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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EP 보고서 ‘미·중 기술 경쟁 시대 중국의 강소기업 육성 전략과 시사점’ 中 강소 기업 ICT 기술 경쟁력 韓 추월, 경계 대신 협력 나서야

중국의 강소 기업 육성 전략은 ‘지방별로 산재된 중소기업 육성 정책을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제조업의 고도화를 추진하는 ‘중국 제조(中國製造·Made in China) 2025’ 전략을 성공적으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기초 기반을 강화하고, 핵심 기초 부품과 소재의 국산화율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중국 제조 2025 전략의 중심에 강소 기업 육성을 제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중국은 강소 기업을 ‘혁신형 중소기업’ ‘전문화된 중소기업’ ‘전정특신(專精特新) 작은 거인(小巨人) 기업’ 등 단계별로 구분해 지원하고 있다. 전정특신은 전문화(專), 정밀화(精), 특성화(特), 혁신성(新)을 갖췄다는 의미로, 주로 전정특신 기업이라고 부른다. 중국은 국가 전략 추진에 필요한 국가급 제조업 혁신 센터 설립을 늘리는 방법으로 강소 기업의 기술 고도화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중점 설립 분야는 광전자, 디스플레이, 로봇, 경량 소재,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기술 분야다.

중국은 혁신형 중소기업 100만 개, 전문화된 중소기업 10만 개, 전정특신 작은 거인 기업 1만 개를 2025년까지 육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2023년 7월 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전정특신 기업은 이미 1만2950개를 기록했다. 2025년 달성 목표치를 2년 앞서 달성한 것이다. 또 신소재와 차세대 정보기술(IT), 첨단 기계 장비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 비중도 2019년 17%에서 2023년 25.7%로 늘었다. 이는 중국 정부가 미국의 기술 제재가 심한 분야에 대해 집중적으로 지원한 효과다.

※ 2021년 미국 대비 기준. 자료_IITP ‘2021 ICT 기술 수준 및 기술 경쟁력 분석 보고서’

정부 강소 기업 경쟁력 인증, 민간 자본 유치 도와

중국 정부는 강소 기업에 ‘정부 보조금 및 세제 혜택 지원’과 ‘민간 자본을 활용한 지속 가능한 금융지원’으로 구분해 지원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강소 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과 함께 민간 자본을 받을 수 있도록 인증하고 있다. 정부의 인증은 기업의 산업 경쟁력을 보증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의 장려금, 세제 혜택은 이후 일어나는 민간 자본 유치에 직접 도움이 된다. 강소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금융 지원은 정부의 보증을 바탕으로 한 정부의 직접 재정 지원과 민간 자본 유치를 통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중국 정부는 민간 자본과 정부의 정책 지원 대상 기업을 연결해 정부 주도 사업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다.

미국 제재한 첨단 분야에 중국 강소 기업 몰려

중국 정부가 발표한 전정특신 강소 기업 1만2950개 중 기업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692개 상장 기업을 분석한 결과, 전용 설비 제조업과 컴퓨터⋅통신 및 기타 전기기기 제조업 등에 563개 기업(표본 기업의 81.4%)이 분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국의 강소 기업 육성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2012년부터 10년간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무역 통계를 분석한 결과, 중국 소부장 산업의 무역수지는 2012년 556억달러 적자에서 이후 흑자로 전환했고, 흑자 규모도 2022년 2641억달러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정밀가공 장비, 일반 기계 부품, 산업 공정 장비, 정밀기기 부품 등에서 중국 소부장 산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미국의 기술 제재가 계속되자 중국이 수입에 의존했던 소부장 제품의 자국산 제품 대체에 속도를 내면서 첨단 기술 산업에서 중국의 경쟁력 있는 강소 기업이 많이 생겨났다는 의미다.

한국 소부장 산업과 경쟁 불가피, 위험 커

경쟁력 있는 중국 강소 기업이 많은 소부장 산업은 한국과 직접 경쟁하는 분야다. 무역통계로 본 소부장 산업에서 두 나라의 경쟁력 상황을 살펴보면, 한국에 기회보다는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대중국 기술 견제 조치로 중국이 소부장 강소 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바이오 등 첨단 분야 관련 소부장이 대표적이다. 소부장 산업은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를 견인하는 중요한 산업으로, 중국은 한국의 가장 큰 소부장 수출 및 수입 상대국이다. 그런데 중국이 자국 내 소부장 생태계 육성에 집중하면서 한국 소부장 산업이 타격을 입게 된다. 한국이 소부장 교역 상대국을 다변화하는 방식으로 대중국 수출 부진을 해소해야 하는 이유다.

중국 강소 기업 경계하기보다 협력 방안 모색해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 경쟁력은 상당한 수준이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2021 ICT 기술 수준 조사 및 기술 경쟁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기술 수준을 100으로 가정할 때 중국은 91.8로 89.6인 한국을 앞선다. 또 미국과 기술 격차도 중국은 0.8년, 한국은 1.1년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중국 강소 기업의 성장을 굳이 경계만 해서는 안 된다. 중국의 첨단 분야 소부장 경쟁력 향상에 대비해 우리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중국 소부장을 적극 활용하는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의 대응책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소부장 기업의 성장 단계별 인증 제도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에서는 2019년 ‘소부장 경쟁력 강화 대책(소부장 1.0)’을 발표한 이래 매년 소부장 경쟁력 강화 시행 계획을 갱신해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소재부품장비산업법’에서는 ‘특화 선도 기업’을 제외하고는 정량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하나밖에 없다. 구체화한 성장 단계별 인증 제도를 통해 단계별로 구분된 지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

둘째 소부장 기업의 기술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 중국의 강소 기업은 해외 기업을 인수해 획득한 기술을 중국 내 산업 생태계에 접목하는 데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 소부장 기업의 기술 유출 방지에 적극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을 통해 첨단산업 기술 인력을 보호하기 위해 기업 신청에 따라 전문 인력을 지정하고, 기업과 전문 인력 간 비밀 유지, 이직 제한 등 법적 보호장치는 잘 갖추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법에서 중소기업의 기술 보호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중국 강소 기업이 해외 소부장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획득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중 협력 관계와 첨단산업에 대한 협력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중국은 여전히 우리나라의 가장 큰 수출 및 수입 상대국이지만, 2023년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19.9% 급감한 1248억달러에 그치고 수입은 7.6% 감소하면서 무역수지는 180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소부장 분야가 중국과 교역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새로운 경제협력 패러다임을 구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