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인터뷰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이전 기시다 총리와 마찬가지로 윤석열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구축할 이다. 일본과 한국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국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CPTPP)에 참여해야 한다.” 라다 다카시(Terada Takashi) 일본 도시샤대국제관계학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일본 총선과 국 대선 결과가 한일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것”이라며 이같이 제언했다. 다카시 교수는 이시바 총리의 재선출을 긍정적으로 봤다. 이전 총리인 기시다 후미오 총리 때부터 았던 한국과 일본 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이시바는 아시아에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같은 조직을 창설하자는 제안을 했다”며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집단 안보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시바의 외교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이시바 내각은 과거 기시다 내각이 중점을 뒀던 일본의 방위 능력 증진과 한국과 관계를 계속해서 이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일 관계 개선 문제와 관련해 이시바 총리는 기시다 총리와 마찬가지로 윤석열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구축하리라 본다. 이시바 총리가 윤 대통령의 국내 어려움을 이해하고, 한국 정치에서 그의 용기를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8월 출간한 자신의 책에서 ‘한국에서는 강제징용 문제 해결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는 것 같다. 일본은 두 나라 간 관계 개선을 위해 큰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윤 대통령의 의지에 성실하게 응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다만 이시바 총리는 기시다 전 총리와는 달리 급진적이고 비현실적인 외교정책과 정치, 경제 개혁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 가령 ‘아시아 나토를 세우자’는 주장처럼 일본 내외에서 지지받지 못한 경우를 들 수 있다.”
아시아 나토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이는 일본 내 특히 방위 전문가 사이에서 비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놀라움을 자아냈다. 나토는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로 이루어진 군사 동맹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는 달리, 결정을 신속히 내리고 공동 행동을 취하기가 용이하다. 이시바 총리는 현재 유엔 집단 안보 체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시아에도 나토 같은 조직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에게 집단 안보의 핵심 개념은 ‘의무’다. 나토가 비회원국인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침략으로부터 보호할 의무가 없듯이, 그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의무를 핵심으로 하는 집단 안보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일본이 다른 국가의 방위에 더 크게 기여하고, 그들이 일본을 방어하도록 의무를 지는 체제를 뜻한다. 기존의 미국 중심의 동맹 체제를 보완하거나 대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는 원래 중국에 대한 집단적 억지력을 강화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고, 이미 중국 정부가 강하게 반발했다. 즉, 이 제안이 현실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시바가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시아 나토가 창설된다 하더라도 일본 자위대가 회원국에 파병되는 것은 전쟁을 포기한다는 일본 헌법 제9조에 대한 위반이 될 수 있다. 또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가 이 제안을 진지하게 고려할지도 의문이다.”
일본이 앞으로도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가.
“일본 대다수 국민은 최우선 외교정책이 유일한 동맹국인 미국과 관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시바 내각 역시 마찬가지다. 동아시아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일 동맹 체제는 유지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이시바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하 트럼프)의 정책 요청에 최대한 협조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는 전과 마찬가지로 미국 방위 부담을 줄이기를 원한다. 때문에 동맹국에 자국 방위 및 안보를 위해 더 많은 역할을 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시바는 재선된 미국 대통령에게 일본이 방위에 더 기여할 것임을 호소하고, 강력한 동맹을 위해 이를 계속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야 한다.”
일본과 한국 간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이시바 총리는 기시다로부터 우호적인 양국 관계를 물려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가 10월 1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중요한 양자 관계’로 두 번 언급한 국가는 미국과 한국뿐이었다. 다음 날 첫 외국 정상과의 통화에서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이어 윤대통령과 대화를 나눴다. 이는 이시바의 외교정책에서 한일 관계를 미국과 관계 다음으로 중요한 우선순위로 여긴다는 뜻이다. 북한, 중국, 러시아에 의해 악화한 지역 안보 환경은 양국이 공유하는 주요 과제이므로, 미국과 개별 안보 조약에 더해 한·미·일 3국 간 정기적인 안보 협력과 대화 촉진이 시급한 과제다. 이를 바탕으로 양국 경제성장의 토대를 강화하기 위해 산업 정책의 조율, 특히 반도체 기업 간 공급망 네트워크 구축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일본 정부로부터 향후 5년간 400억엔 이상의 투자 보조금을 받아 요코하마에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 연구 거점을 설립하기로 한 결정은 이러한 방향으로의 환영할 만한 첫걸음이다.
또한 미국 트럼프의 재선도 한일 관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부와 달리 미국 신행정부는 일본, 한국, 미국 간 3자 협력에 의존하지 않고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직접 대응하려 할 것이다. 이는 일본과 한국의 안보가 보장된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방위 정책 전문가로서, 한일 협력 방안을 낸다면.
“내가 제안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일본이 한국을 CPTPP에 초대하는 것이다. 양국 경제협력의 전략적 중요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경제적 통합을 심화시키고 다자간 보호무역주의와 경제 안보 포위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CPTPP는 디지털 무역, 지식재산권, 노동 기준, 환경보호 등 다양한 부문을 포괄하는 높은 수준의 무역협정이다. 양국 경제 안보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경제적 불확실성 중 하나는 무역이다. 미국과 중국과 같은 주요 경제국은 경제 안보를 이유로 무역 정책과 관세를 일방적으로 강화하면서 다자간 체제를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 미국 신행정부는 무역긴장, 지정학적 경쟁, 경제 민족주의가 세계 무역 시스템을 분열로 몰아가며, 세계 무역 거버넌스의 정당성 위기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CPTPP 같은 지역 경제구조의 강화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위한 대안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