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FTA

법률 전문가가 보는 통상

미국과 유럽이 ‘전자상거래 소액 면세’ 손질 나선 이유
  • 조수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미국, 유럽연합(EU), 한국 등은 국내 거주자가 소액의 상품을 온라인으로 수입하는 경우 관세를 면제하고 있다. 즉 전자상거래 ‘소액 면세 기준(deminimis)’을 두어 개인이 하루에 수입하는 제품가치가 동(同)기준을 넘지 않은 경우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1938년에 이 기준을 처음 제정했는데, 국민이 작은 선물을 수입하고자 하는 경우 최소한의 부담으로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de minimis’라는 말은 라틴어로 ‘너무 사소해서 고려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는 뜻으로, 초기 기준점은 선물은 5달러, 기타는 1달러였으나 1994년에 200달러로 인상됐다. 그러다 2016년 ‘무역 촉진 및 무역 집행법’을 통해 800달러로 기준이 확대돼 현재 800달러 이하 물품에 대해서는 면세하고 있다. EU도 비(非)EU 국가로부터 온라인으로 수입하는 물품 가치가 150유로 이하인 경우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부가가치세도 면제했으나, 2021년 7월부터는 150유로 미만의 전자상거래 수입 물품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경 간 거래가 활발하지 않던 시절 개인 간 선물 및 기증품은 면세한다는 기조하에 1968년 수입 물품 관세 부과 면세 제도가 도입됐다. 이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전자상거래물품의 특별 통관에 따른 고시’에 따라 미국에 대해서는 200달러, 기타 국가는 150달러까지 국내 거주자가 온라인을 통해 물품을 수입하는 경우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면제해 주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중국의 알리, 테무, 쉬인 등 사이트를 통해 저가 온라인 구매가 증가하면서, 이러한 전자상거래 ‘소액면세기준제도’가 중국 저가 상품 수입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대기업인 쉬인은 미국 오프라인 매장이나 브랜드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지 않고도 이 소액면세기준제도를 활용해 미국 패스트패션 시장의 30%를 점유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의 공습에 오프라인 매장이 흔들리고 섬유·의류· 장난감 등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들고, 세관 공무원의 부담이 커지자, 각국의 전자상거래 소액면세기준제도가 점점 개편되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2024년 9월 13일(이하 현지시각), 1974년 무역법 제301조나 제201조, 1962년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른 관세를 적용받는 수입품의 경우 소액면세기준제도를 적용하지 않고 과세하겠다는 규정안1) 제정 계획을 발표했다. 백악관 발표문을 통해 조 바이든 정부는 소액면세기준제도를 활용해 수입되는 물품 건수가 10년 전에는 연간 1억4000만 건 정도였지만 작년에는 10억건 이상이었다면서, 중국 기반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이 제도를 남용하고 있어 미국 내 제조 업체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기업이 특히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를 우회하기 위해 전자상거래 소액면세기준제도를 남용하고 있어 이 규정안을 발표한다고 하였다. 미국 의회에서도 6월 14일 빌 캐시디 상원의원 등이 소액면세기준제도를 중국에서 배송되는 물품에 한해 적용하지 않겠다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중국 저가 제품의 수입을 막기 위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EU도 역내 업체와 형평성을 위해 작년 5월에는 2028년 3월부터 150유로 미만 수입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EU 집행위원회는 머지않아 2028년 3월인 관세 과세 시점 계획을 앞당기는 방안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배경은 작년 EU 회원국에 무관세로 수입된 150유로 이하 저가 상품이 23억 개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데다 화장품, 장난감 등 위험 물질로 신고된 사례가 50%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도 해외 직구가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소비자 안전이 위협받고 국내 산업이 위축되는 등 다양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특히 국내 중소업체는 토종 제조업 생태계가 훼손된다고 주장하며 소액면세기준제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5월 16일 소액면세기준제도에서 국내 사업자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제도 개편 여부를 검토하고, 제도 악용을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EU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전자상거래가 보편화하면서, 소액 해외 직구 물품은 수입 신고, 인증 부담 없이 목록 통관 형태로 국내에 반입되고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면제받는다. 국내 소액면세기준제도 개편 논의 시 미국이나 EU가 자국 기업이 해외 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데초점을 맞춰 제도를 개편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