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FTA

통상 현장

Interview 서가람 주일대사관 상무관 "한일 정상회의 이후 일본 정부와 한국 기업 간 정기 소통 주선"
  • 서가람 주일대사관 상무관 | 서울대 외교학과, 행정고시 40회,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협력국장
  • 서울대 외교학과, 행정고시 40회,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협력국장

    “과거 2000년대 초 일본에 근무했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우리나라 경제와 우리 기업의 위상이 엄청나게 상승해 많은 부분에서 일본과 대등해졌다는 것을 느낀다.”

    서가람 주일대사관 상무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수치상으로 봐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 2023년 기준 104.9%)이나 국가 경쟁력 순위(IMD 국가경쟁력 순위 한국 20위, 일본 38위), 대(對)세계 수출액(2024년 8월 기준 98.5%)도 거의 대등한 수준이 됐다며” 우리 기업이 일본 기업을 앞서는 분야도 많아 일본 쪽에서 경쟁심을 가지고 경계하는 분위기를 느낀다. 일방적으로 배우는 관계에서 벗어나 서로 대등하게 협력을 얘기할 분야가 많아졌다” 라고 했다.

    2022년 3월 주일대사관 상무관으로 부임한 서 상무관은 “부임 당시에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에서 비롯된 양국 관계 경색이 지속되고 있었고,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출입국에도 제한이 있어 민관을 불구하고 서로 왕래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한일 정상회의 이후 상황은 반전됐다. 서 상무관은 “한일 정상회담의 이후 관계가 급속도로 회복됐는데, 이렇게 경색된 관계가 극적으로 회복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라며 “정부 간 대화 채널이 복원되고, 새로운 대화 채널도 출범했다. 기업도 지금은 다른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비즈니스 활동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주일대사관 상무관으로 근무하게 된 계기는. 

    “산업부에서 통상 관련 업무를 많이 했고, 이전에 주일대사관에서 상무관보로 근무한 경험도 있다. 상무관을 맡게 됐을 당시 통상협력국장으로 일본 통상 업무도 소관했는데, 당시 한일 관계가 매우 엄중한 시기였고,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업무를 맡게 됐다.”

    2023년 3월 한일 정상회담의 이전 한국과 일본의 기업은 어떤 수출규제를 겪었나.

    “일본 정부는 2019년 7월에서 8월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와 관련된 기술이전을 포괄 수출 허가 대상에서 개별 허가 대상으로 전환했고, 화이트리스트1)(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국)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이런 조치에 대해 우리나라도 상응한 조치를 취했다. 개별 허가 변경으로 우리 수요 기업은 대체할 수 있는 공급처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물론, 일본의 수출 기업도 허가를 취득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추가로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주요 산업의 공급망 안정성이 많이 저해됐다. 자국 기업에도 피해를 주는 일본 정부의 조치가 지속되자 업계에서도 불만이 나왔고, 일본 언론은 ‘일본 경제외교의 흑역사’라고 비판했다. ‘잠자는 호랑이(한국)를 깨웠다’고 표현하는 학자도 있었다.”

    한일 관계 회복이 일본에서 상무관으로 일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나.

    “일본 정부나 여러 기관과 접촉이 원활해졌다. 관계가 좋지 않았을 때는 경제 분야에서도 정무적 관계를 의식해 소관 부서의 응답이 없거나 사실상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 그런 사례는 거의 없다. 오히려 상대가 먼저 대화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 쪽에서도 한국의 제도나 정책, 동향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간 소통 업무를 주로 하는 상무관에게는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양국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새 분야나 아이디어를 찾고, 여러 도전 과제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해결 방법을 함께 찾을 기회가 많아졌다. 당연히 우리 기업의 활동 지원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작년 정상회담의 이후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좋아지면서 우리 기업에 대한 일본 측의 태도나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있다는 기업 의견을 많이 듣는다.”

    일본 경제가 정체돼 있다는 평가 속에 한국 기업은 어떤 기회를 찾을 수 있을까.

    “일본 경제는 장기간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상태에서 아직 반등하지 못하고 있고, 경제 활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엔저와 물가 상승, 기업 실적 개선 등을 배경으로, 디플레이션 탈피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소비·생산·임금 등 여러 지표로 볼때 아직 성장의 선순환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일본의 산업은 기초 체력이 튼튼해 기술력이 뛰어난 분야가 많다. 특히 여러 주력 산업과 첨단산업에서 소재나 제조 장치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이 있어 당장 따라잡거나 대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우리 기업이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꼭 필요한 파트너가 일본에 많다는 것이다. 이런 일본 기업과 전략적으로 협력을 강화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다. 또 새 미래 산업 분야에서도 양국 기업이 협력한다면 양국 기업이 함께 세계시장을 선도할 기회가 생길 것이다.”

    일본에 진출했거나 하려는 기업에 하고 싶은 조언은.

    “이미 진출해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은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주면 좋겠다.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자국 기업과 외국 기업의 경쟁을 의식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경제 활력을 되찾기 위해 외자 유치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외국 기업은 일본에서 이익만 내려고 한다는 인식이 있어 일본 사회에 대한 CSR(사회공헌 활동)에도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다. 진출 희망 기업에는 바이어, 소비자 특성을 잘 이해하고, 조금 긴 호흡을 가지고 도전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보통 일본 시장에 제품을 선보이고, 본격 거래가 이뤄지기까지 3년에서 5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이 기간에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신뢰를 쌓아야 성공할 수 있다. 일본 기업에 섣불리 접근했다가 조기 철수하는 경우, 우리 기업에 좋지 않은 이미지만 심어줄 수 있어 1~2년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고 성급하게 시도하는 경우, 일본에서 원하는 성과를 얻기 어렵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용어설명

    • * 1) 화이트리스트

      일본 정부가 외국과 전략물자 교역에서 수출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도록 지정한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