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특별한 통상 ④

전기차 수요 둔화와 함께 자율주행차 수준별 상용화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자동차 업체는 단기적으로 SDV(Software Defined Vehicle·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의 상용화에 주력할 것이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업계는 전문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율주행차에 대한 소비자 수용력 역시 부족하다. 또한 자동차 업체의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는 가운데 예상보다 많은 기술 장벽과 투자 및 시간이 요구되자, 업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자율주행차 상용화 경쟁이 심화하고 있지만, 제한적인 구역에서 이뤄지는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이 대부분이다.

자율주행차 기술 복잡성 증가
주요국 정부는 사회적 약자의 이동 편의성을 제고하고 운전자, 탑승자와 보행자 등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에서 자율주행차 개발을 촉구해 왔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체가 전기차와 함께 자율주행차를 개발해 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자율주행차에 접목해 상용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완성차 업체의 기술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10대 관심 기술 분야를 보면, 응용 AI, 첨단 연결성, 클라우드와 에지 컴퓨팅, 웹3.0(블록체인 이용 탈중앙화 웹서비스), 몰입 현실, 기계학습, 신뢰 아키텍처, 차세대 소프트웨어(SW), 퀀텀 기술, 생성 AI(Generative AI) 등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이 대부분이었다.
자동차 산업의 신기술 개발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예상보다 쉽지 않은 상황이다. 레벨3 자율주행차는 2021년 혼다가 일본에서 허가받아 시험 운행한 후 2022년 메르세데스-벤츠가 독일에서 허가받았다. 이후 BMW가 주행허가를 받았으며, 벤츠는 최고 속도를 시속 60㎞에서 95㎞로 높일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도 레벨3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 허가를 받았으며, 현대차와 도요타도 시험 운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선진국 소비자는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으며, 자동차 운수 사업 노조는 운전자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중장기 영향을 평가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 등 소위 ‘VUCA’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자율주행차 안전성을 확신할 수 있도록 자율주행차 업체는 시험 운행 시간과 거리를 늘려가면서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비싼 가격도 보급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2022년 미국 맥킨지컨설팅의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할 때 최대 9999달러를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 원가 절감이 상당히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는 소비자가 원하면 8000달러에 자율주행(FSD) 기능을 탑재해 주고 있다. 2023년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 68%가 완전 자율주행차에 대해 두려움을 느꼈으며, 9%만이 확신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최근 JD파워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는 자율주행차 기술은 신뢰하고 있으나 안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응답자는 긴급 상황 시 주행을 멈출 수 있는 긴급 버튼과 위치 공유가 필요하다고도 답변했다.
미국과 중국은 자율주행차 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21년 미국에서 80여 개 기업이 36개 주에서 1400대의 자율주행차를 시험 운행했다. 하지만 미국 자동차 업체는 완전 자율주행 로보택시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정부가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직면해 사고가 발생하자 운행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테슬라 FSD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고, 자율주행차 선도 기업 자리를 두고 다투던 GM의 크루즈와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웨이모 로보택시 시험 운행을 중단하도록 조치했다. 크루즈는 연 2500대 이상의 페달 없는 자율주행차를 양산할 계획이었으나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웨이모는 캘리포니아공공시설위원회(CPUC)의 허가에 따라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이어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에서도 시험 운행을 재개했다. 웨이모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에선 50대 미만의 로보택시를 63㎢의 제한된 구역에서 운행할 계획이며, 공항이나 고속도로 운행은 당분간 자제할 계획이다. 웨이모는 총 700여 대의 로보택시를 미국 4개 도시에서 운행 중이다. 크루즈와 죽스(Zoox)는 미국 내 2개 도시와 주에서 운행 중이며, 크루즈는 자율주행 기술을 여타 업체에 이전해 주고 있다. 미국 소비자 55%가 2029년에 대부분 차량이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했다. 2040년에 미국에서는 3300만대의 자율주행차가 운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보택시와 로보트럭 보급 확산과 주행 범위 확대
세계 곳곳에서 로보택시가 운행하고 있지만 관련 업체는 소프트웨어 개발 복잡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에서는 크루즈, 웨이모, 오로라와 모빌아이가 로보택시를 제한된 지역에서 시험 운행 중이다. 크루즈는 2023년 10월 사고 이후 시험 운행을 중단했으나 곧 재개할 예정이다. 웨이모는 시험 운행 지역을 넓혀가고 있으며, 현대차와 제휴했다. 현대차와 앱티브가 합작 설립한 모셔널은 앱티브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리프트와 협력은 계속 진행 중이다. 상용차 자율주행 전문 기업인 오로라는 텍사스주 댈러스와 휴스턴을 잇는 390㎞ 구간에서 자율주행 트럭 20대를 시험 운행하고 있다. 그나마 상용차의 자율주행과 트럭의 군집 운행이 물류 효율성 제고와 비용 절감에 기여하면서 증가하고 있으나 승용차의 자율주행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한편, 중국은 자율주행차를 지능 연계(Intelligent Connected) 차로 표현한다. 중국 소비자 60% 이상이 자동차를 구매할 때 자율주행 옵션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부분 자율주행 수준인 레벨2와 사실상 조건부 자율주행에 가까운 레벨3(레벨2++) 채택률은 올해 56%에 달한다. 중국의 바이두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앞둘 정도로 자율주행 기술에서 앞서있다. 바이두는 우한에서 500대의 로보택시를 운행 중인데, 2024년 말까지 1000대로 운행 대수를 늘릴 예정이다. 바이두는 2024년 4월 기준 600만 건 이상의 로보택시 탑승 건수와 주행 축적 3500만 마일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8개의 로보택시 업체가 시험 운행 중이다. 바이두의 대표적인 로보택시 서비스인 아폴로 고(Apollo Go)는 10곳 이상 도시에서 유무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위라이드가 6곳, 오토엑스가 5곳, 딥루트가 4곳, 포니에이아이가 3곳의 도시에서 각각 로보택시를 시험 운행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 업체의 자율주행 기술이 일취월장하자, 현대차는 중국 시장을 공략할 전기차에 생성 AI를 탑재한 하오모의 기술을 내재화하기로 했다. 하오모의 기술은 AI가 카메라 등으로 식별된 정보를 인식해 판단하는 구조다. 현대차는 지분 100%를 투자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올해 ‘상하이 첨단기술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했다.
