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FTA

책으로 읽는 경제·통상

두개의 인도 '외화내빈' 인도 경제의 속살
‘두개의 인도’ 생각의힘

2023년을 기점으로 인도는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 대국으로 발돋움했다. 인구 14억 인도 경제는 2023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6%로, 5.2%에 그친 중국을 추월했다. 영국을 추월해 세계 5위로 부상한 GDP(2022년 기준 3조3850억 달러)가 6~7%대 고성장을 지속하면 2026년에는 독일⋅일본을 추월해 세계 3위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도는 성장 잠재력이라 할 수 있는 고등 지식 인력도 중국을 추월하고 있다. 11월 18일(현지시각) 발표된 미국 국무부 교육·문화국과 국제교육연구소(IIE) 조사에 따르면, 2023-2024학년도 미국 대학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전년 대비 4% 감소한 27만7000명(24.6%)으로 집계된 반면 인도 유학생의 경우 전년보다 23% 증가한 33만1000명(29.4%)으로, 중국에 비해 5만4000명이나 많았다. 인도의 미국 유학생이 중국을 추월한 것은 2008~2009년 이후 15년 만이다.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선거제가 도입된 인도는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가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을 성장 측면에서 추월했다는 찬사가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인도에서 태어나 미국 보스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일한 후 프린스턴대에서 개발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낙관론에 ‘No(아니오)’라고 답한다. 저자는 “경제에 관해 인도 당국과 세계 평론가는 인도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잘못된 통계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많은 숫자가 완전히 틀렸고, 틀리지 않은 것들은 중요하지 않은 숫자들이다”고 한다.

저자는 인도 GDP를 낱낱이 해부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소득 성장률로 측정된 GDP는 연 8%씩 증가하는데, 지출은 연 3% 증가에 그치고 있다”면서 “지출의 모든 구성 요소는 인도 경제의 성과가 저조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연간 3.5%로 낮은 증가율을 보이는 민간 소비(가계 지출)는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고, GDP 대비 민간 투자 비율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외국인 투자 증가율은 감소하고 있고, 수출은 거의 늘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약점으로 거론한다.

성장세가 꺾이고 있는 중국을 대체하는 새로운 세계의 공장으로 부각되는 인도가 외형적 성장을 지속하기에는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원인은 무엇일까. 한국의 사례가 등장한다. “경부(서울~부산)고속도로는 1970년에 건설됐는데, 이는 한국이 강력한 대중 교육 기반을 확립하고, 여성을 노동력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하고, 노동 집약적 수출 시장에서 중요한 참여자로 자리 잡은 후였다.”

인도 경제의 가장 큰 딜레마는 일자리가 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14억 인도 인구 중 15세 이상 생산연령인구는 10억 명이다. 이 가운데 일하고 있거나 일할 의사가 있는 경제활동 인구는 6억7000만 명뿐이다. 그나마 경제활동인구 중 46%는 농업에 종사한다. 제조·서비스업 등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산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25% 남짓이다. 인도의 제조업 생산지인 타밀나두주의 한 신발 생산 업자가 인도 기업은 중국인이 150개를 만들 수 있는 자원으로 100개만 생산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원인은 열악한 교육 인프라로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양질의 노동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기본적인 읽기와 산술 능력을 습득하고 직업윤리를 갖춘 노동자가 부족한 것이 인도 현지에 진출한 외국 기업이 현지인 채용을 주저하게 한다. 그 결과 인도 경제는 독립 후 75년 동안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인도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2년 사이 연방 정부 일자리 75만 개에 2억2000명의 인도 젊은이가 지원하는 일자리 대란이 일어났다.

저자는 인도 경제가 진정한 성장과 점점 멀어지는 이유는 도덕의 실패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모두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믿는’ 공공 윤리 부재가 도덕 실패와 불평등 심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경제는 사회 규범이 신뢰와 장기적 협력을 조성할 때 번성하는 도덕적 우주”라는 저자의 철학은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