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산업 분석 리포트
‘슈퍼 팬(Super Fan)’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분야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슈퍼 팬이란 ‘특정 콘텐츠와 플랫폼에 매우 열정적인 관심을 쏟고 시간과 돈을 소비하는 고객층’을 의미한다. 음악, 영화, 비디오게임, TV 프로그램, 스포츠 등 다양한 콘텐츠 분야의 슈퍼 팬은 그들이 속한 팬덤(Fandom)의 문화와 가치를 일반 대중 소비자에게 전파하고, 일반 대중 소비자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한국의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이 K드라마와 K팝 등을 통해 해외 진출을 꾀할 때 슈퍼팬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팬덤, 콘텐츠 성패 좌우
자신을 특정 아티스트나 콘텐츠의 팬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일반적인 소비자보다 자신이 선호하는 미디어, 콘텐츠에 더 많은 관심과 시간을 쏟는다. 이들의 가치는 매우 높다. 이들이 온·오프라인 콘텐츠 및 미디어의 성공을 이끌 수 있다. 예를들어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후 영화관과 라이브 공연의 관객 수가 매우 적은 상황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팬 커뮤니티가 큰 역할을 했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2023년 콘서트에 참석한 수백만 명의 팬, 한국으로 해외여행을 예약하는 K팝 팬,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 핑크색 옷을 맞춰 입은 영화 ‘바비’ 팬을 생각해 보자. 이런 팬은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친구, 지인에게도 자신이 열광하는 콘텐츠, 미디어에 대해 열정적으로 소문을 낸다. 이들은 평균적인 소비자보다 더 젊고 더 다양한 성향을 보인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이런 가치 있는 팬그룹과 관계를 가깝게 유지하고 어떻게 그들 사이에서 열정을 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함으로써, 콘텐츠의 지식재산(IP) 확장 전략을 수립하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개인의 정체성과 동일시되는 팬덤
딜로이트의 설문 조사에 응답한 소비자의 37%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아티스트에 대한 팬덤이 자신의 정체성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음악 팬은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에 돈을 지불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다운로드할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그 아티스트의 다양한 활동을 팔로우한다.
예를 들어, 소셜미디어(SNS)에서 음악 아티스트를 팔로우하고, 관련 상품을 구매하며, 아티스트가 참여 혹은 진행하는 팟캐스트를 청취하는 것이다. 음악 팬의 약 3분의 1은 최근 3개월 이내에 라이브 음악 콘서트에 참석하는 등 오프라인에서도 자신의 팬덤을 적극적으로 드러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일반적인 소비자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대부분의 음악 팬은 주로 생동감 있는 경험을 위해 라이브 음악 콘서트에 간다고 응답했으며, 공연·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사회적, 공동체적 의미를 부여한다고 말했다.
설문 조사에 응답한 소비자의 26%는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프랜차이즈나 시리즈에 대한 팬덤이 자신의 정체성에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런 영화 팬의 약 60%는 최근 3개월 이내에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에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적인 영화 관람객(약 40%)에 비해 높은 비율이다. 극장 방문 외에도, 영화 팬은 팬 컨벤션 참석, 영화 촬영지 방문, 상품 구매, 테마파크 방문, 라이브·인터랙티브 경험에 큰 관심을 보였다. 영화 팬은 비디오게임 같은 디지털 공간에서도 팬덤을 드러낸다. 영화 팬의 절반 이상은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가 더 많이 비디오게임 형태로 제공되길 바란다. ‘해리포터’는 IP 확장의 가치를 잘 보여준다. 해리포터는 책에서 시작됐으며, 2001년 첫 영화 개봉 이후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테마파크, 상품, 비디오게임, 스핀오프 영화, 브로드웨이 쇼로 확장됐다. 기존 팬과 신규로 유입된 팬 모두를 함께 아우르는 ‘크로스 플랫폼’ 모델은 수십 년 동안 새로운 팬을 유입하고, 예전 팬을 돌아오게 하는 데 성공했다.
