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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분석을 통해 살펴본 한중 무역구조 “韓, 대중 수출 품목 다변화·원자재 친환경 가공 기술 개발 지원 필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과 미·중 패권 경쟁을 거치며 글로벌 무역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국가 간 수출입 제약이 빈번해지면서,기존의 경제적 효율성에 기반해 형성됐던 글로벌가치 사슬 리스크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다수 국가가 공급망 안정성을 위해 역내 우호국을 중심으로 교역 구조를 재편했으며, 이러한 지역화 추세는 아시아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권역 내 국가 간 무역이 해당 권역에 속한 국가의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역내 무역 비중이 대표적인 지역화 지표다. 아시아의 역내 무역 비중은 2015년 52.5%에서 2022년 53.6%로 상승했다. 그러나 국가 수준에서 한국과 중국의 지역화 지표는 서로 다른 움직임을 보여 왔다. 한국의 역내무역 비중은 아시아와 유사하게 상승세를 보이며 2020년 역대 최고 수준인 57.7%를 기록한 한편, 중국의 역내 무역 비중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2022년 46.3%로 최저 수준에 도달했다. 


이로써 지난 20여 년간 한국의 제1 교역국으로서 지위가 공고했던 중국과의 무역구조가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한중 교역 구조의 뉴노멀(new normal⋅시대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 또는 표준)을 파악하고, 변화를 꾀해야 하는 시점이 어느덧 도래한 것이다. 한국의 대응 전략 수립을 위해 국가 수준에서 글로벌 가치 사슬 참여율과 주요 수출입 품목을, 기업 수준에서는 해외 공급망 노출도 분석을 통한 한중 무역구조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중국의 글로벌 가치 사슬 전후방참여율 추이

자료_ADB MRIO 활용하여 필자 계산



이차전지 원자재 중국 수입 많이 증가한 한국글로벌 가치 사슬에서 특정 국가가 주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는지는 ‘전방참여율’과 ‘후방참여율’변화를 통해 추정할 수 있다. 전방참여율이란, 어떤 국가의 총수출에서 자국 수출품이 외국이 제삼국으로 수출하기 위해 생산하는 과정에 중간재로 활용되는 비중을 의미한다. 즉, 해당 국가가 외국 중간재의 공급자로 역할 하는 정도를 나타낸다. 


후방참여율은 한 국가의 총수출 중 해외 중간재1)를 이용해 생산한 수출품 비중으로, 중간재 수입 및 가공 역할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2009년 이후 중국의 글로벌 가치 사슬 전방참여율이 후방참여율을 웃돌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곧, 중국이 세계무역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외국산 중간재 단순 가공에서 자체 중간재생산 및 수출로 변화했다는 의미다.



+ 한국의 글로벌 가치 사슬 전후방참여율 추이

자료_ADB MRIO 활용하여 필자 계산

중국 정부의 전폭적 산업 지원 정책이 자급률 제고와 기술 수준 향상으로 나타나면서, 중국의 수입에서 중간재와 최종재2)가 차지하는 비중이 떨어졌다. 이는 곧 중간재 수출 강국인 한국으로부터의 수입 성장세 둔화로 이어졌다. 반면, 해외 자원 개발을 통해 아프리카와 중남미로부터 수입하는 자원량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일차산품(가공되지 않은 원료 형태의 생산품) 수입은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또한, 중국이 고부가가치산업에 진입하기 시작하며 고위 기술 제품을 중심으로 중간재 수출이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2023년 중국의 중간재 수출은 2016년 대비 73%증가한 1조5000억달러(약 2082조원) 수준에 달했다.2016년 이후 한국의 글로벌 가치 사슬 전방참여율은 보합세를 나타내고, 후방참여율은 2020년 이후 상승세를 보였다. 수입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중간재 비중이 상승하고, 수출에서는 중간재와 최종재가 동반 성장하면서 비중에 큰 변화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 수입 증가 요인은 지역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났다. 대세계 수입 증가의 경우 팬데믹과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원자재 국제가격 상승으로 일차산품 수입액이 확대된 데 기인했다. 


반면, 대중국 수입은 탄소중립 전환 관련 중간재 수입 증가세가 성장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차전지 소재 관련 원자재 가공품인 전구체와 수산화리튬 대중국 수입액이 크게 증가했다. 2016년 전구체 대중국 수입액은 1억달러(약 1388억원)에서 2023년 40억달러(약 5조5532억원)로 늘었고, 2016년 수산화리튬 대중국 수입액은 1억달러(약 1388억원)에서 49억달러(약 6조8026억원)로 증가했다.



