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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RA 해외 현지 보고 日, 바다에서 이산화탄소 흡수하는 ‘블루카본’ 확대
  • 장보은 일본 도쿄 무역관
  • 일본에서 첨단 기술을 활용해 ‘블루카본(blue carbon)’을 창출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블루카본이란 연안 및 해양생태계가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CO₂)를 흡수해 해저나 심해에 축적되는 탄소를 말한다. 2009년 발표된 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 ‘블루카본’에 소개되면서 흡수원 대책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블루카본의 주요 흡수원으로는 해조·해조류(미역·다시마 등), 습지·갯벌, 맹그로브숲 등이 있다. 해안선 길이와 해양 면적 모두 세계 6위인 일본은 블루카본을 다룰 여지가 커 관련 기술 개발의 저변을 넓혀 기업의 해외 사업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하수처리 활용해 블루카본 창출

    최근 히타치, 쓰키시마 JFE 아쿠아 솔루션, 오사카 공립대 등 18개 기업 및 단체, 지자체의 산학관 연합은 일본 오사카만에서 블루카본 창출 실증 실험을 추진하고 있다. 이 실험에서는 하수처리장을 활용한다. 하수를 처리한 후 바다로 방류되는 깨끗한 물에 포함된 영양분을 높여 주변 지역의 해조류가 무성히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보통 하수처리 후 방류수는 ‘영양염’이라 불리는 질소와 인의 농도를 낮은 수준으로 엄격하게 관리한다. 다만 플랑크톤의 증식을 돕는 영양염이 부족하면 해조류가 성게 등에 다 먹혀버리는 ‘갯녹음 현상’과 어획량 감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에 히타치는 하수처리 수질 제어 기술을 활용해 처리 공정의 미생물 농도와 투입하는 산소량 등을 조절해 영양염 농도를 적절히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히타치는 처리장의 유입 수질을 바탕으로 최적의 송풍량이나 ‘활성 오니1)의 양을 예측해 운전을 제어하는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 제어만으로는 시간 지연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사전에 계획한 목표치에 따르도록 하는 제어를 병행하고 있다. 이를 개량해 방류구에서 떨어진 대상 수역의 영양염 농도를 센서로 측정해 시스템상에서 능동적 운전 관리에 적합한 목표치 등을 산출할 수 있도록 했다.

    하수처리수에 포함된 영양염을 늘리는 능동적 운전 관리에선 하수처리수에 포함된 질소 제거율 등을 변경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반응조에 공기를 공급하는 송풍량이나 반응조 내 유기물을 제거하는 활성 오니의 양을 변경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해, 활성 오니가 영양염을 필요 이상으로 제거하지 않도록 하는 데 한 달가량이 소요되기도 한다. 실증 실험에서는 이러한 유지 관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영양염 공급량 전환을 효율화할 수 있는 운전 제어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일본 최대 석유 산업 기업인 ENEOS는 2023년 12월 산·관·학 협력을 통한 대규모 블루카본 창출을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항만공항기술연구원, 해양연구개발기구, 산업기술종합연구소, 도쿄대와 협력해 100만t 이상의 대규모 블루카본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204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는 ENEOS는 블루카본 창출을 위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양식을 기점으로 해양 계측 기술을 다루는 스타트업 ‘우미트론’도 그중 하나다. 2022년 2월 자본 업무 제휴를 체결한 양사는 블루카본 사업의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 우미트론은 그동안 해산물 양식에 활용했던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위성 원격 센싱 등의 기술과 데이터를 적용해 블루카본 생태계용 기술 연구 개발에 나선다.

    가령 우미트론의 수산양식용 해양 데이터 서비스 ‘UMITRON PULSE’는 해수 온도, 엽록소, 용존산소, 염분 농도, 파고 등 양식에 중요한 해양 환경 데이터를 고해상도로 제공한다. 최대 2년분의 과거 데이터 모니터링이 가능한 이 서비스를 활용하면 블루카본 생태계의 하나인 해조류의 생육 적정 구역 산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블루카본 창출에 가장 큰 과제는 흡수원이 되는 ‘해조장(海藻場·바다 숲)’의 측정 방법이다. 산림이나 맹그로브는 위성사진 등으로 산림 면적의 증감을 비교적 쉽게 측정할 수 있다. 하지만 해조장은 수중인 만큼, 구체적으로 면적이 얼마나 넓어졌는지 등을 측정하기가 쉽지 않다. 지금까지는 다이버가 잠수해 맨눈으로 확인했는데,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일본 통신 기업 KDDI는 머신러닝을 활용한 블루카본 자동 측정 시스템 구축 사업을 2022년 11월부터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에서는 어선에 장착된 수중 카메라 센서 장치로 촬영한 이미지와 위치 정보 등을 블루카본 자동 측정 시스템에 집약한다. 머신러닝을 통해 해조류의 종류를 식별, 번식 위치와 부피를 계산해 그 지역의 블루카본 저장량을 자동 측정한다. 블루카본을 정량화해 거래 가능한 형태로 만든 ‘J블루크레디트’ 등을 해조장 보전 활동 활성화와 지속 가능성 확보에 활용하고, 도시 기업과 연계를 통한 어촌의 부흥을 지향하고 있다.

    우미트론의 수산양식용 해양 데이터 서비스 ‘UMITRON PULSE’를 통해 해수 온도, 엽록소 등 양식에 중요한 해양 환경 데이터를 파악하는 모습. 우미트론

    ‘삼면 바다’ 韓에도 기회
    일본 항만공항기술연구소에 따르면, 전 세계 육지의 탄소 흡수량은 연간 77억t이지만, 해역의 흡수량은 102억t으로 더 많다. 얕은 해역만 해도 40억t에 달한다. 일본은 해안선 길이와 해양 면적 모두 세계 6위로, 블루카본을 다룰 수 있는 여지가 큰 만큼 일본 환경성은 유엔(UN)에 보고하는 온실가스 인벤토리2)에 해초 및 해조류 유래의 블루카본을 세계 최초로 반영했다.

    블루카본으로 감축한 탄소를 크레디트로 판매하려는 움직임도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블루카본 크레디트를 인증하는 외무성의 인가 법인 일본 블루 이코노미 기술 연구조합의 발행 실적은 2023년도에 2000t 이상으로, 해외 타 기관에 비해 월등히 많은 편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도 블루카본 창출의 기회가 많은 나라다.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앞서 나가고 있는 일본의 동향을 면밀하게 주시할 필요가 있다.


    용어설명

    • * 1) 활성 오니 (activated sludge)

      하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진흙탕 모양의 물질. 물속의 유기물질이나 무기물질을 산화하거나 환원해 분해하는 능력이 있으며, 하수, 폐수 등의 처리에 사용한다.


    • * 2) 온실가스 인벤토리

      온실가스가 어디에서 얼마만큼 발생하고 있는지를 조사해 배출원 목록별로 자료를 구축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