비디오게임에 대한 팬덤이 자신의 정체성에 중요하다고 말한 사람도 21%에 달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33세로 가장 젊었다. 이 그룹은 일반적인 게이머보다 유료 비디오게임을 구독 할 가능성이 크고, 주당 더 많은 시간을 비디오게임을 하며 보낸다. 게임 팬덤은 팬에게 커뮤니티, 사회적 교류, 소속감을 제공하며, 이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기반이 된다. 설문 조사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주로 친구들과 만나기 위해 온라인 게임을 하며, 42%는 실제 생활보다 게임 세계에서 더 많이 친구와 만난다고 답했다.
게임 팬은 비디오게임 외에도 여러 형태의 미디어로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 세계가 구현되길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조사에 응답한 비디오게임 팬의 약 70%는 자신이 좋아하는 비디오게임이 TV 시리즈나 영화로 각색되기를 원했다. 닌텐도의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게임이 영화화된 것이 이러한 팬의 니즈를 충족시킨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게임 팬은 오프라인 현실 세계에서도 그들의 팬덤을 즐기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 팬의 약 5분의 1은 자신이 좋아하는 비디오 게임과 관련된 행사를 즐기고 싶어 했다.
프로 스포츠팀과 TV 시리즈 팬덤을 조사했을 때도 유사한 경향이 나타났다. 팬덤이 자신의 정체성에 중요하다고 여기는 팬은 일반적인 소비자와 비교했을 때 스포츠나 TV 시리즈 콘텐츠에 더 많은 관심과 열정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슈퍼 팬’ 공략을 위한 고려 사항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분야 슈퍼 팬’으로 간주할 수 있는 소비자는 설문 조사 응답자의 약 10%를 차지했다.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아티스트, 스포츠팀, TV 시리즈, 영화 프랜차이즈, 비디오게임에 대한 팬덤이 모두 자신의 정체성에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뿐만 아니라, 일반 팬과 비교했을 때 콘텐츠 관련 소비 비율이 더 높은 편이다. 이 슈퍼 팬은 평균적인 소비자나 일반적인 팬보다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 음악, 게임 서비스에 더 큰 비용을 지불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여러 SNS 플랫폼도 활용한다. 이 슈퍼 팬 집단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 상당한 시간과 돈을 소비하고 있어, 관련 기업이 예의 주시해야 한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은 다양한 방식으로 슈퍼 팬을 만들고 이들을 유입시키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이들을 활용해 IP 확장 전략을 수립하거나, SNS를 통해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열렬한 반응을 유도하는 것이다.
슈퍼 팬이 무조건 이상적인 고객인 것은 아니다. 이들은 평균 소비자보다 더 많은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팬보다 훨씬 높은 해지율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이 그룹은 지나치게 많은 엔터테인먼트 구독 서비스에 가입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슈퍼 팬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해지율을 낮추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예를 들어, ‘놓칠 수 없는’ 콘텐츠·플랫폼 경험을 제공하거나 매력적인 번들링 상품·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분야의 브랜드, 제품, 서비스 및 콘텐츠는 이제 더 이상 모든 소비자(일반적인 전체 대중)에게 어필할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열정적인 슈퍼 팬 그룹을 겨냥해 그들에게 집중적인 어필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팬덤은 ‘주말의 여정’이 아니라 ‘평생의 여정’이다. 즉, 팬덤은 팬의 정체성과 깊이 연결되기 때문에 팬은 자신이 사랑하는 콘텐츠와 캐릭터에 지속적으로 소비를 아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슈퍼 팬을 육성하고 이들의 관심과 열정을 지속적으로 끌어내는 것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슈퍼 팬 공략을 위한 핵심 요점을 정리해 보자. 첫째, 슈퍼 팬으로 이뤄진 강력한 팬덤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 일반적이고 대중적인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것보다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다.
둘째,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은 팬 커뮤니티에 대해 단순히 표면적으로 파악하는 것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더 깊은 이해와 참여 유도가 필요하다. 일반적인 통계 지표 외에도 포럼, 토론, SNS 팔로어의 코멘트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팬의 상호작용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분석해야 한다.
셋째, 프랜차이즈 형태의 콘텐츠를 개발하려는 기업은 열정적인 팬 그룹과 슈퍼 팬 그룹에 집중하고 그들의 소비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넷째, 신생 팬덤을 감지하고 발굴하는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