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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와 ESS가 이끄는 탄소 중립 열쇠 ‘이차전지’

이차전지(이하 배터리)는 ‘탈화석 연료 전환’의 핵심 기술로 통한다. 전력 시스템의 안정성과 유연성을 높이고, 에너지 안보 개선 효과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최근 배터리 보급이 빠르게 늘어나는 배경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3년 전세계 에너지 부문에서 사용된 배터리 용량은 누적 기준 2400GWh(기가와트시)에 달한다. 2020년 대비 네 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 용량은 지난 5년간 2000GWh 이상 증가하며, 4000만 대의 전기차와 1000개의 에너지저장장치(ESS)프로젝트에 전력을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가 늘어난 이유는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가 증가해서다. 2015년부터 2023년까지 늘어난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의 90% 이상을 전기차가 차지했을 정도다. 물론 ESS 시장도 2023년 들어 두 배 이상 커졌고, 사용 중인 ESS 총 용량도 190GWh 에 달했다. 배터리 평균 가격은 낮아지는 추세다. 지난 10년간 25%가량 저렴해졌다. 지속적인 연구개발(R&D)에 따른 기술혁신과 규모의 경제에 도달한 덕분이다. 현재 배터리 가격은 중국이 가장 저렴하고, 미국과 유럽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 배터리 시장의 두 축인 전기차 배터리와 ESS의 보급 동향과 시장 전망을 살펴본다.

+ 늘어나는 전기차에 배터리 보급도 급증

단위:GWh | ※ 리튬이온 배터리 누적 보급 용량 기준 | 자료_IEA


전기차 캐즘 빠지나…배터리 단기 불황 우려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보급 규모는 2023년 기준 750GWh에 달했다. 이는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2023년 전 세계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8%였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40%, 유럽연합(EU)이 20%, 미국이 10%였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보급과 생산 모두를 주도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만 보면, 2023년 중국이 50% 이상을 차지했다. EU와 미국을 합한 시장점유율은 30%다. 같은 기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도 중국이 83%를 차지했다. 유럽과 미국은 13%, 한국과 일본이 4%를 맡았다. 전기차 시장이 중국, EU, 미국 중심으로 형성된 배경에는 각국 정부의 지원 정책이 있다. 중국의 경우 전기차를 구매할 때 인센티브와 금융 지원을 제공하며 자국 내 전기차 산업을 지원한다. 덕분에 중국의 BYD와 CATL 같은 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앞으로 전기차가 얼마나 보급될지는 두 가지 시나리오로 예측해 볼 수 있다. 우선 ‘현 정책 유지 시나리오(STEPS·Stated Policies Scenario)’에 따르면, 신차 대비 전기차 비중은 2023년 18%에서 2030년 50%까지 상승한다. 2050년까지 순 탄소 배출량 ‘제로(0)’를 목표로 한 ‘탄소 중립(NZE·Net Zero Emissions) 시나리오’에선 2030년 신차 대비 전기차 비중이 67%까지 오를 전망이다. 2050년엔 STEPS 기준 67%를 달성하고, NZE 시나리오에선 거의 모든 자동차가 전기차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에 2030년 세계 연간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도 STEPS보다 NZE 시나리오에서 약 60% 이상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증가율 전망치는 16.6%로 작년(33.5%)의 절반 수준이다. 2021년(109%), 2022년(56.9%)과 비교하면 크게 둔화하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 캐즘 여파로 단기적으론 배터리 업계에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中, 세계 ESS 보급 절반 이상 차지

세계 ESS 보급도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2012년 1GW (기가와트)였던 ESS 설치 용량은 2023년 85GW로 급증했다. 2023년 한 해에만 40GW이상이 증설됐는데, 이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증설된 ESS 용량의 약 65%는 송배전망에 직접 연결된 대규모 설비를 뜻하는 ‘유틸리티 ESS’가, 나머지는 가정·상업·산업용으로 설치되는 ‘BTM(Behind-the-meter)1) ESS’가 차지했다.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에 이어 세계 ESS 시장도 선도하고 있다.

2023년 중국의 ESS 보급 규모는 전년 대비 세 배 이상 증가한 23GW에 달했다. 이는 전 세계 ESS 보급 규모의 55%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약 67%가 유틸리티 ESS인데, 대부분 태양광·풍력발전과 연계돼 있다. 세계 2위 ESS 시장은 미국으로, 2023년 8GW이상의 신규 용량을 설치했다. 유틸리티 ESS 관련 프로젝트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경제성도 개선되고 있다고 한다. 같은 기간 유럽의 ESS 신규 용량은 약 6GW로 전년 대비 70%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유럽은 ESS 신규 용량의 약 90%가 BTM ESS였다는 사실이다.

ESS 보급은 향후 몇 년간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다. STEPS 기준으로 2030년 ESS 용량은 지금보다 9배 가까이 늘어난 760GW로 전망되고, NZE 시나리오에서는 약 14배 증가해 1200GW에 이를 전망이다. 2050년의 경우 STEPS 기준으로는 3TW(테라와트)에 도달하고, NZE에서는 5TW에 이를 전망이다. 향후 세계 ESS 보급은 미국, EU, 중국 주도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STEPS에선 선진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NZE 시나리오에선 중국과 개발도상국 및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ESS 보급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공급망분석센터

글로벌 공급망 이슈에 대한 상시·전문적 분석 역량을 갖춘 국내 유일의 공급망 분석 전문 기관으로, 2022년 2월 9일 출범했다. 정부 부처, 무역관, 업종별 협회 및 주요 기업 등으로부터 수집된 주요 산업 관련 국내외 동향을 심층 분석하고, 정부·민간의 대응 전략 수립을 지원하며 ‘글로벌 공급망 인사이트’를 주간으로 발간하고 있다.




용어설명

  • * BTM (Behind-the-meter)(1)

     ‘계량기(meter)’ 뒤에서 일어나는 전력, 즉 가정과 기업에서 필요한 전력을 자체적으로 생산·소비해 계량기에 잡히지 않는 전력을 뜻한다.