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세상에 내놓은 혼다와 도요타는 엇갈린 선택을 했다. 혼다는 하이브리드형으로 개발한 2인승 소형차 인센티브 판매가 저조해지자, 기존 베스트셀러 시빅을 토대로 새로운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출시했다. 반면, 도요타는 당시만 해도 성능이 떨어진다는 세간의 인식을 뒤집기 위해 하이브리드 브랜드로 만든 프리우스 2세대 자동차를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으로 만들었다. 누구나 이 차가 하이브리드라는 것을 알 수 있게 외관을 독특하게 만들고, 후면에 ‘cool prius!’라는 로고를 새겨 넣었다. 이런 디자인이 프리우스 하이브리드를 ‘진심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 타는 차’라는 신호를 보내자, 판매가 늘기 시작했다. 소비자에게 ‘친환경’이라는 가치 신념 인센티브를 제공한 것이 판매 증가라는 결과물을 만들었다. 테슬라도 초창기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 타는 차’라는 마케팅을 한 결과, 고소득자를 중심으로 탄탄한 고객층을 만들 수 있었다.

유리 그니지 캘리포니아대(UC) 샌디에이고캠퍼스래디경영대학원 경제학 및 전략학 교수 겸 행동경제학 석좌교수는 ‘사회적 신호(social signaling)’ ‘자기 신호(self-signaling)’ 등이 중요한 인센티브로 작동한다고 주장한다. 이 두 가지 신호가 어떻게 인식되느냐를 파악하는 것이 인센티브 설계에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사회적 신호란 다른 사람 눈에 비치는 자기 이미지를 뜻하며, 자기 신호는 자신의 눈에 비친 자기 이미지와 관련이 깊다.

헌혈한 사람에게 돈을 주지 않고 영화 관람권을 주는 것도 사회적 신호를 활용한 인센티브 설계라고 할 수 있다. 헌혈을 많이 하는 중산층 이상은 생계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타인이 나를 이타적으로 본다’는 사회적 신호에 의해 헌혈하는 경우가 많다. 헌혈의 대가로 돈을 받게 되면 동기를 의심받을 수 있으므로 오히려 헌혈을 중단할 가능성이 크다. 헌혈 대가로 돈을 주면, 기증자는 헌혈을 중단할 수 있다.

반대로 그간 사는 게 바빠 헌혈할 여유가 없었던 저소득층은 금전적 대가가 주어지면 헌혈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건강 상태가 불안정한 저소득층의 헌혈 증가는 혈액의 질을 저하할 수 있다. 실제로 1970년 미국에서는 혈액 기증자에게 돈을 지불했는데, 그 결과 돈이 필요한 마약중독자들이 헌혈을 많이 해 대가 없이 헌혈하도록 한 영국에 비해 혈액의 질이 낮고 B형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돼 있을 가능성이 더 컸다. 작은 선물 형태의 인센티브가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게 그니지 교수의 결론이다.

인센티브는 자기 신호를 활성화할 수 있게 해준다. ‘퇴사 장려금’이 직원의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높여줄 수 있다는 게 대표 사례다. 장려금은 회사에 비전을 갖지 못하는 직원이 자기 길을 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회사 생활에 회의적인 직원이 사표를 내면 2000달러를 주는 전략을 도입한 미국 쇼핑몰 자포스는 2003년 7000만달러였던 예상 매출액이 2008년에 10억달러 이상으로 증가했다. 장려금 유혹을 거절한 직원이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한 결과가 ‘열정 넘치는 고객 서비스’가 장점인 자포스의 경쟁력을 강화한 것이다. 붙임성 좋은 콜센터 직원을 골라내는 중요한 요소가 바로 퇴사 장려금 제도였다.

이 책은 인간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인센티브에 대해 탐구하는 사례로 꽉 차 있다. 저자인 그니지 교수는 금전적 보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헬스장에 꾸준히 가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서는 장기 등록자에게 이용료를 할인해 주는 요금 할인뿐만 아니라 친구와 함께 등록하는 친사회적 인센티브가 효과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니지 교수는 케냐의 오랜 악습인 여성 할례를 근절하기 위한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설계한 경험도 들려준다. 할례받은 신부가 더 많은 지참금을 받는 금전적 인센티브가 있다는 점을 발견한 그니지 교수는 딸을 할례시키지 않은 부모에게 교육비를 지원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교육을 통해 자녀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기회를 만들자는 제안을 한 것이다. 인간의 의사 결정을 바꾸는 다양한 인센티브 사례에 푹 빠지다 보면, 2시간이 훌쩍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