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특별한 통상 ①

찜통더위에 차내에서 빵빵하게 튼 에어컨의 시원함을 느껴본 운전자는 에어컨 없는 자동차를 상상할 수 없다. 만약 운전자 없이 스스로 주행하는 자율주행(Autonomous Driving)차를 운전해 본 사람은 어떨까. 자율주행 시스템없이 손발로 직접 운전해야 하는 자동차를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인간은 자동차가 탄생한 19세기 후반부터 이미 자율주행차를 상상해 왔다. 초기 자율주행 기술은 안전 기술이었다.
운전 속도 자동 조절 기능인 ‘크루즈 컨트롤’과 주차 시 안전을 제공하는 ‘초음파 센서’ ‘후방 카메라’ 등이다. 이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사각지대 제거, 운전자 졸음 방지 시스템, 차선 이탈 방지, 자동 주차 등 다양한 기능으로 개발 됐다. 이처럼 운전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자동차를 운행하게 하는 시스템을 ADAS(Advanced Drive Assistance System·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라 부른다. 이 시스템은 2000년대 초반 본격적으로 도입돼, 이제 거의 모든 승용차나 상용차에 보편화됐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자동차의 30~40%에 장착돼 출고됐다.
미국 자동차기술협회(SAE)는 운전자 운전 개입 정도에 따라 자율주행을 다섯 단계로 분류한다. ADAS 시스템이 장착된 차는 1~2단계 수준에 속한다. 자율주행 1단계(운전 보조)는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보조 시스템,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이 가능하다. 현대차와 도요타, 벤츠, BMW 등 현재 거의 모든 주요 자동차 제조사가 이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자율주행 2단계(부분적 자율주행)는 1단계 기술을 비롯해 자율주행차의 차선 변경, 자동 주차, 고속도로 주행 보조 등이 장착돼 있다. GM의 슈퍼 크루즈, 포드 코파일럿360, 현대차 HDP(Highway drive pilot) 등이 해당한다. 미국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역시 2단계에 속한다. 테슬라는 최종 목표인 5단계(완전 자율주행)를 지향하나 현재는 운전자가 항상 주의 깊게 차량을 관찰하고 임의로 개입할 필요가 있어, 2단계를 장착했다. 그래서 전자 상태 모니터링이라는 기술을 통해 전방을 꼭 주시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3단계(조건부 자율주행)는 고속도로 주행 등 특정 조건에서 차량이 자율적으로 주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아우디의 트래픽 잼 파일럿, 메르세데스-벤츠 드라이빙 어시스트 3단계 시스템이 독일과 미국에서 인증받았다. 혼다의 자율주행 3단계 기술은 ‘혼다 센싱 엘리트(Honda Sensing Elite)’라는 시스템으로 구현됐다. 특정 조건에서 차량이 운전자 개입 없이 주행할 수 있도록 설계하려면 고정밀 지도(High Definition Map) 등을 이용해 정확한 위치 인식, 도로 경로 시나리오, 신호등, 교차로 등의 정보를 제공받아야 한다. 거의 모든 자동차 제조사가 3단계를 달성하기 위해 고정밀 지도를 이용하고 있다.
현재 완성차가 목표로 하는 자율주행은 3단계다. 엄청난 테스트와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사고 시 대처할 수 있는 비상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 복잡한 주행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며 다양한 센서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통신해 차량, 보행자, 도로 등 차량 주변 환경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자율주행 3단계 기능을 사용할 운전자를 위한 교육이나 사용자 매뉴얼 제공도 필수다.
중국은 바이두의 ‘아폴로’, 광저우자동차그룹(GAC) ‘융트’, 상하이차 ‘로위’, 전기차 기업 샤오펑모터스(Xpend), 리오토 등이 자율주행 3단계를 거의 상용화 수준으로 준비 중이다. 중국의 3단계 자율주행차 기술은 더욱 고도화돼 전 세계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자율주행 4단계(고도 자율주행)는 특정 환경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주행할 수 있다. 복잡한 도시 환경에서 동작할 수 있다. 연구개발 중인 구글의 웨이모, 우버(Uber) 자율주행차, 현대차 로보택시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4단계는 고급 센서 기술, 자율주행 알고리즘의 고도화 및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한다. 현재는 로보버스와 로보택시, 트럭에 대한 실증 사업이 주로 진행되고 있다. 다양한 스타트업에서 4단계 단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4단계는 특정 조건에서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비상 상황이나 장애물에 대처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웨이모는 최근 6조원 이상을 투자 유치해 현재 500대 수준인 로보택시를 2000대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중국의 바이두는 200대, 포니ai 등도 로보택시 수백 대를 이용해 일부 유상 여객 운송을 계획 중이다. 미국의 승차 공유 서비스 기업인 리프트(Lyft)나 우버 등과 함께 기술 수준을 고도화하고 있다. 독일의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사 벤틀러(Bentler) 자회사인 홀론(Holon)은 전 세계 자율주행 기술 1위인 모빌아이와 함께 미국, 중동, 유럽 등에서 실증을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미국 정부에 로보버스 2300대 실증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하려고 준비 중이다.
자율주행 5단계는 완전 자율주행이다. 모든 환경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량을 뜻한다. 현재 이 단계는 개발 중이며, 많은 업체가 목표로 하고 있다. 테슬라, 웨이모 그리고 바이두 등이 이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외 많은 기업이 자율주행차를 만들기 위해 지금껏 많은 투자와 기술을 개발해 오고 있다. 그리고 좀 더 분명해진 사실은 ‘혼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고 기술과 최고 기술이 협업해 최고의 결과를 만드는 과정이 자율주행에도 이제 필수적이다. 또한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는 자율주행을 훨씬 적극적으로 확대할 전망이고, 중국의 자율주행 기업은 이제까지 중국 시장에 집중한 실증을 다양한 나라로 확대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웨이모에 고도의 차량 플랫폼 설계 및 제조 기술을 제공할 예정이다. 엔비디아(NVIDIA)와 영국의 웨이브(Wayve), SDV 등은 임바디드 AI(Embodied AI) 같은 기술을 통해 훨씬 적극적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도록 해 자율주행 기술 수준을 고도화할 수 있다. 유연한 아키텍처 설계 기술이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웹서비스(AWS), 저비용의 하드웨어 설계 기술을 가진 센서 기업과 칩 기업,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자율주행 서비스 기술도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안전성 확보를 위해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게 구축하는 일은 어느 한 기업이나 연구소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기업의 실패와 실증이 가진 제약성을 통해 확인한 바 있다. 자율주행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일상적인 활용이 증가할 것이고,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며, 스마트 시티와 통합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 인프라 구축과 인구 소멸에 대한 대안, 경제적으로 우리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갈 것이다.
데이터 생성과 검증 기술이 발전하면서 복잡한 주행 환경을 훨씬 적극적으로 재해석하고 인지할 수 있는 고도화된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전기차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모빌리티가 출현하고 있고, 제어 시스템 개방성과 소프트웨어(SW) 유연성, 그래픽 처리 장치(GPU) 등 높은 가격과 신뢰성 문제가 있는 하드웨어 시스템의 접근성 강화가 이뤄지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까지 경험을 통해 앞으로 국내의 많은 기업과 연구소도 다양한 파트너십을 통해 자율주행이 가진 엄청난 편익을 같이 만들어 갔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