대중국 중간재 수출 90%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제품

한국의 수출구조 변화에서도 대세계와 대중국 성장 요인이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 대세계 가공 수준별 수출에서는 중간재와 최종재가 동반 성장했지만, 대중국 수출에서는 중간재가 성장세를 주도했다. 대중국 중간재 수출에서 눈여겨볼 특징은 원자재 가공품과 고위 기술 제품 비중이 각각 증가하며 수출 품목 기술 수준에 양극화가 나타난 점이다. 대중 수출 원자재 가공품은 주로 석유화학 산업에 이용되는 기초 유분이나 국내에서 가공 후 재수출되는 이차전지 소재로 구성돼 있으며, 고위 기술 중간재 수출은 90% 이상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품으로 나타났다. 


기업 수준 교역 구조 분석에서는 우리 기업의 대중국 공급망 의존도가 다소 높은 수준이기는 하나, 글로벌 공급 업체 확대와 생산 기지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어 향후 리스크가 감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2023년 말 기준, 우리나라 반도체·자동차·이차전지 주요 기업의 글로벌 생산 설비 중 15~20%가 중국에 있다. 해당 기업에 납품하는 공급 업체(suppliers)의 중국 소재 제조 설비 비중도 12~20% 수준으로, 전반적인 기업 공급망에서 한중 연계성이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이 글로벌 물류 대란을 경험한 2020년 이후 국내외 공급 업체의 절대 숫자를 10%가량 증가시키면서 다변화에 힘쓰고 있다. 



중국 수출 품목 다변화하고, 원자재 중국 의존도 낮춰야

중국 수출 품목 다변화하고, 원자재 중국 의존도 낮춰야 최근 서방의 대중국 제재, 중국의 핵심 품목 수출통제 등 한중 간 교역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의 수출산업 기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리스크가 상시화 되고 있다. 현재 이차전지와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중국 견제 조치는 앞으로 바이오, 양자컴퓨터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 뿐만 아니라 지난 2023년 1월 미국이 네덜란드와 일본에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 동참을 요청한 것처럼 향후 우방국 공동 견제 조치가 시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편, 중국은 지난해 게르마늄과 흑연 등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수출 통제를 시행한 바 있어, 앞으로 지역 간 긴장이 심화함에 따라 추가적인 통제 조치는 언제든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올해는 특히 11월 미국 대선을 비롯해 미·중의 상호 견제 심화를 유발할 대외 변수가 많다. 양국 모두와 관계가 밀접한 우리나라로서는 추이를 면밀히 주시하고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 대중국 수출 품목 다변화를 통해 신수출 동력을 확보하고,대중 수입이 크게 확대된 품목의 수입선 다변화 방안을 모색하여 중국과 균형 잡힌 교역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기적인 대중국 수출 기반 강화를 위해서는 중국으로 주력 수출 품목을 중간재 외 품목으로 다변화하고 중국 내수 시장 진출 확대에 힘써야 한다. 중국의 중간재 수입 수요가 감소하는 한편, 소비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므로 이를 겨냥한 최종재 주력 수출 상품을 발굴함으로써 중국의 구조적인 수요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국내 기업이 이미 진출한 대도시 외에 중소도시의 소비층 및 내수 기업으로도 고객층을 적극적으로 확대함으로써 대중국 수출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입에서는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등 자원보유국과 우호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다자 협의체에 참여하여 대중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 가공품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장기적 측면에서는 중국이 독과점하고 있는 원자재 가공 및 제련을 친환경적 방식으로 국산화해 우리 기업의 공급망 내재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공·제련 기술은 난도가 높지 않으나 환경오염 문제로 일부 국가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환경오염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임을 고려, 개발에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친환경적 제련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비용 부담으로 인해 자체 기술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우리 기업이 연구 환경을 갖추고 실무적으로 필요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용어설명

  • * 중간재(1)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중간 과정에 포함된 재료 및 부품. 중국은 중간직 국산화를 통해 핵심 공급망를 자국내에서 해결하는 홍색공급망 구축에 힘쓰고 있다.



  • * 최종재(2)

    재화 생산 단계의 최후에 얻어지는 완성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