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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中 전기차에 상계관세 부과 中 정부 보조금에 EU 본격 제재… 무역 갈등 가능성은
  • 강유덕 한국외국어대 LT학부 교수
  • 중국의 산업 보조금 문제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무역 갈등의 핵심 이슈로 자리 잡았다. 중국의 보조금은 세계 시장에서 과잉 공급과 불공정 경쟁을 유발하면서 주요 선진국과 마찰을 빚었다.

    유럽연합(EU)이 10월 29일(이하 현지시각) 중국산 전기차에 5년간 확정적 상계관세1)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EU 집행위원회가 직권으로 조사를 진행한 끝에 내린 결과다. 중국의 불공정한 산업 보조금이 유럽의 생산 업체에 미치는 영향이 ‘부정적’이라는 결론에서 비롯됐다. 이에 따라 중국산 전기차에는 모든 전기차에 적용되는 10%의 일반 관세에 추가로 생산 업체별로 7.8%에서 최대 35.3%에 이르는 추가 관세가 부과된다. 추가 관세는 회사별로 차등 적용된다. 예를 들어 테슬라와 BYD에는 각각 9%와 17%의 관세가 더해지는 반면, 상하이 자동차와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업체에는 가장 높은 35.3%의 관세가 5년간 부과될 예정이다.

    EU 이사회에서 이런 결정이 내려질 때는 최소 15개국이 반대하면 관세 부과 조치가 부결된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의 경우 독일과 헝가리 등 5개국만이 반대 의견을 제시해 무리 없이 통과됐다. 다만 스웨덴, 스페인 등 12개국이 기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EU 내부에서도 논란이 많았다. 이번 결정에 적극 찬성한 나라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폴란드, 네덜란드 등 10개국이다. EU 이사회에서 통상 관련 현안을 다룰 때는 먼저 회원국 간 합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번 경우처럼 회원국 간 합의 없이 투표를 진행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번 EU의 중국산 전기차 상계관세 결정이 EU와 중국 간 얽히고 설킨 복잡한 무역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상계관세 조치는 향후 EU와 중국 간 협상에 따라 조정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실제 주요 외신은 11월 16일 EU와 중국이 중국산 전기차 관세 문제와 관련해 기술적 합의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1월 20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독일, 프랑스 등 EU 주요국 정상과 만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EU의 관세 부과에 대해 대화로 이견을 조정하자”라고 했다.

    자료_유럽 운영위원회

    영향력 커진 中 전기차, 중심엔 정부 산업 보조금

    EU의 이번 조치는 유럽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의 점유율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시점에 나온 조치다. 중국 브랜드 전기차의 EU 시장점유율은 2021년 2.6%에서 2023년에는 7.8%로 2년 새 두 배 넘게 늘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테슬라와 르노의 전기차를 포함하면 11.6% 수준이다. 실제 프랑스에서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은 2023년 기준 29%를 차지했고, 이탈리아와 독일은 각각 23%, 15%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전체적으로 증가 추세다. 유럽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전기차는 유사한 유럽산 전기차에 비해 적게는 9%에서 많게는 28% 저렴하다. 이는 중국 내 판매가와 비교하면 거의 두 배에 달하는 비싼 가격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산 전기차는 여전히 유럽산에 비해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유럽 자동차 업체는 경쟁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런 이유로 중국산 전기차의 높은 가격 경쟁력은 중국 정부의 산업 보조금 지원 덕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의 산업 보조금 문제는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무역 갈등의 핵심 이슈로 자리 잡았다. 중국의 보조금은 세계시장에서 과잉 공급과 불공정 경쟁을 유발하면서 주요 선진국과 마찰을 빚었다. 미국과 EU, 일본 등 주요국은 여전히 중국을 시장경제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중국의 산업 보조금 문제를 꼽는다. 이들 국가는 2017년부터 중국의 산업 보조금과 국영기업의 과잉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섯 차례의 회담을 열어 공동 대처 방안을 모색했다. 그 결과 2020년 1월 산업 보조금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EU는 2016년 반보조금 조사 규정을 개정한 후 2017년 12월 중국의 시장 왜곡에 대한 방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또 2023년에는 역외 보조금 규정을 제정해 외국 보조금이 EU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막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2023년 9월 연례 연설에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조사를 발표하며 이러한 조치를 예고한 게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조사는 관련 산업계의 요청에 따라 시작되지만, 이번 조사는 EU 집행위원회가 직권으로 착수했다는 점에서 기존과는 차이가 있다. 이는 중국 전기차 산업 보조금이 EU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도 비슷한 맥락에서 올해 5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100%로 인상하기로 발표하고, 올해 9월부터 이를 시행 중이다. 이 조치는 완성차 뿐만 아니라 리튬이온 배터리를 포함한 전기차 관련 부품에도 점진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 2024년은 전망치. 자료_유럽운송환경연합(T&E)

