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읽는 경제·통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17~18일(이하 현지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4.75~5.00%로 0.50%포인트 인하했다. 한국은행도 10월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기 위한 고금리 시대가 마무리되고, 글로벌 피벗(pivot·통화정책 기조 전환)이 본격화했다. 경제 환경 격변에 따른 금리 변동이 경제 주체의 삶에 많은 변화를 일으키게 됐다.
‘모두의 금리’ 저자인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는 인터뷰에서 “금리가 예금과 대출, 환율, 경제성장률, 투자에 미치는 힘이 지구 중력과 비슷하다”면서 “금리에 대한 이해 없이 투자를 논한다면 사상누각”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와 금리를 통해 세계경제 흐름을 짚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얼마나 낮출 것이라고 보나.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월 1.6%까지 내려왔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한 것이 기준금리 인하 여건을 만든 셈이다. 연준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2%대 안착 확인 후 빅컷(big cut·0.5%포인트 금리 인하)을 단행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은 가계 부채와 부동산 문제를 고려해 금리 인하에 신중한 것 같다. 당장 급격한 추가 금리 인하는 없겠지만, 2025년 말까지는 기준금리가 연 2.50% 내외 수준까지는 내려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경기 침체(recession) 때문인가.
“경기 침체의 사전적 정의는 전기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두 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내는 것이다. 흔히 볼 수 없는 현상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경기하강과 엄격하게 구분되는 개념이다. 1960년대 이후 미국 경제는 중동 전쟁, 리먼 브러더스 사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등 일곱 번의 경기 침체가 있었다. 한국은 오일쇼크(1979년 3~4분기), IMF(국제통화기금)외환 위기(1997년 4분기~1998년 2분기), 코로나19 팬데믹(2020년 1~2분기) 등 경기 침체가 단 세번 있었을 뿐이다. 미국, 한국 모두 전방위적이고 대규모의 글로벌 경제 위기 때 경기 침체가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의 2분기 GDP 성장률이 연율 2.8%에 이르고, 9월 소매 판매도 전월비 0.4% 증가해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4.1%로 집계된 9월 실업률도 미국에서는 높은 편이 아니다. 미국의 실물 경기 지표가 탄탄하기 때문에 경기 침체를 논할 상황이 아니다.”
그러면 미 연준은 빅컷을 왜 한 것인가.
“침체 수준이 아니더라도 경기하강 신호가 강해졌다. 콘퍼런스보드에서 발표하는 경기동행지수는 경기하강 신호를 일관되게 보내고 있다. 그리고 빅컷 이전 기준금리(5.25~5.50%)는 미국의 잠재성장률(2.0% 안팎)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소폭 높아졌다고 해도, 지나치게 긴축적이었다. 지나치게 높았던 금리를 낮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이 올해 2.3%로 전망되는 물가 안정이 크게 진전된 것이 빅컷의 근거가 됐다. 그래서 점도표에서 올해 중 1.0%포인트를 더 낮출 수 있다고 예고한 것이다.”
지난 7월 금리 인상을 시작한 일본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미·일 금리 격차 축소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나.
“일본은행(BOJ)이 연내 최소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로 인해 미·일 금리 차이가 줄어들 수 있지만, 8월 ‘블랙 먼데이’를 초래한 급격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반복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미국 경제의 연착륙으로 연준의 금리 인하가 점진적일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BOJ가 연내 추가 인상 시기를 12월로 늦출 것으로 예상되는 등 신중한 모습이다. 미·일 금리 격차가 서서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금리가 낮은 엔화 자금을 빌려 고금리의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는 움직임도 점진적일 것으로 본다.”
금리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금리 예측을 잘못해서 가계가 ‘영끌(영혼을 끌어 모은) 투자’를 잘못할 경우 애써 모은 자산을 잃어버릴 수 있다. 오랜 저금리 시대에 낮은 금리로 자금을 차입해 고수익 자산을 매입하는 ‘레버리지(leverage) 투자’는 은행 이자를 초과하는 이윤을 투자자에게 선사했다. 인플레이션으로 고금리로 전환됐지만, 레버리지 투자를 고수해 손해를 본 경우도 많다. 금리 예측은 그만큼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