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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애덤 포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 “트럼프 재집권 시 달러 가치, 급등락 사이클 겪을 것”
  • 이주형 기자
  • 하버드대 정치경제학 박사, 전 영란은행 통화정책위원회 사외자문위원, 전 미국 뉴욕연방준비은행 이코노미스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한다면, 한국 등 동맹국이 달러 가치를 낮추는 데 개입하도록 압박할 것이다.” 애덤 포즌(Adam Posen)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자신이 2026년 제2의 플라자 합의 가능성을 경고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플라자 합의는 1985년 당시 달러 강세를 누그러뜨리려고 주요 5개국(G5) 재무부 장관이 미국 플라자호텔에 모여 엔화, 마르크화 등의 인위적인 통화 가치 절상(달러 가치 절하)을 유도했던 합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 의지를 밝힌 후부터 강도 높게 강달러 현상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 왔다.지난 4월에는 “달러 강세가 미국의 무역 적자를 키우고 있다”며 “강달러는 미국 제조업에 재앙(adisaster for our manufacturers and others)”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해외 상품 고관세 부과, 감세 정책 등 공약은 오히려 강달러 현상을 부추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포즌 소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달러 가치는 급등락 사이클을 겪을 것”이라며 “그의 정책은 달러 가치를 상승시킬 것이지만, 알다시피 그는 약달러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일대일 협상을 통해 제2의 플라자 합의를 맺으려고 노력할 것으로 보이지만, 합의가 잘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해 미국 달러가 계속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미국 달러가 올해 강세를 보이는 주된 이유는 미국 경제의 견고한 성장세와 미국 기술 산업에 대한 투자 매력도 상승이다. 여기에 지정학적 불안정이 더해지면서 미국 달러로 대표되는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증세하지 않고 지출을 늘리는 확장 재정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달러 강세는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현재 강달러는 미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미국 경제 규모가 얼마나 큰지를 기억해야 한다. 미국 경제에서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 같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강달러는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과 수입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구매력을 높여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조금 낮춘다. 또한 정부 부채 발행이 증가하더라도 미국 국채 금리 상승 폭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부정적인 영향은 주로 상품 수출 부문에서 나타나지만, 그 영향은 미국 경제에 미미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강달러가 미국 무역 적자를 악화시키고 제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는데.

    “트럼프의 주장은 사실도 틀리고, 논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먼저 2010년 이후 달러가 대체로 ‘강세’를 유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제조업의 부가가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또 미국 내에서 제조업 생산직 일자리의 존재 여부는 다른 부문에서 일하는 85%의 미국인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현재 미국의 많은 제조업 근로자는 기술직이나 서비스직에 종사하고 있다. 무역 적자는 주로 자본 유입에 의해 발생한다. 무역수지와 달러 가치는 함께 움직일 뿐, 서로 인과 관계를 보이진 않는다. 미국이 유입된 자본을 대부분 투자하고 있고, 달러가 글로벌 기축통화인한 무역 적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국 대선 결과가 달러 환율에 미칠 영향은.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이기면 달러 환율이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 같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 달러 가치는 급등락 사이클을 겪을 것이라고 본다. 그의 관세정책, 이민 노동자 추방 정책, 무분별한 감세 정책 등은 달러 가치를 상승시킬 것이다. 국가 안보 측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동맹국을 저버리거나 위협한다면, 미국으로의 자본 유입을 촉진해 달러 가치가 상승할 것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그는 약달러를 원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공격하고 자본 유입에 세금을 부과해 달러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다.”

    지난 4월 한국의 한 세미나에서 ‘2026년 제2의 플라자 합의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한다면, 그는 정치적으로도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려고 할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다른 동맹국이 (달러 가치를 낮추는 데) 개입하도록 설득하겠지만, 효과가 크진 않을 것이다. 금융시장이 1980년대보다 훨씬 커진데다, 미국의 무역·자본 흐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비협조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

    미 연준의 금리 인하 후에도 달러 강세 현상이 지속될까.

    “나는 연준이 올해 9월, 11월, 12월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일본은행(BOJ)을 제외한 다른 국가의 중앙은행도 금리를 인하할 것이기 때문에 (달러 강세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다.

    강달러가 내년에도 유지된다면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달러 강세로 인해 세계경제가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올해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미국과 중국의 경제 갈등은 악화할 것이고, 미국의 재정 적자가 증가할 것이다. 미국은 많은 제삼국이 미국에 기술이전과 투자를 하도록 강요할 것이다. 또 무역 개방이나 개발도상국의 부채 문제에 대해 미국은 무관심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달러 가치를 상승시킬 것이지만, 세계경제 변화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일 뿐이다.”

    달러 강세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려면.

    “한국은 달러 강세 그 자체에 대응하기보다 달러 강세에 반영된 세계경제의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 정부에 원화 대비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제안을 조기에 내놓을지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제2의 플라자 합의가 실패하거나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돼 더 책임감 있는 거시경제 정책을 펼치더라도, 한국이 미국 행정부에 적극적으로 호의를 베푸는 것으로 비칠 것이다. 또 한국은 미국이나 중국 이외의 경제권과 더 깊은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 가입이 시작이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친환경 상품 무역이나 디지털 이슈에 관한 더 좁은 범위의 다자간 이니셔티브에도 참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