로보트럭은 미국과 중국에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 업체가 창업 기업이었으나 최근 기존 물류 업체가 시험 운행에 나서고 있다. 미국에서는 오로라 이노베이션 등 5개 업체가 시험 운행 중이며, 웨이모는 로보택시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 로보트럭 사업은 중단했다. 투심플은 몇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로보트럭 상용화를 주도해 왔으나, 미국 시장 외에도 중국, 일본과 아시아 국가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로라는 파카 및 볼보트럭과 협력을 통해 로보트럭 서비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인셉티오를 비롯한 8개 사가 로보트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셉티오는 둥펑 트럭과 협력해 레벨3 수준의 로보트럭을 개발해 생산하고 있다. 투심플은 일본에서 레벨4 수준의 로보트럭을 시험 운행 중이며, 플러스는 호주 물류 업체와 로보트럭을 시험 운행 중이다.
미·중 간 자율주행차 상용화 경쟁이 가속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과 일본이 뒤를 쫓고 있다. 유럽에서는 대중교통 시스템이 발달해 로보택시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다. 모빌아이가 유럽의 로보택시 사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독일의 3개 도시와 이스라엘의 2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이 모빌아이 기술을 활용해 뮌헨에서 로보택시를 운행 중이다. 볼보와 다임러 벤츠는 로보트럭을 개발하고 있다. 벤츠는 토크로봇틱스를 인수한 후 2027년에 레벨4 수준의 로보트럭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외 이베코가 플러스와 협력해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시험 운행 중이며, 스카니아와 만 브랜드를 보유한 트라톤이 올해 시험 운행에 들어갔다. 이처럼 미국이 로보택시의 시험 운행에 집중하고 있지만, 중국과 유럽은 로보트럭(밴)을 시험 운행하고 있다. 중국은 중대형 로보버스의 주행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로보택시 시험 운행 대수, 주행거리와 사용 횟수 면에서 미국을 앞서고 있다. 중국 기업이 무료 승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미국 기업은 대부분 유료 서비스로 로보택시를 운행하고 있다. 정부 지원은 중국이 미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자율주행차 관련 법 제도의 수정 보완과 협업 확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평가한 국가별 자율주행차 경쟁력 순위를 살펴보면, 미국, 유럽, 중국, 일본, 우리나라순으로 나타났다. 관련한 SDV의 업체별 경쟁력 평가에서는 국내 업체가 중위권에 머물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체의 디지털화 경쟁력 역시 중위권으로 평가됐다.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주요국 정부가 관련 법 제도를 제정하고 있다. 미국은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업체의 기술과 모델 개발을 지원하고 있지만, 성능 향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주 정부 절반이 자율주행차 관련 법을 제정했으나, 시시각각 수정 보완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업체가 전기차 시장을 선점한 후 자율주행차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지만,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교통사고 94%가 사람 잘못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연구소(IIHS)는 자율주행차가 이러한 사고를 34% 감소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NHTSA는 테슬라의 FSD가 눈부신 태양 아래와 안개 같은 시야를 흐리는 상황에서 인지·판단·제어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는지, 조사 중이다.
중국 정부는 창장 삼각주 지역과 광저우·홍콩·마카오 지역에 자율주행차를 전략적으로 보급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교통 효율성 제고와 물류비 절감에 목표를 두고 있는데, 2027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물류비 비율을 13.5%로 줄일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비야디(BYD) 등 9개 완성차 기업에 레벨3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을 허가했다. 자율주행차의 효율적인 개발과 조기 상용화를 위해서는 법·제도의 지속적인 수정 보완과 함께 이 업종 기업 간 협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전기차는 구조가 상대적으로 단순하다고 평가받지만, 자율주행차는 매우 복잡하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 기업은 기술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어느 기업도 독자적으로 자율주행차 개발과 성능 개선을 이루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2015년부터 자동차 산업의 제휴(alliance) 프로그램을 운용해 왔지만, 상대적으로 성과가 부진하다. 산업구조와 거래 구조의 문제도 있지만,기업 간 상호 교류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선진국 전문가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이 미래 차 산업을 주도해 갈 것으로 평가했으나 국내 자동차 산업의 미래 차 전환은 느려지고 있다. 대기업 간 제휴는 증가하고 있지만 중견·중소기업의 역량 부족과 제휴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의 캐즘(chasm⋅혁신 제품이 대중화되기 전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되는 것)을 건너 SDV와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 양성, R&D 투자 확대, 지원 하부구조 구축, 비즈니스 서비스 등 정부의 기본적인 지원과 함께 기업 간 기술 제휴가 확산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