    무역 갈등 넘어 EU 탄소 중립 정책과 연관

    EU의 이번 상계관세 조치는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의 산업 보조금으로 인한 불공정 경쟁 문제를 완화하고, 유럽의 전기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무역 갈등을 넘어 EU의 산업 정책과 긴밀히 연관 있다. EU는 2019년부터 ‘유럽 그린 딜’을 추진하며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다방면에서 정책을 조정하고 있다. 특히 청정에너지 및 청정 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운송 부문에서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는 것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적인 전략 중 하나다. 유럽 내 전기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신차 판매의 약 20~24%가 전기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배터리 같은 핵심 전기차 부품에서 유럽은 여전히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10여 년 전 유럽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의 일환으로 태양광발전을 확대하려 했다. 그런데 이미 2010년 중국 업체는 세계 태양광 패널 공급의 55%를 차지하고 있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가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유럽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결국 유럽을 중국 태양광 패널의 주요 소비자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경험은 사실상 전기차 분야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유럽의 그린 딜이 추진되는 가운데, 중국 전기차 업체는 이미 한발 앞서 전기차 시장에서 유럽 소비자를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EU는 이러한 배경 속에서 중국에 대한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2)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 전략은 2023년 3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공식적으로 제안한 개념으로, 중국과 정상적인 무역·투자 관계는 유지하되, 과도한 의존도는 점진적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EU는 역내 산업 생산능력을 강화하고 공급망의 다원화를 통해 안정성을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2019년에 ‘에어버스 배터리’ 프로젝트에 투자했으며, EU는 배터리 생산 시설 확충을 위한 산업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EU 대부분의 회원국은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고 전기차 전환을 가속화할 계획이며, 이로 인해 매년 최대 2500만 대에 달하는 전기차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브랜드 전기차의 EU시장점유율은 2021년 2.6%에서 2023년에는 7.8%로 2년 새 두 배 넘게 늘었다.

    큰 경제 피해 없이 관리될 듯, 韓 반사이익은 일시적

    EU의 상계관세 조치는 미국의 관세 부과와 차이가 있다. 중국산 전기차의 미국 시장점유율은 1~2%에 불과하며, 미국 내에서 중국 기업의 전기차나 배터리 생산 시설은 유럽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미국의 조치는 중국산 전기차가 미국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미국 내 독자적인 전기차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다. 2023년 10월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 전기차 업체가 멕시코를 주력 생산 기지로 삼으려는 계획을 언급하며, 멕시코를 통한 우회 수출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도널드 트럼프가 내년 1월부터 이끌 차기 행정부에서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유럽에서는 헝가리, 폴란드, 독일, 스페인 등지에서 중국 기업이 전기차와 배터리를 생산하며 그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 유럽 완성차 업체도 중국과 합작 법인을 통해 전기차를 포함한 다양한 완성차를 활발히 생산하고 있어, 양측의 공급망은 이미 깊이 얽혀 있는 상태다.

    EU의 이번 조치는 유럽 그린 딜을 추진하고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큰 틀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상계관세 조치는 EU 회원국 간 의견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활발한 산업 로비의 대상이 되었음을 보여주며,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음을 나타낸다. 따라서 이러한 목표를 충족하는 범위 내에서 조치가 이루어지며, 무역 갈등이양측에 경제적 피해를 초래하지 않도록 관리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는 한국산 전기차 업체에 일정 기간 반사이익을 줄 수 있다. 유럽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면 한국산 전기차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반사이익은 일시적일 수 있다. 중국 업체가 유럽으로 생산 시설을 이전하거나 가격 절감을 위한 전략을 채택할 경우 한국 기업의 경쟁 우위는 빠르게 약화할 수 있다.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100여 개 제조 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규모의 경제와 경쟁을 통해 혁신이 창출될 수 있는 시장을 이미 갖췄다. EU의 상계관세가 중국산 전기차 가격을 상승시키겠지만, 중국 업체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생산 시설을 유럽으로 이전하거나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채택할 수 있다. 이는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할 것이다. 전기차 분야는 주요국의 핵심 산업으로, 기술혁신뿐만 아니라 다양한 통상 및 산업 정책이 펼쳐지는 무대가 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기술혁신에 더해 주요국의 정책 및 시장 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이에 맞는 대응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현재 유럽 시장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전기차의 약 65%는 테슬라와 르노 같은 비(非)중국 브랜드의 제품이다. 독일의 BMW, 메르세데스-벤츠, 폴크스 바겐 등도 중국 업체와 합작해 전기차를 생산, 유럽에 수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산과 유럽 브랜드 전기차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상계관세 부과에도 일부 중국 전기차 업체가 여전히 유럽에서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이유다. 가령 BYD의 중국차는 자국에서보다 두 배 비싼 가격에 유럽에서 판매 중이다. 중국 상무부는 유럽산 브랜드에 대한 임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고, 향후 수입 대형차에 대한 관세 인상도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보복 조치는 EU와 중국 간 무역 갈등의 심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양측이 절충적 입장을 취할 가능성도 있다. 많은 독일 기업이 중국에서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중국의 보복 조치는 독일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한편, 중국 경제는 현재 성장률이 하락하는 추세에 있으며,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무역 갈등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최대 수출 대상국인 EU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중국에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양측은 전기차 분야의 무역 갈등이 다른 분야로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용어설명

    • * 1) 상계관세

      수출국이 수출 상품에 보조금 등을 지급해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일 경우 수입국이 해당 상품에 대해 보조금 만큼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 수입국이 상품을 수입할 때 가격이 현저히 낮을 경우 국내산업이 타격을 받는 만큼 이를 상쇄하는 목적으로 부과한다. 국제무역에서 상계관세는 일종의 차별관세로 분류된다.


    • * 2)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

      디리스킹은 EU가 2023년 6월 사상 처음으로 발표한 경제 안보 전략의 핵심 노선을 말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과도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걸 목표로 한다. 에너지 안보, 사이버 안보, 기술 보안 및 유출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경제 안보와 경제 개방의 균형을 높일 수 있다고 EU는 판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