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FTA

법률 전문가가 보는 통상

제동 걸린 신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외국인 투자 심사 면밀히 살펴야
  • 조수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US스틸 슬로건 위로 신일본제철 로고가 놓여 있다.

    신일본제철은 지난해 12월 US스틸을 141억달러에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4위의 철강사인 신일본제철이 미국의 3대 철강사이지만 적자로 어려움을 겪어 현재 세계 27위 업체로 내려앉은 US스틸을 인수하겠다는 계획은 발표 시 크게 주목받았으나, 미국 대통령 선거와 맞물리면서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심사 단계에서 멈춘 상황이다.

    특히 US스틸 본사가 경합 주(州)인 펜실베이니아에 있어, 미국 대통령 후보들은 일제히 신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반대했다. 신일본제철은 선거 후 CFIUS 결정이 나도록 하기 위해 기존 신청을 취소하고 지난 9월 CFIUS에 재신청해 올해 12월쯤 결정 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외국 기업이 미국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경우 총 16개 부처 대표로 이뤄진 CFIUS가 해당 M&A가 미국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한 뒤 거래 승인 여부를 심사한다. CFIUS는 조사 결과에 따라 대통령에게 필요한 조치를 권고하고 최종 결정은 대통령이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앞서 선거 과정에서 자신이 당선된다면 신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반대하겠다고 밝혀, 신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는 무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방국으로서 가치를 어필하는 일본의 로비와 일본 투자를 안보 이유로 막을 경우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우방국끼리 공급망 구축)’ 흐름에 어긋난다는 학계 주장 등 여러 상황이 있어서 반전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세 가지 측면을 살펴보면, 첫째, 비록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은 크지만, 일본이 미국으로 철강을 수출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미국 철강 회사를 사들여 완전 자회사로 둔다는 발상의 전환을 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철강 분야는 무역 구제 조치가 빈번하고 보호무역주의가 만연한 분야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1기인 2018년, 미국은 철강 수입이 자국 경제 안보에 영향을 준다면서 철강 제품에 25%라는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당시 일본은 25% 관세를 부과받았고, 한국은 직전 3년(2015~2017년) 대미 수출량의 70% 쿼터(260만t)로 미국과 합의해 관세를 면제받았다. 이후 일본은 계속해서 대미 수출량이 줄다가 2022년 4월 미국과 쿼터 협상을 벌였으나, 쿼터량이 제232조가 적용됐던 2018~2019년 일본의 대미 수출량의 100%여서, 한국이 합의한 기준인 2015~2017년 3년 기준 대미 수출량으로 환산하면 62%에 불과한 상황이었다. 또한 반덤핑 관세 및 상계관세 역시 철강 분야에 워낙 많이 부과되고 있는 데다, 전기로 대비 고로 비중이 높은 일본과 한국으로서는 미국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 가능성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미국 철강 기업을 인수하겠다는 시도 자체는 철강의 보호무역주의를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의미 있는 시도로 판단된다.

    둘째, 강화되는 미국의 투자 안보 심사에 주목해야 한다. CFIUS가 만들어진 것은 1975년이나 2018년 트럼프 행정부 1기는 중국 투자사의 기술 탈취를 우려해 CFIUS의 권한을 크게 확대했다. 이번에 CFIUS가 안보를 이유로 신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불허하면, 미국 우방국 기업은 CFIUS심사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은 중국의 미국 부동산 및 산업 투자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공약했고,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지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는 지난 11월 언론 기고를 통해 외국인 투자사에 자본 접근료를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해, 향후 CFIUS의 심사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미국의 외국인 투자 안보 심사 강화는 여러 나라에 영향을 끼쳐, 각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투자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올해 1월 외국인 투자 심사를 강화하는 규정을 발표했다. 영국도 2022년 국가 안보 투자법을 신설하고 호주도 2021년부터 외국인 투자 안보 개선 규정을 시행했다. 한국은 외국인 투자 촉진법상 외국인 투자 안보 심사를 하고 있으나, 핵심 인프라, 데이터, 기술 분야에 있어서는 외국인의 비지배적인 투자도 심사하는 CFIUS와는 달리 외국인의 지배적 투자를 심사 대상으로 한정하고, 국가 핵심 기술 등 제한된 분야를 대상으로 심사가 이루어지고 있어서, 그 대상을 보다 넓히고 절차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교역에 있어 투자까지 심사 조치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2014년에만 해도 17개국이 투자 심사 제도를 도입하였으나 10년이 지난 2023년 기준으로는 41개국이 국가 안보를 내건 투자 심사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각국 관련 제도의 도입 및 실제 인수합병승인·불허 사례를 면밀히 파악해 기업과 정부의 투자 정책 수립 시 참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