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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시장 분석 리포트

수출 시장 분석 Deloitte. 인사이트 리포트 디지털 상품·서비스 약진…소비자 지갑이 열린다

디지털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지출이 최근 몇 년 사이에 크게 늘었다. 디지털 지출은 과거 음원과 e북(e-book) 등 소수의 영역에 국한됐으나, 디지털 콘텐츠 스토어와 스트리밍 플랫폼이 급성장하며 소비자 지출에서 주류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 시장은 새로운 단계의 진화를 거치고 있다. 클라우드와 사물인터넷(IoT)1),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이 상호 융합하면서 소비자 일상생활 곳곳에 스며드는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개인 맞춤화 헬스 및 피트니스 테크부터 반려동물용 스마트 목걸이, 온라인 콘텐츠 창작자의 프리미엄 구독까지,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가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자 욕구를 충족하고 있다.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가 제공하는 가치가 증가하고 소비자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면서, 소비자 지갑도 열리고 있다. 이런 변화는 미래 소비자 산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딜로이트는 디지털 소비 행태를 파악하기 위해 디지털 상품 및 서비스를 12개로 분류해, 전 세계 13개국 10만 명 이상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월간 지출 현황을 분석했다. 소비자가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에 얼마나 지출하는지, 새로운 디지털 상품 및 서비스가 빠르게 증가하는 시장 환경에서 소비 행태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디지털 지출이 늘어남에 따라 위축되는 전통적 소비 지출 항목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자 했다. 이번 조사는 2024년 1~5월 전 세계 성인 10만 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디지털 지출, 생활용품·의류 추격

주택·식료품·교통 등 전통적 지출 항목을 포함해 분석한 결과,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는 글로벌 소비자의 총지출에서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 된다.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생활용품(3.2%), 헬스케어(2.8%), 의류 및 잡화(2.4%)와 맞먹을 수 있는 수준이다.

한국 소비자의 경우 디지털 지출 비중이 2.8%로, 글로벌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역시 생활용품(4.2%), 의류 및 잡화(4.1%), 전자 기기(3.2%) 지출 비중에 근접하고 있다. 미국은 디지털 지출 비중이 2.9%로 한국보다 근소하게 높았다. 의류 및 잡화(3.1%), 전자 기기(3.0%) 지출 비중과 격차가 더 작다.

글로벌 소비자 기준, 디지털 지출 내에서 스트리밍 서비스와 e북 등 활자 콘텐츠 지출이 절반 이상(58.8%)을 차지했다. 최신 항목 지출도 적지 않다. 건강과 웰니스, 온라인 학습, 가상현실(VR) 콘텐츠, 온라인 콘텐츠 창작자 후원 등 최신 항목이 디지털 지출의 30%를 넘었다. 이러한 트렌드는 디지털 지출이 단순히 스트리밍을 넘어서 성숙기에 진입하고 있음을 분명히 나타낸다.

디지털 지출의 동력은 젊은 소비자

젊은 소비자가 디지털 지출의 동력으로 작동하는 이유는 지출액이 타 연령대에 비해 많기도 하지만, 최신 디지털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관심과 지출 의향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딜로이트 조사 결과, 18~34세 응답자 중 60%가 매달 스트리밍 서비스에 지출했고, 네 명 중 한 명은 게임에 지출했다. 하지만 최신 항목에 대한 지출이 늘면서 디지털 상품 및 서비스 시장의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18~34세 응답자 10명 중 약 1명은 건강 및 웰니스, 온라인 학습, VR 콘텐츠, 온라인 콘텐츠 창작자 후원 등 최신 항목에도 돈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신 항목에 지출한다는 응답자는 비율이 낮았으나, 지출액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스트리밍 서비스 월평균 지출액은 약 30달러(약 4만원)인데, 콘텐츠 창작자에 대한 지출액은 40달러(약 5만3000원)로 더 많다. 여타 최신 항목도 지출액이 크다. 디지털 건강 서비스의 월평균 지출액은 약 50달러(약 6만7000원)였다. VR 콘텐츠는 55달러(약 7만3000원), 온라인 학습은 60달러(약 8만원), 암호화폐 및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는 80달러(약 10만7000원)에 달한다.

18~34세 응답자의 디지털 지출액은 월평균 약 100달러(약 13만3000원)로 나타났다. 그중 약 3분의 1이 최신 항목에 해당한다. 반면 55세 이상 응답자의 디지털 지출액은 월평균 30~40달러(약4만~5만3000원)이며, 이 중 스트리밍 서비스가 63%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연령별로 차이가 매우 컸다는 의미다.

한국도 18~34세 젊은 층과 스트리밍 서비스 중심으로 디지털 상품 및 서비스 시장이 형성돼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평균과 유사한 트렌드를 보였다. 18~34세 응답자 중 55%, 35~54세 응답자 중 52%가 스트리밍 서비스에 지출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세계적 흐름과 차별되는 점은 18~34세뿐 아니라 35~54세 연령대까지 VR 콘텐츠, 암호화폐, 온라인 교육, 반려동물 관련, AI 서비스 등 최신 항목에 지출하는 비율이 유독 높다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 교육 항목은 55세 이상 응답자도 글로벌 평균을 훨씬 웃도는 비율을 보였다.

