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서플라이 체인

‘이차전지용 바인더(binder)’는 ‘활물질’과 ‘도전재’가 ‘집전체’에 잘 붙을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접착 소재를 말한다. 활물질이란 이차전지의 양극재와 음극재에서 화학적으로 반응해 전기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활성 물질을 일컫는다. 양극재 속 활물질이 ‘양극 활물질’, 음극재 속 활물질은 ‘음극활물질’이다.
이와 같은 양·음극 활물질 사이에서 전자 이동을 촉진하는 물질이 바로 도전재다. 여기서 집전체는 약 10μm(마이크로미터) 두께의 막으로, 이차전지 충전 및 방전 과정에서 전기 화학반응이 잘 일어날 수 있도록 전자를 외부에서 활물질로 전달하거나 활물질에서 내보낸다. 즉, 활물질과 도전재를 물리적으로 결합하고 전극 코팅층이 집전체와 잘 붙어 있도록 안정화하는 역할을 하는 게 이차전지용 바인더다.
고분자 바인더는 활물질과 집전체에 대한 안정적인 접착성, 액체 전해질에 대한 내성 등이 요구되며 최종 제품인 이차전지의 품질 및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는 품목이다. 대표적인 바인더로는 유기계 바인더인 VDF(polyvinylidene fluoride), 수계 바인더인 SBR(styrene-butadienerubber)과 CMC(sodium salt of carboxymethyl cellulose)가 있다. 보통 SBR과 CMC의 혼합 바인더는 음극 바인더로서 PVDF의 대체 소재로 활용된다. 기존 리튬이온 이차전지 사용 환경에서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전지1)와 나트륨 이차전지, 리튬·황전지, 금속 리튬 이차전지 등으로 기술 개발이 다각화하는 만큼, 각각의 이차전지에 적합한 바인더 개발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2030년 4조 시장으로 성장…해외 수입 의존도 커
이차전지 바인더는 전극 내 비중이 5% 미만인 탓에 이에 대한 기술 개발 및 양산이 적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전기차 보급 확대로 이차전지 시장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바인더 산업에 관한 관심도 늘어나는 추세다. 세계 리튬이온전지용 바인더 수요는 2025년 8만9000t에서 2030년 23만2000t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2030년 약 4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한국은 바인더를 일본 및 중국, 유럽에서 대부분 수입해 왔다. 다만 무역 분쟁에 따른 소재 공급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자 이를 계기로 국산화 개발·생산이 진행 중이다. 기존 바인더의 경우 합성 고분자 사업에서의 영역 확대로 기술적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에 국내 대기업 및 중견기업에서 활발하게 시장에 진입했다.
물론 전방 산업인 전기차 산업의 시장 환경이 수시로 바뀌고, 각국의 지원 정책에 따라 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시장 성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공존하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국내 이차전지용 바인더 수출입액을 살펴보면, 수출액은 2019년 2348만달러(약 307억원)에서 2023년 2958만달러(약 379억원)로 약 24% 늘었고, 같은 기간 수입액은 2억343만달러(약 2658억원)에서 2억5483만달러(약 3329억원)로 약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유럽이 시장 강자…한국도 존재감 확대 중
양극재 바인더 주요 글로벌 제조사는 벨기에의 솔베이(Solvay), 일본의 구레하(Kureha), 프랑스 아케마(Arkema) 등이 있다. 음극재 바인더 제조사로는 일본의 제온 코퍼레이션(ZEON CORPORATION)이 있다. 특히 구레하는 1991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채택해 바인더 산업에 진출한 기업이다. 대표적인 PVDF 바인더 업체로, 가장 먼저 상업 용도의 PVDF를 생산해 납품한 업체이기도 하다. 현재 양극 바인더 시장에서 약 40%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제온 코퍼레이션은 대표적인 SBR 바인더 업체로, SBR 수계 바인더 제조 기술을 보유, 이차전지 업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에도 우수한 바인더 기업이 많다. 사명은 밝힐 수 없지만, 국내 A사는 양극재 바인더의 핵심 소재인 PVDF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 이차전지 제조 3사에 고온 저항 및 이차전지 수명 연장 기능의 첨가제를 공급하고 있다. B사는 2012년부터 음극재 바인더를 연구개발해 2018년 국산화에 성공, 현재는 삼성SDI와 SK온에 음극재 바인더와 분리막 바인더를 공급하고 있다. C사는 기존 라텍스 기술을 바탕으로 2019년 진행한 이차전지용 음극용 바인더 SBR 전용 제품의 개발 및 상용화에 성공했으며, 2020년 리튬전지용 탄소나노튜브(CNT) 상업화에도 성공해 현재 상업 판매를 준비 중이다.
전고체 전지용 바인더 개발도 활발
최근에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기존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전고체 전지’ 개발이 활성화하면서 산화물계 고체 전해질용 바인더,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용 바인더, 이온 전도성 바인더 등의 개발도 활발하게 이뤄지는 추세다. 차세대 양극재 바인더로는 테슬라의 건식 전극 공정 기술도입에 따라 PTFE가 부각되고 있다. PTFE는 내화학성, 내열성 등이 매우 뛰어난 소수성 물질 특성으로 향후 전고체 전지 또는 건식 전극 공정에서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리콘 음극의 부피 팽창 열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신규 바인더로는 탄소나노튜브(CNT) 바인더, 음극재 바인더 등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CNT는 실리콘의 팽창을 잡아주는 보완재로 음극활물질에 첨가되며, 바인더 역할을 대체하거나 강화하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 C사에서 상업화에 성공한 바 있다. 양극재 바인더인 PVDF는 실리콘 음극재에 적용시 사용량이 많아지거나 접착력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발생해 실리콘 음극재 사용 시에도 SBRCMC 혼합 바인더가 사용될 전망이다.

글로벌 공급망 이슈에 대한 상시·전문적 분석 역량을 갖춘 국내 유일의 공급망 분석 전문기관으로, 2022년 2월 9일 출범했다. 정부 부처, 무역관, 업종별 협회 및 주요 기업 등으로부터 수집된 주요 산업 관련 국내외 동향을 심층 분석하고, 정부·민간의 대응 전략 수립을 지원하며 ‘글로벌 공급망 인사이트’를 주간으로 발간하고 있다.
용어설명
- * 1) 전고체 전지
일반적인 리튬이온 이차전지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리튬이온의 통로 역할을 하는 전해질은 이온 전도도가 높은 액체로 이뤄져 있는데, 액체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이차전지가 전고체 전지다. 전고체 전지의 가장 큰 특징은 우수한 안전성과 높은 에너지밀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