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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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EP 보고서 ‘베트남의 정치 지형 급변에 따른 정치 환경과 대내외 정책 방향 전망’ 서기장 사망·대통령 사임… 당 체제 강화·보수화 중점 둘 듯

정치적 안정성을 자랑하던 베트남에서 최근 최고 지도부(국가권력 서열 1~4위)와 공산당 정치국원(서열 1~18위) 일원이 연이어 사임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2023년 1월 팜 빙 밍(Pham Binh Minh·서열 6위) 부총리 겸 외무부 장관과 2월 응우옌쑤언 푹(Nguyen Xuan Phuc·서열 2위) 국가주석(대통령)의 사임을 시작으로, 새로 국가주석에 오른 보 반 트엉(Vo Van Thuong)이 1년 만인 2024년 3월 사임한 데 이어 국회의장을 비롯한 정치국원 4명이 퇴임했다. 이에 앞서 올해 1월에는 쩐 뚜언 아잉(Tran Tuan Anh·서열 12위) 공산당 중앙경제위원회 위원장이 사임했고, 5월에는 당시 서열 4위인 브엉 딩 후에(Vuong Dinh Hue) 국회의장과 5위 쯔엉 티 마이(Truong Thi Mai) 서기국 상무 겸 중앙인민동원위원장이 물러났다. 6월에는 딩 띠엔 중(Dinh Tien Dung·서열 15위) 하노이시 당서기가 사임했다. 정치국원 외에 2023년 1월 당시 부총리였던 부 득 담(Vu Duc Dam)도 퇴임했다. 서기장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식적인 사임사유는 ‘당규 위반(party rule violation)’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그동안 와병설이 돌던 응우옌푸 쫑(Nguyen Phu Trong) 총비서(서기장〮서열1위)가 7월 19일 사망1)했다.

고(故) 응우옌 푸쫑(오른쪽) 서기장이 2017년 3월 베트남을 방문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정치 지형 급변 부른 반부패 캠페인

최근 베트남 정치 지형 급변의 첫 번째 배경으로는 응우옌 푸 쫑 서기장 주도로 강력하게 추진하던 반(反)부패 캠페인을 들 수 있다. 베트남의 부정부패 단속은 응우옌 푸 쫑 서기장이 2016년 부정부패 방지 활동을 강화하고 관련 법 제도를 대폭 강화하며 본격화됐다. 그는 전 공산당 간부 처분을 포함해 ‘성역 없는’ 반부패 캠페인을 강력하게 추진해, 2016년부터 2022년 6월까지 당내에서 1만7000여 건의 부정부패 및 직권남용 사건을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최근까지 중앙집행위원 40명과 장군(군과 경찰) 50명을 포함해 13만9000명의 당원을 징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사임한 7명 정치국원 역시 직간접적으로 부정부패와 연관된 것으로 분석된다. ‘사퇴 문화’라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도 연이은 정치국원 사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고지도부는 비리 연루 등으로 위신이 실추된 간부에 대해 임기 도중이라도 자진 사퇴할 것을 권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설상가상으로 국가 서열 1위 사망

무엇보다 2011년 이후 권력의 정점에 있던 응우옌푸 쫑 서기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베트남의 정치 지형을 더욱 크게 흔들고 있다. 특히 후계 구도가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은 정치적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는 배경이 되고 있다. 그동안 응우옌 푸 쫑 서기장이 구축한 강력한 리더십은 그의 사망 후 역설적으로 후계 구도 불안과 리더십 공백으로 나타나 베트남의 정치적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2024년 7월 18일 이후 서기장직을 임시로 대행하고 있는 또 럼 국가주석 역시 반부패 캠페인의 선두에 선 인물로 강력한 차기 서기장 후보지만, 2026년 1월 개최되는 제14차 공산당 전당대회까지 팜 밍 찡 총리 등과 서기장 경쟁이 다시 가열될 우려도 제기된다.

위기 속 체제 강화…차기 서열 1위, 또 럼 우세

최근 급변하는 베트남의 정치 지형은 공산당 일당 지배 국가 베트남을 사회주의 체제 수호와 공산당 역할 강화를 더욱 강조하는 국가로 이끌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응우옌 푸 쫑 서기장은 2024년 3월 회의에서 경제개혁보다는 체제 생존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함과 동시에 최고지도부 선임에 대한 일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차기 서기장 역시 보수 성향의 공안 또는 군 출신이 차지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정치 지형의 급변에도 불구하고 반부패 캠페인은 향후에도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고, 그에 따른 ‘사퇴 문화’ 역시 빠르게 정착될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은 최근 10년간 부패 척결을 위한 법률 제정과 제도 구축을 지속해 왔으며, 특히 공산당 결의안을 통해 최소 2030년까지 반부패 캠페인을 지속할 것을 천명했다. 응우옌 푸 쫑 서기장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사퇴 문화’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시기 발생한 대형 부패 사건과 최근 나타난 일련의 정치국원 사임을 거치면서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

반부패 캠페인에 앞장섰던 또 럼은 정치국원의 잇따른 사임 이후 국가주석에 등극했을 뿐만 아니라 응우옌 푸 쫑 서기장의 사망으로 베트남 내 최고 권력 실세로 급부상했으며, 2026년 1월 전당대회를 겨냥한 차기 서기장 경쟁에서도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다 최근 주요 경쟁자 대부분이 사임하면서 또 럼이 2026년 전당대회 서기장 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트 응우옌 푸 쫑’ 준비해야

베트남은 중장기적으로 체제 강화 및 보수화에 중점을 둔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베트남식 사회주의 시장경제 창안자가 사망하고 과학기술이나 경제 전문가가 대거 정치국에서 이탈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베트남의 주요 경제정책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추진력이 약화할 수 있고, 비즈니스 환경 또한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 베트남의 정치 지형과 정책 환경 변화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점검하고 ‘포스트 응우옌 푸 쫑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베트남이 한국의 최대 경제협력 파트너 중 하나로 부상했고 최근에는 공급망과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중점 파트너로 떠오른 만큼, 베트남의 대내외 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철저히 분석하고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특히 베트남 공산당 전당대회는 향후 5년간의 정치·외교와 경제정책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 만큼, 2026년 1월 개최되는 제14차 전당대회를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용어설명

  • * 응우옌 푸 쫑 사망 (1)

    베트남 관영 매체는 응우옌푸 쫑 서기장이 7월 19일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보도. 응우옌은 청렴하고 소탈한 이미지를 앞세워 대중적 인기를 끌었고, 2016년과 2021년 연임에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