디지털 지출 항목은 국가별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 미국은 전 연령대에 걸쳐 스트리밍 서비스에 지출한 응답자 비율이 글로벌 평균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또 18~54세는 게임 항목을 선택한 비율이 글로벌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이 외 18~34세 응답자는 VR 콘텐츠, 암호화폐, AI 서비스에 지출한 응답자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일본은 스트리밍 서비스에 지출한 응답자 비율이 37%로 떨어졌다. 미국과 호주의 경우 응답자 중 약 60%가 매달 스트리밍 서비스에 돈을 쓰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일본은 정규 방송 등 전통적 미디어가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에서는 뉴스, 잡지, e북, 뉴스레터 등 활자 콘텐츠에 지출한다는 응답자가 17%에 달했다.

※ 2024년 1~5월 평균 지출액 기준. 자료_한국 딜로이트 그룹

전통 지출은 줄어든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디지털 지출이 늘고 새로 등장하는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 비중도 증가하는 만큼, 기술 기업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소비자 기업이 시장 기회를 엿볼 수 있다. 이때 소비자 지갑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은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에, 디지털 지출이 늘면 그만큼 전통적 지출이나 저축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디지털 상품 및 서비스 시장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이러한 제로섬 게임이 여러 번 나타났다. 약 20년전 디지털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이 등장하자, 글로벌 음악 산업에서 힘의 균형이 이동했다. 그 과정에서 음악 산업의 수익이 한때 저점을 찍었으나, 결국 신고점으로 치솟았다. 하지만 수익을 가져가는 주체는 완전히 바뀌었다. 지금은 당시보다 디지털 진화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잠재적 경쟁자를 파악하는 것이 훨씬 어려울 수 있다.

게임 산업의 경우 현재 글로벌 비디오게임 산업이 무려 1880억달러(약 250조8108억원)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게임 타이틀 중 일부는 무료로 배포되고, 대신 인게임 구매 등 온라인 소액 결제를 통해 주요 수익이 창출된다. 게임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스킨 등 인게임 아이템은 단순히 게임 레벨업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가상 사회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 되고 있다는 점을 노린 전략이다.

최근 분석에 따르면, 인게임 가상 굿즈와 관련 서비스를 포함한 글로벌 온라인 소액 결제 시장 규모는 연평균 12% 증가해 2026년 1060억달러(약141조4146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예전 같으면 생일 선물로 유행하는 운동화를 사달라고 했을 법한 청소년이 이제는 온라인 아바타에 입힐 개성 있는 스킨을 요구할 수 있다. 결국 소비자 선호도 변화로 인해 현물 의류 지출은 줄고 게임 지출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타당하다. 현재 전 세계 게임 인구 평균연령대가 30대 중반인 만큼, 실상 이러한 지출 행태는 예상보다 훨씬 만연한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일부 미래지향적 의류 브랜드는 이미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판매 및 마케팅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하지만 변화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생성 AI(Generative AI)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면, 소셜미디어(SNS) 게시 글이나 디지털 수단에 자유자재로 디지털 의류를 겹쳐놓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론적으로 소비자는 실제 상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좋아하는 브랜드를 친구나 가족, 팔로어에게 자랑할 수 있다. 전통적 의류 기업이 이러한 트렌드에 뛰어들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지만,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진화하는 디지털 세계가 새로운 경쟁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다.

자료_한국 딜로이트 그룹

디지털 ‘큰손’ 소비자 주목

대다수 소비자 기업, 특히 물리적 상품과 경험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기업은 방향을 설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디지털 상품 및 서비스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이 늘고 있다. 몇몇 완성차 제조기업은 프리미엄 사양으로 유료 구독 기능을 출시했다. 이 중 성공 사례도 있고 실패 사례도 있지만, 시도만으로도 소비자가 진화하는 디지털 세계에서 좋아하는 브랜드를 어떻게 경험하고 싶은지 더욱 잘 이해할 계기가 됐을 것이다.

혁신을 추구하는 소비자 기업은 겨냥하는 소비자 세그먼트가 분명히 설정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대부분 국가에서 디지털 경험에 적극적인 소비자층이 디지털 상품 및 서비스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수는 적지만 말이다. 미국의 경우 디지털 지출액이 매달 250달러(약 33만4000원)를 넘는다고 답한 응답자가 15%를 기록했다. 이들 디지털 큰손 소비자가 디지털 상품 서비스 매출의 약 54%를 차지한다.

큰손 소비자의 행태를 살펴보면, 미래 전망이 가능하다. 이들 소비자는 기업의 혁신적 고객 전략을 적극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 시장에 진입하고자 하는 기업은 다음의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위협과 새로운 기회는 어디에서 발생하는가. 당신의 가상화 전략은 무엇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어떤 역량이 필요한가. 새로운 역량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에 도입될 지식재산, 코딩, 콘텐츠 비용을 줄이기 위해 AI 같은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용어설명

  • * 1) 사물 인터넷 (IoT·Internet of Things)

    가전 기기 등 각종 사물에 통신 기능을 갖춘 센서를 부착해 인터넷에 연결하는 기술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