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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반정부 시위, 긴장하는 글로벌 패션 업계 흔들리는 ‘세계의 옷 공장’…공급망 변동 전망
반정부 시위대가 8월 5일 방글라데시 다카의 총리 관저를 습격했다. 이날 셰이크 하시나 총리는 시위대의 퇴진 요구에 굴복해 사임 후 인도로 도피했다. EPA연합

‘세계의 옷 공장’으로 불리는 방글라데시에서 수백 명이 사망하는 대규모 유혈 시위가 발생하면서, 국내외 패션 기업이 의류 생산 차질을 겪었다. 이번 사태로 기업이 다른 국가로 생산 기지 이전을 검토하면서, 글로벌 의류 공급망에 변동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예비 보고서를 통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에서 7월 16일~8월 11일(이하 현지시각)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약 650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시위는 방글라데시 정부가 독립 유공자 자녀에게 공직 30%를 할당하는 ‘공직 할당제’를 추진하며 촉발됐다. 방글라데시는 실질 실업률이 40% 달할 만큼, 국민이 만성적인 취업난과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해당 정책은 기득권 가족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꼼수’로 여겨졌고, 이에 반발한 대학생들로부터 시위가 격화했다. 


2009년부터 15년간 집권해 온 셰이크 하시나 총리는 시위를 유혈 진압한 뒤에 사퇴하고 8월 5일 인도로 도피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현지 의류 공장 운영이 일시 중단됐다. 또 방글라데시의 주요 항구인 치타공이 5일 간 폐쇄됐고, 수도 다카와의 주요 철도 노선도 폐쇄되 면서 육·해상 운송에 차질이 발생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에는 전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많은 3500개 의류 공장이 있다. 의류 산업 종사자만 약 400만 명에 달한다. 지난해 384억 달러 상당 의류를 수출해 세계 2위 의류 수출국 자리에 올랐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유누스가 이끄는 과도 정부는 출범 후 부패 혐의를 받는 전 정부 고위급 인사들을 체포하는 등 혼란을 수습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방글라데시에 생산을 의존해 온 기업들이 베트남, 인도, 캄보디아 등 국가로 생산 기지를 이전할 가능성이 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부 업체는 운송비 부담이 커지고 미처리 주문이 쌓이자, 동남아의 다른 회사로 주문을 이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도 “미국 유명 브랜드 슈프림 모기업 VF코퍼레이션은 다른 국가에서 소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