대에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저자는 먹고사는 문제가 죽고 사는 문제에 우선한다면, 미국의 영향력과 존재감은 점차 잃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는 ‘묻지 마 세계화’가 막을 내리고 ‘돈의 색깔’을 따지는 미·중 신냉전의 구도 속에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그런데 저자는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한국에 어떤 기회와 위협이 존재하는가’ 하는 프레임으로 바꾸어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과 중국은 이미 핵심 기술에서 경쟁 관계로 돌입했다. 반도체, 배터리 모두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민주주의 기술 동맹 탄생은 한국의 핵심 기술 자산을 확장하고 중국과 격차를 벌릴, 놓칠 수 없는 천금 같은 기회라고 말한다. ‘트럼프 어게인’은 단순히 과거의 정책을 분석하는데 그치지 않고,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남긴 교훈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할 실질적 방향성을 제시한다.

저자인 최 교수는 경제와 안보가 연결되는 각자도생의 시대에 한국이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기존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외교와 경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특히 현재 경제 체력이 이미 심각하게 허약해진 한국은 국내 정치가 모든 것을 삼키는 소용돌이로 내몰릴 수 있음을 경고한다. 선진국 대한민국과는 어울리지 않는 몰이성적 이분법이 그것이다. 친미와 반미, 친일과 반일, 친중과 반중. 자국의 이념적 지향에 따라 무조건 신뢰, 무조건 불신으로 일관하는 자세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저자는 과거의 성공이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며 식물화된 WTO와 반목의 장이 된 G20의 틀을 벗어나 ‘가치 공유국’인 G7의 확대 개편에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두기를 당부한다. 호주, 인도와 연합해 G10 참여국으로 우리나라의 외교 공간을 넓히는 것이 신냉전 시대에 생존과 번영을 도모할 한국의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경제 안보 시대에 자유 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공유하는 한국과 일본이 함께 시대적 파고를 넘을 수 있는 전략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장 가능하지 않은 한·중·일 FTA는 잠시 미루고, 포괄적이고 수준 높은 한일 FTA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저자는 ‘트럼프 스톰’ 앞에 선 대한민국이 기술혁신과 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실천 가능한 방안을 제시한다. 세계적인 제조업 강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이지만, 일자리의 70%는 서비스업에서 만들어진다. 서비스 산업을 고급화하고 수출화해서 일자리 혁명 기반의 통상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관광 대국이 된 일본처럼 K팝과 K드라마·K푸드·K컬처에 우리만의 블루오션이 있다고 본다. ‘트럼프 어게인’은 유례없는 불확실성의 시대 변화로 생존과 번영을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며 독자에게 깊은 영감을 제공한다. 정책 결정자, 기업 리더, 그리고 일반 시민 모두가 ‘트럼프 어게인’에서 실질적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